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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여년 전, 대학 휴학하고 노가다 다니던 시절
시외의 이름도 모를 산으로 끌려간 적이 있습니다.
도착한 곳은 산 중턱의 벌목장.
이미 잘린 아름드리 나무 밑둥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려
중간중간에 있는 임시 도로 근처에 쌓아두는 일이었죠.
원래 산을 좋아하기도 했고,
먼지 풀풀 날리던 아파트 현장, 철거 현장만 다니다가
맑은 공기 마시면서 일하니까 꽤 기분이 좋더군요.
거기다 대략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님께서
막걸리에 수육에 수박까지 새참도 엄청 잘 챙겨주셨고요.
아무튼 그렇게 재밌게 일을 하다가 오후 새참을 먹는데,
오전 참, 점심 먹을 때도 계속 아주머님께 수작을 걸던 역시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던
중년 인부분이 마침내 선을 넘으셨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지만 대략
산에 사느라 남자 구경을 못 했을테니 자신의 것을 좀 보여주겠다, 라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참 먹는 남자들 곁에서 잡초를 베시느라
낫을 들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1초의 마도 없이 하셨던 말씀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디 한번 꺼내 놔 봐라, 요 낫으로 밑둥부터 확 잘라버릴 라니까."
표정, 어투 하나 변하지 않고 일상어를 하시듯 툭 던진 말에
그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남자들의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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