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독서 현황_104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18 - 민중의 함성 동학농민전쟁>

이제 기나긴 조선의 이야기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오늘은 내용에 대한 것보다, 요즘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을 위주로 쓰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반성이나 깨달음 등을 얻을 수 있는데, 반성에 관한 것을 써보고자 한다.

마흔이 넘어서야, 한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이라도 훑어본다는게 참으로 민망스럽기도 하다.

요즘 한국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우리 이야기에 대해 너무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말처럼, 내가 발딛고 사는 땅덩어리를 너무 무시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이 어때네, 로마가 저쩌네 하면서, 그것들에 대한 지식이, 뭔가 더 세련되고 멋져보인다는 생각이, 나에게 꽤나 있었던 것 같다.

그것도 하나의 '사대주의'라 할 수 있을지.. 여튼 이번에 반성을 많이 했으며, 앞으로는 한국, 넓게는 동아시아에 관한 것들도, 예전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것이 '민족주의' , '국가주의' , '국수주의' 등을 추구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동안 너무 편중되어있던 관심, 그리고 서양의 것이 뭔가 세련된 것이라는 의식에 균형을 부여해야겠다는 것이다.

역시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뽐뿌에서도 역사에 관한 글들이 가끔 올라오는데, 나는 그런 글들을 안본다.

왜냐하면, 대부분 너무 지엽적이고, 자극적인 얘기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전쟁과 전쟁영웅에 관한 얘기나, 누가 더 친일파 라는 둥, 어떤 나라가 더 군사력이 셌냐는 둥..  

물론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감정적인 글이 많으며, 혹은 더 넓은 맥락이 제시되거나 더 폭넓은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기야 커뮤니티의 특성상 어쩔 수 없겠지만..  

이번에 읽었던 책 내용은 뻔하다.

조선이 세계열강에 수많은 이권을 빼앗기고, 청나라와 일본이 주로 각축을 벌이는 장이었으나, 청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의 식민지배가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여러나라 중 누구도 진정으로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다.

왕과 왕비, 신하들은 일본에, 청나라에, 미국에, 러시아에, 어디에 붙어야 좋을지 끊임없이 모색해야 했다. 하지만 모두 가면을 썼을 뿐이다.

신하들도 친일파, 친미파, 친청파, 친러파 등으로 분산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듯, 반드시 '친일파' 라고 하여, 나쁘게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럼 친청파, 친러파 등은 좋은 것인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복잡했으며, 각자의 정보와 지식, 그에 따른 신념이 달랐다.

우리는 나중에 태어난 세대로써, 역사적 인물들을 보며 쉽게쉽게 평가를 내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얼마나 달랐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면 참으로 만만찮다.

일본이든 러시아든 나에게 엄청난 이권을 약속하면서 접근했을때, 나는 과연 단호히 거부할 수 있겠는가? 객관적이고 양심적인 신념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대혼돈의 시대를 겪으며, 그래도 자신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보다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했다면,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난 것이 아니겠는가?

보면 볼수록 쉽지 않은 문제이며, 인간 세상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