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H. 아널드 (지은이),이재만 (옮긴이)교유서가2015-01-30원제 : History: A Very Short Introduction (2000년)

(1)이번에 읽은 책은 존 아널드의 <역사>이다. 이 책도 지난번 <트로이 전쟁>과 마찬가지로,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 시리즈인 'A Very Short Introduction' 중 하나다. 원서는 2000년에 출간되어 2015년 번역본이 나왔다.

요즘에는 세상이 뒤숭숭해지니, 이승만 국부론 등 극우라고 하기에도 쪽팔린 꼬붕들의 근거없는 헷소리들이 찍찍 나오면서 논란 아닌 논란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역사책을 몇 권 읽었는데, '역사' 자체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알아보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 본문은 모두 7장으로 되어있고, 전체는 약 200쪽 가량인데, 판형이 작아서 양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얇다고 해서 내용이 만만한 책은 아니지만, 두번 정도 읽으니 대체로 어떤 얘기를 전체적으로 하려고 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2) 이 책은 역사 및 역사학에 대한 내용을 간략히 다루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꽤 재미있는 축에 속했다. 머리아픈 이론이나 개념은 차치하고서라도, 각 장에서 제시하는 이야기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실,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쉽게 보이는 책도 그 책에 담겨있는 모든 것을 다 제대로 이해하고 숙지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일단 최소 1,2번 정도 통독을 하면서 눈에 익히고,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특별히 나에게 와닿은 부분만 몇군데 더 읽어보면서 생각해보는 정도로 읽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다른 책을 읽을때 내용이 겹쳐지는 때가 온다. 그럴때 그 기회를 이용해 다시한번 읽어보는 것이, 요즘 생각하는 개인적인 독서방법이다.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1장 : 살인과 역사에 관한 물음들

(1) 제 1장에서는 일단 중세에 일어난 이단 종파 내부의 살인사건을 하나 소개하며 흥미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역사관련 질문들을 몇 가지 제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1300년대 초에 있었던, 기독교 이단종파 내부의 살인사건과 그 이단을 심문하고 처형하는 이단심문관의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는지,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과거에 일어났고 현재에 우리가 되풀이하여 말하기로 한 '역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살인사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이나, 역사학자들은 더 큰 그림 또는 맥락에 그 사건을 집어넣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에를 들어, 내가 오늘 점심으로 죽을 사먹었다고 치자. 이런 내용만 갖다 놓는다고 해서 '역사'는 아니다.

이 '사건'을 더 큰 그림에 넣는다. 내가 오늘 아침부터 속이 안좋아서, 죽을 먹었을 수도 있고, 치통에 시달려서 먹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요즘 죽이 웰빙 식품으로 선호됨에 따라 죽을 파는 상점들이 많아졌고,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죽을 많이 파는 상황이 전개되는 사회적 맥락이 있어서 거기에다가 배치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나의 건강상태나 경제적 상황, 또는 현재의 사회적 단면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아까 그 살인사건을 다시 예로 들어보면, 그 사건의 디테일을 분석해서 당시의 이단심문 절차나 이단종파의 상황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

(2) 역사는 끊임없는 물음이며, 계속되는 물음과 논쟁이 촉발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과정' 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사료라는 것은 과거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말해줄 수 없고 거기에는 틈이 있고, 모순이 있고, 내용이 부족하기도 하다. 또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지식수준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학자 역시 상상력과 추측이 필요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역사라는 것은 항상 틀릴 여지가 있다. 어쩌면 모두 틀린 것이다. 우리가 모두 완벽하게 합의된 생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논쟁이라는 것이 중요하며, 논쟁이 있어야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2장 : 돌고래의 꼬리부터 정치의 탑까지

3장 "그것은 실제로 어떠했는가" - 진실, 문서고, 옛것에 대한 애정.

(1) 2, 3장에서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 즉 일본이나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정당화를 위해 역사를 임의로 가져와서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말한다.  

먼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역사를 끄집어내는 사람이나 집단들은 과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가져오는가?? 어떤 역사를 가져오고, 그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어떠하며, 그 역사로 인해 어떤 영향 내지 결과(혹은 이익 등)을 초래하는가?? 

이것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우리 역시 친일파들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만의 역사'를 가지고 대응한다. 물론 올바른 근거 등의 문제는 남아있을 것이다.

어쩌면 역사라고 하는 것이 시작된, 즉 역사의 '기원'은 어떤 정당화를 획득하려고 했거나, 혹은 과거를 통해 정체성을 획득하려고 했던 활동에서 찾을 수 있으지도 모른다. 우리의 기억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역사는 기회이자 위험이라고도 말한다. 현재와 우리자신을 고찰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쓰일 수 있으나, 역사라는 것이 현재에 소환될 때에는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주 흔하게는 자신의 왕권이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화적인 전설이나 위대한 조상의 업적을 끌어다 쓰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있어왔던 정치적 정당화였다.

(2)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 또한 과거로부터 시간과 공간마다 달랐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 윤리, 시간 개념, 종교 등에 따라 그들이 역사를 파악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이 또한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옳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그에 따른 역사관 역시도 미래에는 바뀔 수 있다.

저자는 특히 투퀴디데스를 비판하며, 그가 역사라는 것은  정치나 국가와 관련된 것들만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자신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그렇게 저술함으로써 '정치의 탑'에 역사를 오랫동안 가둬버렸다고 한다. 쉽게 말해 역사를 편협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제약이 어떻게 풀리는지를 제 3 장에서 다루며, 여기에서는 역사의 '객관성' 또는 '진실성' 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이와 함께 역사학에 문헌이라는 것이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되는 경과를 다룬다.

다만, 2,3장은 좀 난삽한 느낌이다.

4장 : 목소리와 침묵

5장 : 천릿길의 여정

6장 : 고양이 죽이기, 또는 과거는 낯선 나라인가?

4에서 6장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역사학 방법론과 역사를 다룸에 있어서 주의할 점 등을 담고있다.

흔히 사료라고 불리는 것 중, 특히 문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이것만 읽어봐도 역사가라는 직업도 보통 힘든게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요즘에는 우리나라에도 '대중적 역사' 라는 것을 표방하면서, 방송에서만 이름값을 높여, 싸구려 책만 펴내 돈이나 축내는 사이비 역사가 들도 많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사료를 무작정 보고 베끼거나 하는게 아니라, 역사가가 연구를 하기 전이나 혹은 사료의 어떤 조각을 보고 난 후에 그려지는 어떤 주제이다. 그 주제는 당연히 그 역사가 개인의 관심사나 선행 지식 등에 따라 정해질 것이며, 그것이 이후의 작업을 이끌 것이다.

사료를 보면서도 항상 의심하고, 틈을 메우고, 그러다가 막다른 길에 들어가기도 하는 등의 경로를 거칠 것이다.

예전에 쓰여진 문헌에 쓰여진 단어가 오늘날 쓰이는 단어의 뜻과 같은 용례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 사람들이 가진 사고방식이나 사회문화적 환경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역사적 사실' 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다른 증거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것은 고정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유일한 역사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7장 : 진실 말하기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 말한 내용을 종합해봤을때, 역사를 과연 왜 연구하고 알아야 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모두가 상대적이고, 사람마다, 시대마다 다 다르다면 흔히 말하는 상대주의적인 회의론에 빠지는게 아닌가? 

저자도 솔직하게 말하길, 역사로부터 어떤 '법칙'을 알 수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의 쓸모에 대해서, 일단 즐거움을 위해서 역사를 탐구하며, 그와 관련해 역사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며, 현재와 나, 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역사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고 또 의미나 해석을 다르게 취하여 여러 갈래의 길을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 자신도 하나의 과정이자 논쟁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존재로서, 역사가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쓸모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