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제가 보기에는 좀 티가 났던 친구였습니다. 혈기왕성한 20대 보통 남자들이 할만한 음담패설이나 시덥지 않은 농담같은 것에는 피식 피식 웃으며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친구였고

유독 떨어지는 시선 자체가 매력적인 남자에게 향해있었다는 느낌? 

피부가 유독 하얗고 손가락도 길고 손이 굉장히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외모적으로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연애를 하지 않았어요.

물론 고백도 받았던 걸로 알고 있고 따라다니는 여자아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진짜 여자아이들한테 연애상담을 잘했습니다 ㅋㅋㅋ 그때는 남자니까 남자 마음을 잘 아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음음...

그런 것들을 안주로 삼으려 해도 그냥 시덥지 않게 치부해버리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굉장히 델리케이트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굉장히 야무진 면도 있었고, 꼼꼼하고 어떤 일이든 조용한 섬세미가 돋보였던...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유독 겉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어쩔 수 없이 참석은 해야 하고 자신의 성향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이 제 눈에는 티가 좀 나더라구요.

'나와 다른 이 무리에 섞여 있는 것이 고역이다'라는 느낌? 

그러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을 때 둘이서 값싼 포차에서 술을 한잔 할 때가 있었는데, 메뉴가 나오기 전에 사실은 이랬다고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더라구요.

이야기는 담담했는데 안절부절하며 뭔가 잘못한 강아지마냥 제 표정을 살피던 녀석의 모습이 잊히질 않네요 ㅋㅋㅋ

그래서 제가 별 시덥지 않다는 듯이 "응, 난 알고있었는데?" 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은연중에 알고 있었고 합리적으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커밍아웃이 별로 새롭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마음의 동요도 별러 없었죠. 그냥 저 스스로 '나 좀 날카로운듯 훗'이라고 뿌듯해했다고나 할까 ㅋㅋ

그리고 그 녀석 답지 않게 그날 기분이 좋다며 대취할 정도로 마셨던 기억이 있네여.

왜 그렇게 기분이 좋냐고 물었더니, 그 말 한마디가 '난 니가 말하기 전에 네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니가 커밍아웃한다고 해서 너와 나의 관계가 깨질 일은 없음ㅋ'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 제가 격동의 시간을 보내느라 그 녀석하고 연락이 끊어졌지만 어디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참 착하고 선한 녀석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