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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오피스텔에서 도시의 소음을 벗삼아 7시 기상.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베이글과 아보카도로 아침식사. 8시 20분에 집을 나서서 청계천을 따라 도보로 출근 본사 건물 입구에서 나눠주는 BMW딜러 명함을 받아들고 차를 살까… 잠시 고민해 보지만 아직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로 마음먹음  자리에 앉으니 인자하신 부장님이 주말 잘 보냈냐며 인사를 건내길래, 주말에는 친구들과 골프를 다녀왔다고 대답. 언제 한번 같이 필드 나가자는 말을 듣고 기대 반 부담 반 전날 국제 유가 동향 자료를 확인하고 가볍게 관련 뉴스를 정독. 동남아 화학 공장 한곳이 화재로 force majure를 선언했다는 뉴스가 단신으로 지나갔는데 불현듯 예감이 안좋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기 함. 아니나 다를까 우리 회사와도 거래가 있는 곳인데 다음달 선적 물량부터 일정 꼬일것은 불보듯 뻔한일 아닌가. 부장님께 이 사실을 보고했더니 인자한 미소가 싹 가시고 번득이는 눈빛으로 날카롭게 상황을 확인하신다. ‘블붕군, 나는 제품팀이랑 선적 일정 영향 여부 확인하고 있을테니 블붕군은 트레이더들에게 연락해서 당장 다음달 물량 스팟으로 받아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게나’   냉큼 전화기를 집어들고 두어번 같이 밥을 먹은 사이인 이토추상사 여직원 시무라상(1살 연하,일본인, 미혼, 예쁨,한국어 잘함)에게 전화를 건다 ‘어머 블붕 대리님 웬일이세요~ 점심 한번 먹자니까’ ‘아니요 지금 긴급한 업무때문에 전화 드리는겁니다. 동남아 XX가 화재로 force majure라는데 저희 다음달 PX 3천톤 선적 불가능해지면 이거 스팟으로 받을 수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싹 가신다‘잠시만요, 정말이네요, 바로 확인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사이 부장님은 어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더니 스팟으로 처리해야할 물량이랑 선적일정까지 모두 파악해놓은 상태이고 팀원들은 분주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있다. 부장님 손에 이끌려 상무님께 보고를 하러 가니 상무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듣는다. ‘블붕님 블붕님도 알겠지만 지금 심각한 상황이네, 힘들겠지만 반드시 처리 방안을 마련해 주게나’ 어깨가 무겁다. 긴급한 상황이니만큼 점심은 생략하고 Glencore와 Trafigura에도 전화를 해본다 ‘Hello, this Blbung from oil house, Can I talk to Mr. Johnson?’ 능숙한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전화를 하고 있으니 어느덧 동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다행히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나서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에 불난 XX는 규모가 큰 화사이니 만큼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 타격이 큰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부서들도 영향 평가 및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다른팀 후배(예쁨)가 사내 메신저로 ‘블붕 선배~ 선배도 바쁘실텐데 미안해요 혹시 요런요런 자료,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아세요?’ 라고 물어본다. 나도 바쁘지만 모두 회사를 위해 하는 일이니 짬을 내서 후배의 요청을 도와주고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린다.  따르릉, 사무실 전화기가 울린다. 시무라상 전화다. ‘블붕 대리님~ 지금 다른데도 난리났어 그래도 내가 블붕대리 먼저 챙겼어 매일 보냈으니까 확인해’ 살았다. 메일을 확인해보니 필요한 물량 거진 대부분을 받아주겠다는 내용인데, 우리 사정 급한걸 아는지 단가는 후려쳐 놨다. 급한대로 넙죽 받아먹으면 이또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되니 메일로 감사 표시를 하되, 가격 조건은 다시 논의해보자고 한다. 상대방은 마지못해 가격을 조정해서 다시 보내오고 이정도면 쓸만하다 싶어 내용을 간략히 보고서로 정리해 상무님께 들고간다 ‘흠흠 블붕님, 다른 정유사들도 지금 물량 치느라 난리났을텐데 조건 잘받아 왔구만 수고가 많았어. 덕분에 한시름 놨다 괜찮으면 다음주에 식사나 같이 하지’ 으쓱하지만 아직은 할일이 남았다.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럼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7시, 퇴근 시간이 지났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무라상에게 전화를 해보니 받는다 ‘어휴 블붕 대리님은 정말 못당하겠다니까 내가 블붕 대리님 챙기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알아요? 꼭 밥 맛있는걸로 사야해요’ 대충 다음에 한번 먹자고 얘길 하고 전화를 끊은 후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부서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친한 동기 업무를 살짝 도와주고 퇴근하니 8시.   점심도 걸러서 배가 고프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으니 나에게 주는 포상이라 생각하고 포시즌 호텔 지하 바로 걸어간다. 바텐더(Chris Lowder, 미국인)가 왜이렇게 오랜만이냐며 반기는데 피곤한 나는 우선 독한 위스키를 한잔 시키고 요기될만한 안주를 좀 달라고 했다. 쓴 위스키가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오늘의 피로도 같이 내려가는것만 같다.

여러분들은 어떤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