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 4M, 정원 14명'

'봉돌 자동투척기 설치'

'두벌채비 가능'

'금어기 모슬포항 출항. 마라도 앞바다 출조'

오세요. 오세요. 하는 광고문구도 이정도면 혹~ 할 수 밖에.

마침 장마가 시작되고 날씨가 안좋아서인지, 취소분이 생기는 바람에 바로 주말제주행을 예약했습니다.

예약하고 부터는 하루하루가 늘 설렘이죠.

낚싯대를 챙기고, 채비를 묶고, 필요한 물건들은 배송시키고..

웃기게도 항상 고민하는건 한마리도 못잡을까...가 아니라 너무 많이 잡아오면 어떻하지...입니다. 

우리애들은 생선을 안먹으려고 해서. ㅠㅠ

♬♪저 오늘 떠나요 공항으로

핸드폰 꺼 놔요 제발 날 찾진 말아줘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도 어쩔 수 없어 나

가볍게 손을 흔들며 bye bye- ♬♪

 Please fasten your seat belt and put seat back and table in the upright position. 

도착해서 밥먹고, 승선명부 작성하고, 출항.

역시 바다는 참 좋습니다.

날씨 좋고, 바람 좋고, 배도 좋고, 사무장님도 좋고,

무엇보다 칼도 잘 들고. (젤 중요!!!)

별로 걱정 많은 삶을 살고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순간 만큼은 머리가 상쾌해지네요.

초반 평화롭던 바다였지만,

금어기 북위 33도권 열린 바다답게,

상어, 만세기, 참치 등 한번 물면 낚시배 전체 채비를 망가뜨리는 몬스터와의 싸움으로.

우당탕탕.

난리법석.

새벽 1시 너머까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늦은 밤부터는 만세기 굴을 팠는지,

7마리 잡아서 3마리는 미끼로 쓰고 4마리는 버리고 왔습니다.

만세기 미끼는 갈치가 환장하는 미끼중에 하나죠.

실제로 고등어 보다, 갈치포 보다, 갈치 세꼬시 보다 더 대물갈치가 좋아하는게 만세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암튼,

몬스터들과의 사투로 갈치낚시는 물건너가나...싶던차에.

그중에서도 최고의 깜짝손님이 있었으니...

<출처 : 무료 및 무제한 다운로드를 위한 로열티 무료 사진>

아마도 저렇게 생겼던거 같은데, 

암튼 이 녀석이 내 3호 갈치바늘에 앞다리가 껴서 수면위로 끌려 올라왔다는!!!

수면위로 나왔을 때 낚싯줄을 당기니까 꼬부라진 바늘이 쭉 펴져서(!) 빠지는 바람에 자유의 몸이 되더니,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딱 이 표정으로 배위를 쓰~윽 훑어보고는 유유히 헤엄쳐 갔...ㄷㄷㄷ

아마 지나가다 바늘에 걸린 것 같은데,

채비는 엉망이 됐지만, 무사히 빠져나가서 다행이고 황금색깔 거북이라 행운을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행운이고 나발이고, 갈치조황은 폭망했지요. ㅠㅠ

물때, 주낙, 채비, 미끼, 기타등등...다음을 위해 반성 많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바다답게 뜻밖의 선물(?)이 있었으니...

참다랑어 입니다!!!

막판에 두벌채비 모두 날려버리는 강력한 한방이 바로 이녀석 때문이었다는.

엉킨 채비를 풀면서 채비 한번보고, 참다랑어 한번보고...

허탈함과 반가움, 짜증과 기대감, 그 중간 어디쯤 정신이 가 있었네요. (그래서 현장사진이 없...쿨럭.)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처갓집으로 가서.

젤 먼저 참치를 오로시 하고 김치냉장고로 숙성 GOGO~ 

뒤이어 목을 바로 꺾어서 빙장해온 갈치도 오로시 해서 김치냉장고로 GOGO~!

미끼 빨아먹다 옆구리 걸려 올라온 한치도 회를 떠서.

믿기지 않겠지만,

제가 차린 한상입니다. 크흡...ㅠㅠ

처가집에 오래오래 사랑받는 사위가 됨과 동시에,

와이프에게 언제 어디든 가고싶을 때 갈 수 있는 무한 출조권을 획득했답니다.

(평소에도 잘해요. 설겆이, 청소, 고양이 뒤처리, 기타 등등...쿨럭.)

반성 많이하고 신무기 장착해서, 

다음번 갈치는 10월쯤에나 다녀오려 합니다.

그때까지.

바다야 무사하길 바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보태기.

- 지난달 다녀온 서해 우럭침선낚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