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의 차장님이 워크샵에서 얘기해주신것으로 지금으로부터 15년 정도 전에 겪으신 일이라고 하십니다.






당시 신입으로 입사하셨던 차장님은 지방의 한 신설 사무소에 배치받은 상태였는데 근처 공장에 부속되었던 사무소는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곳이라 날이 저물면 차도 다니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용한 곳이었는데 일 자체는 매우 편한편이었다고 합니다.






사무소의 위치 자체는 앞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한참 가다 보면 근처의 마트를 갈 수 있었으며 왼쪽으로 한참 가면 옆 현의 마을로 갈 수 있었는데 걸어서 마을 중심부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위치였습니다.






본래는 한가한 사무소 였지만 갑자기 많은 업무가 생겨서 홀로 야근을 마친 차장님은 피로에 절어 사무소를 뒤로하고 퇴근하셨다고 합니다.






자취를 하던 아파트를 향해 운전을 하던 중 자기도 모르게 길을 잃으셨다고 합니다. 피곤했던 나머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을 왼쪽으로 가버린 것이었습니다.



차는 이미 마을쪽으로 들어가고 한참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고 합니다.




도로를 지나는 다른 차도 없었던 터라 바로 차를 돌려 돌아가면 됐을 텐데 차장님은 일단 도로를 따라 직진했다고 합니다.



가던 길로 쭉 달리면 원래 가려던 길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나올거라고 생각했는데 도로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골길은 예상과는 훨씬 달랐다고 합니다.



한참을 달려 간신히 발견한 길로 들어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데 어디를 어떻게 갔는지조차 이미 확실치 않은 상황에 주변은 완전히 어둠에 잠겼고, 길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도 이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스팔트와 흙길이 드문드문 나타나는 길에 차의 바큇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고


" 아마 이 길은 근처 지역주민들만 쓰는 길인가 보네 "




라고 생각한 차장님은 길을 따라가면 마을이 나올 것이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좀 더 나아가자 예상대로 겨우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군데군데 불 켜진 집도 보였다고 합니다.



방향감각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마을 중심부는 아닌 것 같았지만 돌아가는 길만 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하고 집 근처로 향했습니다.



차장님은 불이 켜진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라이트를 끈뒤 일단 담배를 필 생각으로 차에서 내린 차장님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추었다고 합니다.





" 차장님의 시선이 향한 그쪽에는 적어도 10명 이상 되는 마을 사람들이 어둠 속에 서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노인뿐이었고 다들 일제히 이쪽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것을 보아 환영받지 못하는 입장인 게 확실했습니다.



그러다 노인 한 명이 소리치기 시작했는데 다른 마을 노인들도 이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뭐 하러 온 거냐, 돌아가라, 외지인 놈!"




"도둑놈!"



"그건 절대 주지 않겠다! 안 줘! 돌아가!"





그 지역 사투리로 말을 해서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계속 저런 말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장님은 오해를 풀기 위해 해명을 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그저 계속 뒤로 뒷걸음질 쳤는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도 또한 10명 정도 되는 마을 사람이 서있었다고 합니다.


그들 또한 험악한 얼굴로 뭔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상사가 놀란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차장님 얼굴 바로 근처까지 다가온 왜소한 노파가 염주를 든 채 악의에 가득찬 얼굴로 노려보며 입으로 뭔가를 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사롭지 않은 공기에 압도된 상사는 차로 돌아가 액셀을 밟아서 마을로부터 나가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은 쫓아내려 할 뿐 쫓아올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한참 동안 귀에 노파 목소리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에 의하면 노파가 차장님을 향해 계속 외우던 그 소리는 아마도 자신을 향한 염불소리와 더불어 뭔가를 반복해서 말하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결국 마을을 빠져나와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마을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그 길로 이웃 현에 도착했고 국도를 크게 돌아 집에 돌아갔을 땐 이미 아침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 차장님은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이 나빠졌다고 합니다.





일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몸이 무거워지고 식욕을 잃어갔고 억지로 식사를 해 봐도 사흘 만에 체중이 5킬로나 줄었다고 합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시점에는 안색도 크게 바뀌어서 동료들도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고 종합병원을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몸 어디에도 이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마을에서 겪은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한 차장님은 의지가 없는 자신을 좀 더 분발하자고 몰아붙여봤지만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잠시 휴가를 내고 쉬던 어느 날 면사무소쪽에 있던 기업 인사 담당자와 잠시 만날 일이 생겼는데 그 인사 담당자는 차장님과 비슷한 또래여서 평소부터 사이가 좋았다고 합니다.




예전에 함께 술을 마신적이 있었는데



" 나는 원래 영감이 있다 "




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차장님은 그 이야기를 장난스레 받아쳤었다고 합니다.



용건을 거의 마쳤을 즈음 그가 입을 열었는데 차장님에게





" 어차피 믿지는 않겠지만 네 건강에 관한 일이니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해."




라고 말을 시작했고 그의 말에 따르면 당시 차장님의 건강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저주에 씌었기 때문이며 불제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고 해서 본인이 잘 아는 절을 소개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차장님은 그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가 소개해준 절을 향했고 절의 주지스님은 태연하게 차장님을 맞아주었고 정성스레 불제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불제를 마치고 하루는 절에서 머물러야 된다고 해서 그곳에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좋아진 차장님은 여전히 저주에 대해 반신반의한 채로 그 마을에서 겪은 일을 주지스님에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주지스님은 차장님의 얘기를 쭉 들은뒤에



" 그 마을이 자기네 토착 풍습을 완고하게 지키는 곳임을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







그 풍습이라는 것은 아주 먼 옛날 숙소를 내준 외지인에게 아이를 유괴당한 일이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생긴 마을만의 자기 방위책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외지인은 결코 받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그 풍습은 나날이 발전하여 쫓아낸 외지인이 다시는 마을에 오지 못하도록 마을 자체의 무녀로 하여금 어떤 신에게 기도해 외지인을 저주하여 죽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다만 이 경우 신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주지스님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저주를 행한 사람도 마지막은 결코 좋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차장님은 그날 밤 본 노파와 그 목소리가 떠올랐지만 그래도 저주같은 걸 믿고 싶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 하지만 그 마을에서 본 것은 남자고 여자고 전부 노인이었던 것 같은데 왜 젊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일까 ?"





애당초 아무리 시골이라고는 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젊은 세대가 있다면 그런 풍습에 사로잡힌 채 살아간다는 사실은 도무지 믿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의문을 가진 차장님은 주지스님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주지는 그 말을 듣고상사가 아직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고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해주었다고 합니다.




그 마을은 일본 전국에서도 꽤 빠르게 고령화를 맞은 곳이며 남은 노인들은 주위와의 교류를 완강히 거절하며 있지도 않은 갓난 아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외지인을 쫓아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마을은 서류상으로는 폐촌이 된 지 30년 이상이 지났다는 얘기였고 마을에 남은 노인들은 외부와 교류를 끊은채 그들끼리 살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차장님은 이야기를 듣고 전신에 일어난 오한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차장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를 어느정도 믿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매주 주말마다 근처 절을 방문하신다고 합니다.









후일담으로는 이 일이 있은 후에 면사무소에서 합동상담회 비슷한 행사를 마치고 차장님은 면사무소 담당자의 차를 타고 다시 그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둡지 않은 낮 시간대에）




그 지역에 쭉 살았던 면사무소 담당자는 대단히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이 지역에 사업관련해서 투자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은 이 얘기를 행사에서 듣고 오히려 꽤 기대하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그날 밤 갔던 길과는 아마도 반대쪽방향 으로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낮에 도착해서 보니 마을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폐가뿐이어서 저번과 같은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함께 마을 안쪽까지 걸으며 돌아본 풍경은 그날 밤 봤던 마을임에 틀림없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폐가를 구경하더니 어느정도 만족하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이 때 면사무소 담당자는 폐가 건물 안쪽 에서 이쪽을 지켜보는 마을 사람 몇 명이 보인다며 끝까지 차에서 홀로 내리려 하지 않았고 합니다.



만일에 대비하여 투자자들과 함께 셋이서 그 절에 불제를 받으러 가니 전에는 그렇게 상냥했던 주지스님이 이번에는 불같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 그렇게 죽고 싶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죽으라"



이 말을 마지막으로 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