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ㅋㅋ 진짜 재미없네 너네 어머니한테 검수 받고 글 좀 적어야겠다'
'ㅋㅋ 딱봐도 돈보고 만났구만 무슨 사랑타령'
'ㅋㅋ 이거 내가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고등학생때 성형 싹하고 고친거라던데'
'ㅋㅋ아님말고'
하루에 수십개씩의 악플..아니 댓글을 적는 난 백수다
정확히 말하면 취업 준비생이며 아직까지 사회가 날 알아주지 않았기에 날개를 피지 못한 그런 사회초년생
그게 나의 자기합리화이며 자기변호였다.
자신에게 향해야할 채찍질과 원망은 타인에게 방향을 바꾸었고 가장 만만하며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이 나의 무대였다.
그리고 악몽은 예상치 못한 날 찾아왔다.
'ㅋㅋ 이새x는 볼때마다 저러고 있네 관종이야 관종`
유명 연예인의 뉴스 기사에 악플을 남기며 그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가 또 다시 악플을 남기던 나에게 누군가가 속삭였다.
"하나...둘...셋...넷...."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소름끼치고 기괴한 목소리...
찬 바람이 느껴지는 한기까지..
옆을 돌아보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성이 날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까아아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넘어진 나에게 여성... 아니 귀신은 얼굴을 들이밀었고 난 그 얼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일주일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한 비운의 연예인...
'ㅋㅋㅋ 힘들다고 징징거리더니 정말로 죽었네 꼴좋닼ㅋㅋ'
그리고 한달 동안 내가 타겟으로 정하고 사망소식을 전하는 뉴스기사에도 악플을 남겼던 나..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여도 알 수 있었다...나에게 원한이 있어 찾아왔으며 무슨 원한일지
시x...귀신이 있을 줄 알았으면 죽을거 같은 사람한테는 악플 안남기는거였는데..
나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귀신은 날 바라보더니 입이 찢어지라 웃으며 말했다
"만! 만! 만! 만!"
그리고 귀신의 얼굴은 컴퓨터 화면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윽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 일흔여덟..."
저 숫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난 알 수 있었다.
바뀌는 모니터 화면 속에는 내가 여태까지 적었던 악플들이 적혀있었고 귀신은 그 갯수를 세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 소름끼치게 웃음을 지으며 외치던 숫자 10000....
만일 내 악플의 갯수가 만을 넘어간다면 난 어찌 되는걸까...
짦은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숫자는 네자리를 기록했다
"구천구백이십...구천구백이십일...구천구백이십이..."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악플 또한 거기서 멈추었다.
아쉬운듯 귀신은 날 바라보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고 이내 흐릿해지더니 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살..살았다....후..ㅋㅋ 그래도 호구 귀신이였나보네...나였으면 그냥 바로 죽였을텐데 ㅋㅋ"
다행히도 귀신은 나에게 10000이라는 경계선을 정해놨었고 난 아슬아슬하게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
앞으로 다시는 악플을 쓰지 않을거라는 다짐과 함께 난 컴퓨터를 껐다.
한달 뒤.....
또 다시 취업에 실패했다...왜 어째서? 사회는 날 알아주지 않는거지? 내가 모자른거라고? 헛소리하지마
그리고 이때 또 다시 나의 눈에 연예인들의 인터넷 기사가 눈에 띄었고 난 댓글을 적기 시작했다
'이건..악플이 아니야 어디까지나 네티즌의 댓글이라고....'
"구천구백이십삼.....구천구백이십사...."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