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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박상병 하
이름: 지영이


등록일: 2021-05-03 12:21
조회수: 188 / 추천수: 0





 

**


 


 


“....”


 


그 말에 부대에서 이등병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서서히 맞춰져가는 퍼즐조각들.. 설마?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이하사는 내게 나가자는 눈치를 줬다.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차갑게 변한 남자를 보며 어떠한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나가려는데 문득 가게 한편에 걸려 있는 가족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건 절대로 믿지 않지만 만약 이등병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걸 입증해 낸다면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진 않을까? 뭔가 해결되지는 않을까?


 


“이하사 아까 뭐 산다며. 안내 좀 해달라고 부탁드려라.”


 


그렇게 이하사의 등을 떠밀자 이하사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곧 내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이번에 저희 부대에서 쓸 비품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


 


그 말에 남자는 약간이지만 표정을 풀고서 퉁명스럽게 답하며 이하사를 따라갔다. 그 찰나를 이용해 핸드폰에 여자의 사진을 담아왔고 적당한 물건을 구입한 우리들은 다시 부대로 돌아왔다.


 


부대로 돌아온 즉시 그 이등병을 호출한 우리들은 조금은 믿고 있으니 귀신의 형상을 대강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 그게..”


 


흰 종이위에 펜을 잡고서 이등병이 잠시 망설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이하사가 말했다.


 


“김병장이 죽은 날에도 혹시..”


 


그 말에 이등병은 침묵을 지켰다. 곧 파리해진 안색으로 펜을 놀리기 시작하는 이등병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자 얼굴에 있는 특징이 매우 일치했기 때문이다.


 


코 옆에 있는 붉은 반점.. 그리고 눈 밑에 있는 사마귀 같은 것. 정말로 이등병의 말이 사실이라는건가?


 


난 핸드폰을 들어 아까의 사진을 이등병에게 보여줬고 그 사진을 본 이등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넘어져버렸다.


 


“으, 으아! 으아악!”


 


버둥거리며 바닥에서 발작적으로 일어서려는 이등병의 모습을 보며 우린 예삿일이 아님을 감지했다. 간신히 이등병을 진정시킨 우리들은 의자에 앉아 의논했다.


 


“어째서.. 그게 저한테 보이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중한 그의 태도를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여전히 이등병의 말을 백프로 신뢰할 수 없었다.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런건 한낱 미신 따위가 아니었나?


 


하지만 이하사는 조금 이등병의 처지가 이해가 갔는지 조금 따스하게 입을 열었다.


 


“너한테 뭔가 얘기하고 싶었던거 아닐까?”


“저한테 말입니까..?”


“그러니까 너한테 또 나타난거겠지. 너 아예 본적도 없지? 그여자는.”


“..예.”


“이상하네.. 참.”


 


둘의 대화를 들으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하사. 그 부대원들.. 이라고 했잖아. 그럼 아직 더 남아 있다는거야? 여자가 한 명한테만 당한게 아닌거 같던데.”


“..아.”


 


이등병은 무슨 일이냐는 듯 우리들을 보며 설명을 바라는 눈치였다. 이하사는 곧 이등병에게 다가가 어깨를 양손으로 강하게 잡으며 말했다.


 


“너.. 이제 생활관으로 복귀해서 그 여자랑 관련된 소문은 죄다 물어와. 그 여자랑 연관되어 있는 놈들 전부다. 특히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놈일수록 좋아.”


 


이하사는 그렇게 말하며 이등병을 떠밀 듯이 방에서 내보내버렸다. 그리곤 곧 한숨을 쉬었다.


 


“과장님. 설마 믿으십니까?”


“..그럼 어쩌냐. 별다른 방도도 없고.”


 


그렇게 우린 무거운 침묵 속에서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이등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등병은 하루가 다르게 아주 초췌한 몰골이었는데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안색이었다.


 


“너 왜 그래? 괜찮아?”


 


걱정스레 묻는 이하사에게 대강 고개를 끄덕인 이등병은 자리에 앉아 시름하듯 말을 내뱉었다.


 


“밤새 그 여자에게 시달렸습니다. 가위에 눌려서 자지도 못했습니다.”


“....”


“그래서 소득은?”


“워낙 쉬쉬하는 기밀 같은거라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부대내에서는 작은 소문도 잘 퍼지기 마련입니다. 그 여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병사는 조병장과 김하사입니다.”


“그 둘은 지금 어딨지?”


“조병장은 근무를 서고 있고 김하사는 휴가중입니다.”


“흐음..”


 


그 말에 우리는 생각에 잠겼다. 아직 2건이지만 특정 장소에서 연달아 자살하는 건 분명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 거기서 그들을 기다리면 어쩌면 자살 해프닝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건데..


 


“야. 너 불침번 근무 언제야.”


 


내 말에 이등병은 몇 번 눈을 껌뻑이고는 ‘오늘’ 이라고 답했다. 거기에 작은 감이 왔다. 결전은 오늘 밤이다.


 


“너 그 여자가 누구한테 가는지 잘 보고서 알려줘. 우리는 여기에서 대기타고 있을테니까. 알았지? 바로 알려줘야 돼. 아무래도 오늘 너한테 보일 것 같다.”


 


내 말에 이등병은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나갔다. 이하사는 사라져버린 이등병의 발자취를 보며 말했다.


 


“과장님.. 설마?”


“밑져야 본전이야. 일단 오늘밤까지 기다리자.”


 


**


 


그날 밤. 이등병의 근무 시간 때 잠에서 깨어난 우리들은 긴장한 채로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등병이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 의아한 마음에 이하사를 올려보냈는데 곧 허탈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게.. 여자가 안나타났답니다.”


“오늘이 아닌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꼬나물고서 라이터에 손을 가져갈 때였다.


 


아주 빠른 발자국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거기에는 파리한 안색의 이등병이 서있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났다는 것을 캐치한 우리들은 바로 이등병에게 다가갔다.


 


“보였어?”


“그게.. 아니라.”


“그럼?”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서?”


 


따지듯 묻는 말에 이등병은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이등병이 가리킨 곳은 문제의 그 장소였다. 속는셈치고서 그 장소로 가기로 한 나와 이하사는 이등병에게는 복귀하라는 말을 하고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한밤중에 산길은 매우 스산했다. 더군다나 그런 얘기를 들은터라 알게 모르게 불길하고 초조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헉..헉.”


 


두 사람이 내는 격한 숨소리만이 산에 울릴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 없이 걷고 있을 때였다.


 


“..과장님.”


“왜.. 헉.. 헉.”


 


터지려는 심장을 간신히 움켜 쥐며 이하사를 보니 그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 어?”


 


그 말대로 산 어느 곳에서 남자가 고통에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뭔가 입이 막혀 버둥거리는 듯한 그런 소리 말이다. 순간 소름이 돋아났다. 이하사도 나와 마찬가지인지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으드득. 이를 강하게 물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곧 다리를 차듯이 앞으로 나아가니 이하사도 나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문제의 장소에 도착하니 고목나무에 매달린 마네킹 같은 현상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서둘러 그에게 다가가 내려주려고 했지만 우린 그럴 수 없었다.

 

키키키키키히히히.”

 

남자의 목을 양손으로 움켜쥔 한 여자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여자는 사진 속에서 봤던 그 여자가 분명해 보였다비록 그 모습은 많이 변했고 얼굴 조차 변형되어 있었지만 직감적으로 난 알 수 있었다.

 

저기요잠시만 얘기 좀 들어보세요.”

 

그렇게 난 바보처럼 입을 열었던 것 같다허나 내 말에 멈출 정도였다면 저런 원혼이 되어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려..”

 

버둥거리며 우리들을 보는 남자놀랍게도 사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마 휴가중이었던 김하사가 거의 분명해보였다저 남자를 구할 수는 없다내 감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그렇다면 남자에게 뭐라도 얻을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과장님 빨리요!”

 

이하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고통 속에서 죽어나가는 남자를 보며 애타게 소리를 쳤다.

 

당신.. 저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왜 저 여자가 당신들에게 그런 복수를 하는거지벌써 두 명이나 죽었다고.”

..”

 

남자는 내 말에 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다만 손가락으로 숫자 2라는 것을 나타내기만 할뿐이었다.

 

과장님!”

 

애타게 외치는 이하사를 보며 난 몸을 움직였다곧 이하사는 나를 보고 나무에 올려달라고 했다적당히 몸을 숙이자 이하사의 무게감이 온 몸으로 전해져왔다곧 재빠르게 나무를 탄 이하사는 다짜고짜 남자에게 붙었고 그 모습을 보며 여자는 기괴한 비명을 질러대며 남자를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커윽!”

 

그럴수록 남자는 버둥거리며 목을 조르고 있는 앙상한 팔을 강하게 움켜쥐기만 할 뿐이었다.

 

야이 미친년아빨리 안놔?”

 

이하사는 발작적으로 그렇게 외쳐댔지만 그럴수록 더욱 강해지는 것은 남자 목 쪽에 전해지는 거센 압박 뿐이었다.

 

-

 

곧 굵직한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하사는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고 그와 동시에 땅에 구르듯이 떨어진 남자는 축 늘어진채 움직이지 못했다.

 

“....”

 

나와 이하사는 허탈한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와 부대에 보고를 했다곧 다른 기무부대원들이 도착했고 그들이 가장 처음으로 잡아간 것은 다름 아닌 이하사였다.

 

이유인즉 귀신에게 살해된 김하사의 목에 강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하사의 그것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이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렬히 저항했지만 현장에서 나온 증거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아 보였다.

 

억울한 일이다그게 귀신의 짓이라고 해명했지만 어느 하나 믿어주지 않았다나 역시 살인 방조죄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그러나 나의 혐의는 누군가의 진술로 인해 알리바이가 입증 되어 풀려나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이상하게도 나는 그 현장에 있던 것으로 되어 있지가 않았다당시 난 XXXX 부대내에서 예의 이등병과 대화를 하며 사건에 대해 토론을 했다고 누군가 진술을 한 것이다

 

그렇게 억울한 누명을 쓴 이하사만이 살인죄라는 누명을 쓴 채로 부대에서 떠나가게 되었다나는 적당히 보직을 옮겨 받으며 생활을 하곤 있었지만 후에 XXXX 부대에서 일어난 자살 소동에 대해 궁금해졌다.

 

석훈아.”

 

오랜만에 동기인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석훈 역시 다른 부대로 전출갔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염치가 없지만 XXXX 부대에 관한 일을 석훈에게 물었고그는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다만..

 

그 이등병있잖냐.”

아아.”

걔는 정신병원에 갔다아마 나오기 힘들거야.”

“....”

그 후의 일은 잘 모르겠다나도 바로 전출되어서.. 그럼 다음에 보자.”

 

멍하니 휴대폰의 액정을 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에 올랐다.

 

왠지 모르게 그곳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져만 갔다. XXXX 부대 내에서 일어났던 자살 해프닝의 끝을 보고 싶었다그렇게 하루 휴가를 낸 나는 차를 몰고 XXXX 부대로 이동했는데 놀랍게도 부대는 폐쇄가 된 상태였다.

 

허탈한 마음에 위병소 정문을 바라보고 있자 근처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주민이 내게 다가왔다.

 

저 부대는 왜?”

안녕하세요혹시 저 부대 없어졌나요?”

.. 저기자살소동이 하도 나서 말이여.. 없어져부렀어.”

계속 병사들이 죽어나갔나보죠?”

전에 한차례 시끌벅적하더니만.. 후에 2명이 죽고나서 완전히 없어져버렸지.”

어르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십니까?”

 

내 말에 주민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요 앞에서 근무하는 애들한테 요깃거리 주면서 말 걸어보면 다 나와.”

“....”

아무튼.. 한 명은 병사였고 다른 한 명은 대대장이었다지 아마그래서 더 쉬쉬하면서 부대를 없앤 것 같여.”

 

그 말에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마지막 김하사가 남긴 숫자 2의 뜻은 앞으로 죽을 사람이 두명이라는 뜻이었나거기다가 대대장은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다어째서 그가 그 여자와 연관이 되어 있단 말인가?

 

조심히 가여긴 해가 빨리 떨어지니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다시 시내에 있는 군장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어서오세요.”

 

군장점에는 다른 남자가 나를 맞아주었다가게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전에 있던 사장에 대해 물으니 어디론가 떠나버렸다는 말만 들을 뿐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었다.

 

후우..”

 

허망한 마음으로 다시 차로 돌아와 담배를 물었다아무래도 이 사건은 평생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어쩌면 그 부대내에서 병사들이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그 사장은 알고 있지 않았을까그 복수가 온전히 끝나고 나서야 떠나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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