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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박상병 중
이름: 지영이


등록일: 2021-05-03 11:51
조회수: 180 / 추천수: 0





새벽에 울리는 진동 소리에 눈이 떠졌다. 졸린 눈을 부비며 핸드폰 액정을 보니 기무 부대장이 나를 부르는 호출이었다. 이 시각에 부대장이 나를 부를정도면 어지간한 사건이 아니라는 말인데.. 한차례 한숨을 쉬고 전화를 받았다.


 


“충성. 중위 김창수입니다.”


“어, 과장아. 미안하다.”


“아닙니다. 말씀하십시오.”


“강원도 XXXX부대에서 자살사고 났다. 함 가봐라.”


“XXXX부대 말입니까..?”


“왜? 뭐 캥기는거라도 있드나?”


“아닙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짧은 전화 통화를 끝으로 난 잠시 멍한 머리를 환기시켜야만 했다. XXXX부대라면.. 분명 장교 훈련 받을 때 동기가 있는 부대일텐데. 잘 지내고 있나? 그 녀석도 참 운도 없지 자살을 한 병사가 나올줄이야.


 


서둘러 간단히 세안을 하고서 BOQ 밖으로 나와 차를 몰았다. 강원도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진 않지만 그래도 부지런히 가야한다. 1시간이내.. 아주 빠른 속도로 부대에 도착하니 위병소 정문에는 이하사가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충성. 새벽에 참 어수선하지 말입니다.”


“그러게.. 하.”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 담배를 꼬나물고는 위병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타 부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위병소다. 위병 근무를 서고 있는 위병조장들은 미리 언질을 받은 모양인지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빠르게 담배를 태운 뒤 위병소로 다가가니 위병조장이 내게 다가왔다.


 


“충성. 연락받았습니다. 제가 막사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아니 됐다. 대강 여기 길도 알고.. 알아서 갈게.”


“그러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위병조장은 다시 근무지로 돌아갔다. 나와 이하사는 부대를 대강 둘러보았다. 이하사는 올해 임관한 신입하사인데 어떤 경유에서인지 기무부대로 오게 된 불쌍한 케이스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케이스 중에 하나였지만 이게 의외로 보람도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억울한 병사의 일을 풀어주는 일이라던가 군대내 부조리를 파헤치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다.


 


“그나저나 올해 자살은 처음인거 같은데 영 재수가 없습니다.”


 


이 하사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대로 올해에는 자살 소동이 한건도 접수가 되지 않았다. 뭐 기무부대는 우리말고 여러군데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접수를 받은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올해는 양호한 편이다. 심한 케이스가 탈영이라던지 구타가 전부였으니까.


 


“뭐 턴이 돌아온거겠지.”


“그런 말 마십시오. 그런 턴이 계속 이어지면 어떡합니까.”


“에이, 겁 먹었어?”


“..솔직히 좋진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일인데 어떡하냐. 해야지. 참 이하사는 자살 별로 안다뤄봤나?”


“예에..”


 


그렇구만.. 그렇게 우린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하며 XXX부대 막사에 들어섰다. 1층 복도에는 당직사관이 서있었는데 그 표정이 상당히 처참했다. 우린 구태여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그가 안내해주는 대대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대대장실을 열어주는 당직사관. 우린 조심스레 대대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거기에는 40대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담배를 물고는 우리를 반겼다.


 


“어서오게나.”


 


적당한 음료수로 우리에게 건넨 대대장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우린 절차상의 얘기를 하고서 일을 시작했다.


 


**


 


일을 시작하면서 느낀거지만 이 자살을 한 병사는 도무지 그 건덕지가 안보인다는 점이다. 대개 자살을 하기 전이나 후에 뭔가 남겨놓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 병사는 너무나 깔끔하다. 거기다가 특급전사도 딴지 얼마 안됐고 아직 남아 있는 포상휴가도 2개나 있는 상태다.


 


애인도 기다리고 있고.. 집에 아무일도 없는 아주 평범한 병사인데 어째서 자살을 택한걸까? 이건 이하사도 같은 생각인지 파일철들을 훑어 보며 말했다.


 


“과장님. 이거 도무지 안보이지 말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적거리며 말하는 이하사의 말에 나 역시 동의를 표했다. 쉽게 해답이 보일 것 같지 않아 뜨거운 믹스 커피를 연달아 들이켰다. 어느덧 해사 중천에 떠서 점심 시간을 알리고 있는게 보였다.


 


“이하사. 배라도 채우자.”


“예.”


 


우린 부대내 위치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전반적인 부대 운영과 사건, 사고. 병사들의 상태나 간부들의 상태를 문서적으로 훑어 보았지만 이렇다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미스테리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 박동수라는 상병. 도무지 자살할 애로 안보이거든.. 대체 왜 그런걸까?”


“....”


 


무거운 침묵을 지킨 채 식당에 들어선 우린 기계적인 동작으로 짬을 배식받아 입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식사에 열중하고 있을 때, 외소해 보이는 이등병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뭔데?”


“여기선 보는 눈이 많아서 좀 그렇고.. 이따가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래.”


 


적당히 웃으며 답하자 이등병은 주변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취사장 내부로 들어가버렸다. 뭔가 숨기기라도 하는건가? 아니다 별 기대를 하면 안된다. 우린 재빨리 식사를 마친 후 배정 받은 방에서 다시 업무에 들어갔다.


 


그렇게 30분정도가 지났을까. 노크소리가 들려왔고 곧 모습을 드러낸 예의 이등병이 우리를 향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그.. 어제 있잖습니까.”


“일단 앉아라.”


 


이하사가 그렇게 말하며 적당히 마실 것을 이등병에게 건넸다. 이등병은 감사를 표한 뒤 뭐가 그리도 갑갑한지 연간 한숨을 쉬었다. 우린 그를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이게 영양가가 있던 없던 작은 실마리라도 줬으면 하는 내심의 기대를 하고서 말이다.


 


“이 얘기는 오병장님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박상병이 근무 나가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오병장? 분명 걔는 근무표에 없었는데?”


“제, 제가 깨웠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아, 그래?”


 


이하사는 조금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박상병을 깨우러 가는데 왠 여자 귀신 하나가 제게 나타나더니 이상한 짓을 하고서는 바로 박상병의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박상병은 기계처럼 일어나 근무지로 향했고.. 그 뒤로 복귀를 했지만 바로 사라져서 찾아보니 왠 고목나무에 목을 메달아 자살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울먹거리는 이등병에게 우린 적당한 말을 해주지 못했다.


 


“어..”


 


내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뜸을 들이자 이하사가 나섰다.


 


“혹시 너 평소에 기가 약하다는 말 많이 듣냐?”


 


그 말에 이등병은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부정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전 절대 헛것을 본게 아니고 박상병의 달라진 태도가 너무나 겁나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건 알겠어. 알겠는데 우리가 퇴마사도 아니고.. 사건의 진상을 캐러온거지 귀신 놀이 하러 온게 아니란 말야. 미안하지만 가서 일 봐라.”


 


그렇게 이등병을 달래며 돌려보낸 이하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새끼 저거 관심병사로 곧 뜰거 같습니다.”


“뭐..”


 


소득을 건질 수 없었던 우리는 다시 문서에 파묻혀 이것저것 뜯어보았다. 하지만 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을 한 중위 한명이 들어왔다.


 


“야 오랜만이다. 창수야.”


 


그렇게 말한 이곳 부대의 정보장교 최상훈은 작게 웃으며 서있었다. 우린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부대의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건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하다. 부대장님에겐 뭐라고 보고해야 할까.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답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딩-동. 댕-동.


 


일과 종료 종이 울리며 부대가 조금 어수선해졌다. 우린 서류 더미들을 대강 옆으로 치워 놓고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담배를 물었다. 순간 울리는 전화 소리에 이하사가 수화기를 들었다.


 


“통신보안? 아.. 충성. 예.. 알겠습니다. 충성!”

전화를 끊은 이하사는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

.. 당분간 여기서 지내면서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캐치해오랍니다.”

“...”

 

그렇게 우린 이 부대에서 지내기로 결정이 되어버렸다영내에 있는 BOQ 에 방을 배정 받은 우리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며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 일어났고 거기에는 격양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이하사가 보였다.

 

과장님과장님 큰일났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터졌구나를 느낀 나는 서둘러 환복을 하고서 문을 열어주었다거기에는 이미 환복을 마친 이하사가 똥씹은 얼굴로 말했다.

 

간밤에 병사 한 명이 또 자살했습니다.”

아이 시팔.. 무슨 전염병도 아니고누가 죽었는데?”

김진수 병장인데.. 이게 참 이상합니다.”

“..깔끔해?”

 

내 말에 이하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서둘러 BOQ 로 나와 막사로 향했다부대 내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이 따로 없었다연달아 병사 두명이 자살을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하지만 영 이상한 것은 곧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의 자살이라는 것이다.

 

졸린 눈으로 순식간에 정리된 김병장에 대한 서류를 훑어 보는데 영 신경쓰이는 것이 보였다.

 

.. 이하사너 이거 봤어?”

“..?”

왜 죽은 장소가 박동수 상병이 죽은 곳과 똑같냐?”

 

내 말에 이하사는 그럴리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내게 서류를 빼앗아가듯 낚아 챘다.

 

뭐야이거 진짜입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가서 확인해 봐.”

 

내 말을 들은 이 하사는 곧 방에서 나갔다이상하다오묘하다.. 이건 절대 말로 풀어질 수 없는 현상임이 분명하다어째서자대를 앞 둔 말년 병장이 자살을 한단 말인가그것도 예의 박상병이 죽은 곳과 같은 곳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부대가 아닌 인근 마을로 한 번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휘통제실에서 적당히 배차 신청을 한 뒤중앙 복도에서 이하사를 기다리고 있을 때마침 확인을 마친 이하사도 내게 다가왔다.

 

“..이거 맞다고 합니다.”

그래..?”

근데 과장님.”

.”

김병장을 깨운 것도 그 이등병이라고 합니다.”

그게 왜?”

 

내 말에 이하사는 조금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저번 박상병을 깨운 것도 그 이등병이고 이번 김병장을 깨운 것도 그 이등병입니다뭔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이등병이 그런 짓을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그 뼈 밖에 안보이는 몸 봐라뭐 하겠냐?”

 

내 말에 이하사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약 정도는 탈수 있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어느 약이 자살을 유도한단 말이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논쟁을 펼치며 서있을 때 운전병이 내게 다가왔다.

 

충성이번에 배차 신청하셔서 모시러 왔습니다.”

“..가자.”

 

우린 배차를 받은 레토나에 몸을 실었다난 적당히 인근 마을로 가자고 했고 운전병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새벽이긴 하지만 농사일들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상 일찍 나와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민들을 만날수 있었다.

 

그렇게 마을 인근을 돌며 XXXX 부대에 대한 정보를 모았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그러다 문득 부대와 시내를 자주 왕래하는 사람에게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예전에 군장점을 하던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 거기 부대 몇 명이랑 눈이 맞았나봐그래서 뭐이렇고 저런 사이가 된거 같아근데 문제는 그 여자한테 당한 부대원 몇 명이 작당하고 모여 여자한테 해코지를 한 모양이야.”

해코지라뇨?”

남자들이 여자한테 하는 해코지라는게 별거 있겠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주민에게 우린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그럼 그 여자 어디가면 볼 수 있습니까?”

저기.. 시내가면 아마 군장점 하고 있을거야.”

 

평소라면 그냥 흘려 들었을 얘기였지만 지금 내 손안에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다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민이 안내한 군장점으로 향하니.

 

어서오세요.”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반겨주었다우린 남자를 적당히 스캔하며 전의 여자에 대해 물었고 남자는 순간 딱딱해진 얼굴로 말했다.

 

내 딸은 죽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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