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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박상병 상
이름: 지영이


등록일: 2021-05-03 11:40
조회수: 106 / 추천수: 0





**

 

오병장님..”

 

새벽녘 아마 그렇게 된 것 같았다정말 오랜만에 근무가 비어서 꿀잠을 자는 중인데 나를 깨우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렸다순간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것은 왜일까.

 

오병장님..”

 

애타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이번에 새로 전입 온 신병이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순간 욱하고 올라왔던 감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대신 당혹과 허탈함이 나의 두 시야를 또렷하게 해주었다.

 

왜 그래 새꺄..”

 

내 말에 김이병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침상 한 곳을 가리켰다김이병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가져가니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답답한 마음에 침낭을 걷어차듯이 일어나고 녀석이 가리킨 곳으로 걸어가니 사람이 누웠었던 흔적만 있을 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게 왜?”

 

내 물음에 김이병은 잠시 우물거리더니 답했다.

 

박상병이 복귀를 안하고 있습니다.”

동수가걔 어디 근무인데?”

정문 경계 근무입니다.”

그럼 같이 근무 나간 교대장이나 부사수는 왔고?”

..”

 

그렇게 말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하는 김이병이 조금은 답답했지만 이제 곧 말년인 나는 간신히 인내하며 녀석을 행정반으로 데려갔다.

 

“....”

 

행정반에는 피곤을 이기지 못해 곯아 떨어진 당직사관가 당직병이 있었고 그 옆에 작은 방에서 라면을 먹는 듯한 호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근무 복귀를 한 최상병이 있었다.

 

야 석훈아.”

 

내 말에 최상병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오 병장님오늘 근무 없는거 아니셨습니까?”

 

그 말에 대강 얼버무리고는 아직 복귀하지 않은 동수에 대해 물었다최상병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그럴리 없지 말입니다분명 저와 같이 복귀 했는데.. 총도 같이 반납했고..”

막내야 너 여기 다 찾아본거야니 사수 누구야.”

사수와 같이 찾아 봤는데 없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어.”

 

내 말에 최상병이 대신 답했다.

 

한 30분 됐지 말입니다.”

“30..”

 

군인이 근무 복귀 후 30분 동안 침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물론 잠이 안와서 어딘가에서 짱박혀 뭘 하고 있는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박상병인 경우 워낙 잠이 많아 항상 근무가 끝나면 칼같이 침상으로 돌아가 곯아떨어지는게 당연한 놈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비운다는게 영 이상했다.

 

사관님 깨워라.”

 

내 말에 김이병이 조심스레 당직사관을 깨웠고 졸린 눈을 부비며 눈을 뜬 당직 사관은 하품을 크게 하며 우리들에게 말했다.

 

“..으음너네가 여긴 왜 모여있어?”

사관님 박동수 상병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뭔 말이야동수가 왜?”

잘 모르겠습니다근무 복귀를 해야 하는데 30분정도 자리를 비웠습니다원래 그럴 놈이 아닌데..”

 

내 말에 당직 사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

 

남자가 갖는 뭐 그런 시간을 보내나 보지좀 냅둬라걔도 개인만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소란떨지 말고 가서 자.”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피러 나가는 당직사관나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김이병과 최상병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커다란 방송 소리에 눈이 떠졌다벌써 이렇게 시간이 된건가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며 손목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녀석들을 돌려보내고 겨우 2시간을 잔 셈이었다.

 

[당직사관이 전파한다현재 박동수 상병의 신원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전 대원들은 지금 즉시 일어나서 환복 후 다목적실로 집합하도록다시 한 번 전파한다.. 박동수 상병의 신원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3분 이내로 집합하도록 한다실시!]

 

그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동수.. 그 새끼가 정말 탈영이라도 한건가비몽사몽한 마음을 간신히 추스르며 환복을 한 뒤 다목적실로 집합하니 대략 120명정도 되는 대원들이 모여 있었다대부분 졸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채 이리저리 비틀대며 서있었다.

 

당직사관은 그런 대원들을 보며 호통을 쳤다.

 

야이 새끼들이지금 긴급상황이란 말이야지금부터 나가서 박동수 찾아와빨리!”

 

그 말에 우린 적당히 전우조를 형성한 뒤 밖으로 나왔다난 제일 막내인 김이병과 박상병과 근무를 같이 섰던 최상병을 데리고 당장 보이는 곳 아무곳이나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팔 진짜네아니 동수가 왜 그런 짓을 했지?”

 

내 말에 최상병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그 새끼 원래 그런 놈 아니지 말입니다특급전사도 따고 그 짬에 분대장 달고 행보관한테 이쁨 받으면서 포상 휴가도 받은 놈이 말입니다.”

그러니까시팔 이래서 사람은 오래 봐야 하는건데 말야.”

 

그렇게 우리 둘이 박상병에 대해 조인트를 까고 있을 때 김이병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 실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에 우린 김이병을 바라보았고 김이병은 약간 몸을 떨며 말했다.

 

.. 아까 박상병을 깨울 때 무슨 그림자 같은게 박상병 위에 있는게 보였습니다.”

뭔 개소리야너 기가 약해서 헛것 본거 아니야?”

 

최상병의 다그침에 김이병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맹세코 진실입니다전 피곤해서 헛것인줄 알고 박상병을 깨우러 갔는데 그 그림자의 형태가 점점 또렷하게 보이더니 한 여자가 보이는겁니다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나가려는데 그 여자가 저를 붙잡고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그리고 바로 박상병의 몸으로 들어갔습니다.”

 

김이병은 사시나무처럼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그 모습을 보며 우린 뭔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재차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박상병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서 환복을 하기 시작하더니 바로 근무를 하러 나갔습니다.”

그게 끝이야?”

 

내 말에 김이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상합니다제가 굳이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그렇게 일어날 분이 아닌데.. 분명 그 여자도 이상하고 역시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누가 믿어줄거 같냐어휴.. 니가 헛것을 본거라니까.”

“..아닙니다정말 아닙니다.”

 

우린 울먹거리는 김이병을 무시하고서 대충 뒷산에 오르기로 했다좌우로는 다른 부대원들이 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소통이 되지 않을 염려도 없었다.

 

새벽에 오르는 뒷산의 공기는 맑고 좋았다그렇게 박상병 찾기에 모두가 몰두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으아악!”

 

지천을 뒤흔드는 비명소리에 모두의 신경이 집중되는 것은 순간이었다우린 서로 뭐라할 것도 없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전력으로 뛰었고 곧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다른 대원과 커다랗고 오래된 나무에서 목을 메달고 자살을 한 박상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반쯤 뜬 눈과 벌려진 입 사이로 떨어지고 있는 맑은 침 방울들사지가 축 늘어진 몸뚱아리를 보며 우린 단체로 패닉에 빠져버렸다.

 

누가 점마 내려야 하는거 아니가?”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하지만 선뜻 나서서 박상병의 안위를 돌봐줄 용기 있는 병사는 없었다그만치 누군가의 죽음은 생소하고 낯선 것이었다하는 수 없이 난 근처 초소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 당직 사관을 호출했다.

 

곧 모습을 드러낸 당직 사관과 군의관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박상병의 안위를 살폈다뭐가 그리도 억울한지 반쯤 감긴 두 눈동자에서는 희미하게나마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마지막 군의관이 준비해온 하얀 천 같은 것으로 박상병의 얼굴을 가리니 모두가 침울한 얼굴로 그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우린 그렇게 멍하니 죽어버린 박상병의 사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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