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공유 입니다.

지난 7일, 국내의 유명 침대 제조업체인 대진침대는 자사 침대 4종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들 침대는 모두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음이온 파우더'가 들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이온 파우더'의 주 원료는 모나자이트라는 광물로 밝혀졌다. 이 글에서는 모나자이트가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원리와 방사성 원소인 라돈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파헤쳐 보았다.

음이온이란?

음이온(negative ion)은 원자가 전자를 얻어서 전기적으로 (-)전하를 띠는 입자를 말한다. 모든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에 존재하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은 (+)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는 양성자 1개의 전하량과 전자 1개의 전하량의 절댓값이 서로 같아서,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의 개수가 같다. 이때 원자는 전기적으로 안정하다.

원자가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으면 원자에 포함되는 전자의 개수가 양성자의 개수보다 많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원자가 전기적으로 (-)전하를 띠게 되고, 이 상태를 음이온이라고 한다. 음이온을 발생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연적으로는 대기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고에너지 전자기파인 자외선을 흡수하여 이온화하는 경우나, 물방울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분쇄될 때 주변 공기에 음이온이 생기는 레너드 효과에 의한 경우가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음이온 발생 장치는 공기중으로 전자를 직접 방출하여 음이온을 만드는 전자방사식이나 모나자이트와 같이 방사성 원소를 포함하는 원료를 이용해 음이온을 생산한다.

모나자이트란?

모나자이트란, 세륨족의 희토류 원소를 포함하는 적갈색의 인산염 광물이다. 세륨, 토륨, 란탄 등을 얻을 수 있는 주요 광석이며, 화학식은 (Ce, La, Nd, Th, Y)PO4 -Ce는 세륨, La는 란탄, Nd는 네오디뮴, Th는 토륨, Y는 이트륨의 원소기호이며 PO4는 인산-이다.

모나자이트가 무엇인지 보다 쉽게 이해하려면 적철석과 비교하는 것이 편하다. 적철석은 철이 함유된 적색 혹은 적갈색의 산화광물이다. 철을 얻을 수 있는 주요 광석으로, 화학식은 Fe2O3이다.

모나자이트의 음이온 생성 원리

라돈이 검출된 침대에 사용됐던 음이온 파우더는 모나자이트를 가루로 만든 것이다. 모나자이트를 구성하는 원소 중 토륨은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원소다. 방사성 원소는 불안정하여 핵분열을 통해 안정한 원소로 변하려는 성질이 있다. 토륨의 경우 핵이 분열할 때 핵을 이루던 양성자와 중성자를 방출하는 알파 붕괴가 일어난다. 이때 방출되는 입자를 알파 입자(alpha particle)라고 하며, 알파 입자는 중성자 두 개와 양성자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핵분열에 의해 알파 입자가 방출되면 알파 입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되는데, 이 알파 입자의 흐름을 알파선(alpha ray)이라고 한다.

알파선을 구성하는 알파 입자의 질량이 크고, 그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알파선은 에너지가 큰 방사선이다. 알파선이 물질을 통과할 경우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혹은 분자와 상호작용하여 에너지를 주게 된다. 이때 물질의 원자 혹은 분자의 전자가 에너지를 받아 들뜬 상태가 되면 전자가 속해 있던 원자 혹은 분자로부터 분리된다. 들뜬 상태의 전자가 원자에서 떨어져 나올 경우 원자는 (+)전하를 띤 양이온이 되고, 자유로워진 전자가 다른 원자나 분자에 붙으면 (-)전하를 띤 음이온이 생성된다.

음이온과 라돈의 상관관계

한 기사를 보면 음이온이 많을수록 방사능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 이유 역시 토륨의 핵분열에 있다. 토륨의 원자번호는 90번으로, 자연 상태에서는 질량수가 232인 232Th의 형태로 가장 흔하게 존재한다. 232Th에서 알파 붕괴가 일어나면 질량수가 줄어들면서 납으로 변할 때까지 조금씩 안정한 원소로 바뀐다. 232Th의 핵분열 과정에서 토륨의 동위원소를 포함한 다양한 중간 물질이 생성되는데, 228Th에서 두 번의 알파 붕괴가 일어났을 때 생성되는 것이 바로 라돈(220Rn)이다. 즉, 알파 붕괴가 많이 일어날수록 방출되는 알파선이 세지고, 그와 동시에 생성되는 라돈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생성되는 음이온의 양과 라돈의 양이 비례하게 된다.

어느 새부터 우리 사회에는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라는 속설이 돌기 시작했다. 이번 라돈 침대 사건 역시 이러한 믿음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음이온이 공기 중의 먼지 입자를 끌어들여 가라앉게 함으로써 공기 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있지만, 2013년 바이오메드센트럴(BioMed Central)의 정신의학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특별한 건강상의 효과가 없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에서는 2014년 모나자이트를 비롯한 방사성 광물을 사용하는 음이온 제품에 대해 건강상의 효능은 전혀 없는 반면 방사능 위험만 있다며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