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택배의 배송지연은 지난 추석때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추석 때 갑자기 물량이 늘어난데다가 때 마침 대전 터미널의 몇몇 분류라인에 문제가 생겨 가동을 멈추면서 엄청나게 많은 물량의 배송지연이 발생했습니다.
택배회사는 한 번 배송지연이 발생하면 매일 매일 발생하는 물량이 점점 쌓이면서, 배송 부하 및 CS 문의가 점점 더 폭증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즉, 분류작업자나 배송원들의 업무량이 가중되면서 업무 효율은 점점 더 떨어집니다.
여기에다 고객의 전화문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이걸 대응하다보면 배송은 더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못 이긴 배송원들이 집단 이탈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한 번 배송품질이 무너지면 이걸 복구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런 경우 택배회사는 용차라고 하는 건떼기 알바 배송차량을 다량 투입해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일반적인데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단 택배를 배송하는 파이프라인을 급히 넓혀서 대응을 하는거죠..
추석 이후는 택배 성수기라서 이 알바 배송차량을 구하는 문제도 쉽지 않아서, 대한통운의 배송품질이 계속 악화된 상태로 11월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노지스택배의 영업중지 : 상황의 악화>
대한통운이 이렇게 버벅대는 와중에 지난 11월 중순에 국내 택배업계에 중요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소형택배를 전문으로 하던 이노지스택배가 적자를 못이기고 영업을 갑작스럽게 중단한 것이지요. 그 결과 Yes24, 인터파크 등의 대형화주를 포함하여 월간 약 2백만개가 넘는 물량이 갑자기 대한통운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대한통운 물량이 갑자기 약 10% 정도 증가한 겁니다.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이 물량을 대한통운이 받지 않았으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거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물량을 갑작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곳도 사실 대한통운 밖에 없으니 대형화주들은 어쩔 수 없이 대한통운으로 몰려갔지요.
그리고 대한통운도 CJ GLS와의 통합이 되면서 내년에는 처리 용량이 크게 늘어날 예정이라 미리 물량을 확보하고자 무리한 의욕을 보인 것도 사실이구요..
<터미널 증축>
현재, 내년 4월로 예정된 CJ GLS와 대한통운의 합병에 대한 준비로 대한통운의 대전 허브 터미널을 대규모로 증축 공사를 하고 있는데요... 이 증축 과정에서 약 8기 정도의 분류 라인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네요.
이 공사가 내년 2월 구정 전에는 끝난다고는 하는데, 어쨌던 지금은 대한통운의 메인 터미널인 대전 터미널의 가동 효율이 65% 밖에 안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한통운은 모든 물량을 대전에 모아서 분류를 하는데요.. 그 핵심 시설의 가동율이 떨어져서 분류를 제대로 못하니까 여기에서 병목이 생겨서 전체 택배 시스템의 효율이 떨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중앙에 하나의 허브를 두고 운영하는 것을 Spoke&Hub 시스템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효율은 좋지만 중앙 허브터미널이 망가지면 모든 시스템이 작동 불능이 되는 위험이 있습니다. 요즘 대한통운이 그걸 잘 보여주고 있지요.
일단은 미리 들어온 물량을 미리 밀어내는 방식으로 운영은 하고 있지만, 택배가 많아지는 시기다 보니까 처리시간이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황은 길게는 내년 3월 정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합병 스케쥴이 정해지면서 터미널 증축 일정도 정해질 수 밖에 없었겠지만... 하필이면 물량이 폭증는 연말에다 이노지스의 물량도 몰려드는 시점에 이걸 진행할 수 밖에 없었을까 싶어 안타깝네요.
<택배업계의 구조적 취약성>
우리나라 택배회사의 순위는 대한통운, CJ GLS, 한진택배, 현대택배, 우체국, 로젠택배 등의 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통운 외의 다른 택배사들도 성수기라 배송품질이 좋지않다는 점입니다. 대한통운이 특히 더 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다른 택배사들도 배송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성수기인데다가 대한통운에서 이탈한 물량들이 다른 택배사로 가면 다른 택배사 또한 처리에 부하가 걸리고 있거든요..
이것은 국내 택배시장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 들었기에 어느 회사 하나도 튼튼한 체력을 가진 회사가 없다는데 그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낮아지니 채산성이 안맞고, 채산성이 안맞으니 투자를 못하고, 그래서 조금만 물량이 많아지면 배송품질이 악화되는 문제들이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이지요. (관련 기사)
국내 택배업계의 현실이 이렇기에 당장은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우체국이나 로젠택배가 현재 그나마 상황이 양호한 편인데요, 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단가도 좀 비싼 편입니다. 또한 물량이 몰려들면 그쪽도 마찬가지로 배송품질이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배송 자원으로 많은 물량을 밀어넣으면 반드시 어딘가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걸 풍선효과라고 하지요. 여기 누르면 저기가 불쑥 솟아오르는...
이렇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국내 택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회사들이 좀 더 대형화 될 필요가 늘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그 시발점이 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입니다.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통합을 하는데, 그 통합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참 아이러니 하지요.
대기업간의 합병이란게 스케줄에 따라서 착착 진행된다지만, 건국 이래 최대의 초대형 택배사를 만드는 일인 만큼 정해진 시간에 쫓기기 보다는 전후를 좀 더 신중하게 따지고,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라는 책임감을 좀 자각하고 일을 추진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향후 다른 택배사들의 M&A 및 통합이 있다면 이 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지요.
한편 3, 4위인 한진택배와 현대택배는 지금이 치고 나갈 기회인데 같이 버벅대고 있으니 보기에 참 답답하네요.
현재는 이 회사들이 대한통운보다는 조금 배송품질이 더 나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고객을 완전 감동시킬 수준은 아니란거죠.. 이럴 때 이 회사들이 뭔가 확 질러서 따라잡는 결단이 필요한데 말이죠..
어쨌던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부디 대한통운이 하루 빨리 이 문제를 극복해서 국내 택배 배송품질이 한 단계 크게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
그리고 한진택배, 현대택배도 서로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대한통운의 일방독주를 견제하는 동시에 이번 기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때에 국민들에게 서비스 잘해서 점수 확 따면 합병한 대한통운+ CJ GLS 합병 못지 않은 큰 시너지가 날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불편을 참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국내 택배의 품질을 반드시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이 난리를 치고도 계속 지금과 같은 저품질 택배가 계속된다면 정말 우체국택배 밖에 안남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그럼 정말 비싼 택배를 보내야 하는데.. ㅠㅠ
게다가 판매처의 입장에서는 우체국이 공무원이다 보니 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등의 민간기업보다는 문턱도 높고 싹싹한 편도 아니라서 선호되지도 않습니다.
<택배를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리자..>
아뭏든 현재 상황은 국내 택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으니 너무 택배가 늦게 온다고 열받아 하시지 않으셨으면 싶습니다.
천수답같은 국내 택배의 현실상 지금 상황에서는 어느 택배사든 배송품질이 만족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형편이 쬐금 나은 택배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택배사를 고객이 맘대로 고르지도 못하니 더더욱 어쩔 수가 없겠지요.
택배사에 전화 걸어봤자 거의 통화도 안되실겁니다.
국내 최대 택배사가 겨우 200명 정도 CS직원을 두고 있는데 요즘 같은 상황이면 하루에 5~10만콜 정도 전화가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전화통에서 손을 떼고 있을 시간이 없죠..
그리고 CS직원이 전화를 받는다 한들, 그 직원들도 현장의 배송기사랑 통화를 해야 상황을 파악하고 안내가 되는데... 현장 배송기사들은 요새는 아예 전화기 꺼놓고 다닐겁니다.
왜냐하면 중앙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오는 물량이 너무 늦게 오기 때문에, 제대로 배송할 시간도 없으니 배송원들도 엄청 클레임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또 내 물건 찾아내라고 악을 써봤자 현실적으로 찾기가 힘들어요.ㅠㅠ
택배가 밀려서 하루에 몇 백만개가 뒤엉켜 있는 터미널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개별 물건을 찾을 수는 없거든요. 터미널에 직접 찾으러 갔다가 그 넓은 터미널에 천정까지 빼곡히 쌓여있는 택배를 보고 망연자실해서 그냥 왔다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터미널에 직접 가보신 분의 글 링크)
결국 정말 정말 열받지만, 맘이라도 편하게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는게 답인 듯 싶습니다. 지금 일선의 기사들 및 전직원이 붙어서 노력을 하고 있고 대기업 택배사들이니까 시간을 조금 주면 어떻게든 해결은 해낼거라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하루만 지나면 왔지만, 내년 3월까지는 넉넉하게 3~5일 걸린다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꼭 필요한 물품들은 조금 미리 택배를 시켜두시면 더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긴 하지만...
이 사태를 통해 국내 택배업계의 열악함이 조금 더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로를 받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선에서 욕먹어가면서 배송일 하면서 힘들게 고생하시는 분들께 너무 심하게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ㅠ
배송원들은 터미널에서 늦게 물량이 넘어오니 늦게 배송해드릴 수 밖에 없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리고 있지만은 마세요.
위에 터미널에 직접 가보신 분의 글처럼 상황이 저 모양이면 물건이 분실될 가능성도 꽤 있어요.
스마트택배로 배송상태를 챙겨보시다가 1주일 이상 너무 오랫동안 변동이 없으면 판매처에 연락을 하셔서 (택배사에는 연락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재발송이나 환불을 요청하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이상 끝.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년 12월 21일
** 상기 내용은 100% 확인된 내용은 아닙니다. 그냥 참고로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택배가 좋다 안좋다는 동네 차이가 큰 듯. 배송기사분 잘 만나는것도 운인듯해요.
저희 동네는 대한통운, 우체국이 최고고 나머지 택배사도 문제는 없음 전에 현대택배만 두 번 정도 디어봤네요;;
최근 한달 동안 대한통운 하루 안에 안온게 없었네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동네는 배송 지연 없어서 다행인듯.
등록안내
등록안내
0
0
둥근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