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연봉2000... 경력 의미있을까요.2

법학 전공했고, 사법시험 응시경험있는 현 중견기업 법무팀 재직자입니다.

사실 로펌 사무직보다는 기업체 법무팀이 그나마 낫습니다. 업무를 배운다는 측면에서는 모르겠으나, 연봉조건은 분명히 훨씬 더 낫죠. 그런데 요새는 기업체 법무팀도 일반적인 법학전공자들은 입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로스쿨생들이 너무 많이 풀려서 연봉 4000만 넘게줘도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이 입사하려고 하니까요.

지금 라이센스없는 법학전공자들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기업체 법무팀은 서서히 로스쿨중심으로 변해가는 추세라서, 라이센스없는 사람들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뜻 로스쿨을 택하자니, 경쟁이 치열해져서 들어가기가 쉽지도않거니와 로스쿨 3년간 소요되는 학비와 생활비도 무지막지합니다. 공무원 역시 비용부담과 시간소모가 크고, 로펌같은 곳은 변호사가 아닌 이상 너무 박봉입니다.

선택지가 정말로 몇 개 없습니다.

이 경우, 그나마 해답아닌 해답을 찾아보자면,

1. 일단 기업체 법무팀에 입사해서 경력을 쌓으면서 변호사 라이센스 외의 것(감사에 관한 자격증 또는 인사팀 등 법학과 관련이 있는 부서로의 전보 및 PHR/SPHR 자격증 등)을 취득하여 법학과 관련은 있지만 변호사와는 그나마 분야가 덜 겹치는 쪽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것.

(일반 기업체 법무팀 들어갔다고 해서 마냥 넋놓고 있으면 5~10년 지나면 무조건 로스쿨출신 변호사한테 밀립니다.)

2. 아무 기업체 아무 부서나 일단 들어가서 돈을 모으면서 공부하다가 로스쿨에 입학, 공무원 준비, 노무사 등 준고시 준비로 전환하는 것.

3. 로펌 사무직이 아니라 영업사무장으로 성장하는 것.

로펌 내에서 일반서류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직만 있는게 아니라, 사무장도 있습니다. 사무장은 내근사무장과 영업사무장으로 나뉘는데, 내근사무장은 통상 월급제 근로자라서 월급여가 고정되어있고 연봉 자체도 딱히 높지않습니다. 그러나 영업사무장은 자신이 소송사건을 변호사에게 물어다주는 역할로 일종의 영업직이기때문에, 자신이 사건을 물어오는 만큼 인센티브라는 콩고물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사건 잘 물어오는 영업사무장들은 어지간한 변호사보다 돈을 더 잘법니다. 다만, 아무래도 영업사무장은 인맥도 넓어야하고, 법학과 실무도 대충이나마 알아야하며, 간단한 법률상담은 스스로 해줄 정도는 되야 합니다. 그리고 술도 잘 마셔야 됩니다. 어찌보면 흔히 말하는 기술영업직하고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영업사무장은 기업체에서 몇 년 종사하다가 인맥이 좀 넓혀지면 지인들의 소개로 영업사무장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영업사무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건 아무래도 좀 힘들긴 합니다만, 기존 영업사무장이 자신을 잘 봐줘서 직접 끌고다니면서 사람들하고 안면트게하고 노하우를 가르쳐준다면 진입이 수월할 수도 있겠지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하나같이 어려운 길들 뿐입니다.

옛날처럼 사법시험 합격자 / 사법시험 비합격자로 딱 갈라서 기업체 법무팀이 \'그래, 사법시험 합격 못한 라이센스 없는 사람이라도 변호사보단 연봉을 적게줄 수 있으니까 고용해서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라이센스 없는 법학전공자로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게 최선인지 확신을 못하고 있지요. 단지 제가 보는 탈출구만 소개해드린 정도입니다.

어쩌면, 법학이라는 전공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기술이나 학문을 배워야 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겠지요. 그 정도까지 내몰리고 싶진 않지만, 제 개인사정을 세파가 가엾게 여겨주진 않겠지요. 법학을 버리면 뭘 해먹고 살테냐? 이러면 또 딱히 할 말이 없어집니다. 갑갑하죠.

모쪼록, 글쓴님이나 저나 최선의 방향을 잡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