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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날씨, 봄날같은 산책.
세 번이나 갔지만 한 번도 끝까지 걸어보지 못했던 한라산둘레길 천아숲길과
처음 들어가 본 돌오름길까지 이어서 17km를 걸었습니다.
따스한 햇볕과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달아나는 노루, 걷는 내개 이어지던 새소리.
인적이 드문 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참 고마운 산책이었습니다.
버스시간에 쫓겨 마지막 4.7km를 50분만에 서둘러 걸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한시간 뒤 다음 버스를 타도 됐을텐데, 왜 좋은 길에서 아등바등 했을까"하고 후회했습니다.
또, 한라산둘레길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소요시간보다 많이 단축된 시간에
내심 속으로 뿌듯해했던 제 모습도 부끄러워졌습니다.
저에게는 시간을 재고, 기록을 재는 레이스가 아니라 단지 걷는 것일 뿐인데요.
걷는 동안 옆도 한번 더 보고, 걸어온 길도 돌아보고,
풍경 좋은 곳에서는 느긋하게 쉬면서 그 순간을 즐기라고 만들어 놓은 길이고,
또 그렇게 안내된 시간일텐데요.
다음주에는 오래간만에 제주 바닷가 해안길을 '놀멍, 쉬멍' 걸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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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번에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