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산행후기 (사진 12장)8

 안녕하세요. 

무릎통증으로 한 동안 쉬다가, 어제 출장 다녀와서 피곤해서 쉴까 하다가... 

와이프가 담주부터 주말마다 뭐 배운다고 해서 (동계 설산 갈려고 두 달 동안 내가 지른 게 얼만데),

당분간 오늘 말고는 등산갈 시간이 없을 거 같아 관악산 다녀왔습니다.

엔진오일도 갈아야 되서, 06:30에 알람을 맞춰 놓고, 9시에 일어났네요. 하하.

세일 때 질러놓고 개시를 못한 파타고니아와, 라푸마 WB400 바지를 입고 나가기로 합니다.

일단 챙긴 거.

ㅇ 가방: HMG Southwest 3400

ㅇ 옷: 파타고니아 써멀 스피드웍 집넥, 윈드쉴드 하이브리드 베스트, 나노 퍼프 자켓, 나이프 릿지, 라푸마 쉘러 WB400 바지, 스마트울 phD 헤비크루 양말, 블랙야크 b발트(비상용으로 가방에), 토페인 신발, 툴리스 무스탕 깔창

ㅇ 장비: 블랙다이아몬드 알파인 카본 폴, 헤드램프, 아이젠, 동계 장갑 등

ㅇ 음식: 김밥 두 줄, 초콜렛, 뜨거운 물 1리터.

겨울이라 김밥 먹다 체할 거 같아서, 따듯하게 좀 먹을 수 없을까 궁리를 해봅니다.

날진 1리터 물병에 뜨거운 물 끓여서 넣고, 다시 날진 보온 케이스에 담은 후,

한여름 이후 안쓰던 쿨러에 넣습니다. 그리고 써모스 보온죽통(?)을 하나 챙겨 나갑니다.

집앞 김밥집에서 김밥 두 줄을 포장해서 쿨러 안에 넣습니다. 그리고 써모스 죽통에 국을 좀 받아 갑니다.

엔진오일 갈고 나니 12시네요. 아직 무릎인대도 좀 불안하고, 높은 산은 하산 때 야간산행이 될 거 같아서, 관악산으로 가봅니다.

만남의 광장에 주차하고 나니 1시 반입니다. 주차료는 5분 당 150원 (1시간에 1800원)이고, 겨울이라 그런지 차는 많지 않네요.

(예전에 지나다니면서 얼핏 봤을 땐 몰랐는 데, 주차장이 협소하군요... 시즌에는 일찍 안오면 못댈 듯)

계곡길 따라 올라갑니다. 계곡은 꽝꽝 얼어 있네요.

처음 와보는 거라 길을 잘 몰라서 네이버 지도 켜고 계속 체크하면서 갑니다.

장갑 끼고 있어서 스마트폰 지문인식이 안되니, 비밀번호로 눌러서 키는 데 잘 안눌려서 귀찮습니다.

몇 번을 그러다가 암호해제를 하고나니 바로 열려서 편하네요 ㅋ

좀 오르니 아직 눈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젠 낄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스틱에 의지해서 천천히 올라 갑니다.

잘 가고 있는 건가 싶어서 좀 오르다가 지도를 다시 확인했는데, 삼성산으로 오르고 있네요. 하하...

그럴까봐 계속 주의하면서 왔는데 어쩌다 이리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가긴 늦고, 그냥 갑니다. 뭐 어디면 어떠냐...

좀 오르니 양지바른 바위가 있어서 김밥 까먹었습니다.

혼자 다니니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그림자나 찍어봅니다.

오늘의 실험 중에 결과가 가장 궁금한, 김밥 따듯하게 먹기 실험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제일 궁금했는데,

설레는 맘으로 쿨러 지퍼를 따 봅니다.

요렇게 김밥 두 줄, 죽통이 있고, 그 밑에는 뜨거운 물 담은 날진 물통이 있습니다.

냉기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열기는 밑에서 위로 흐르니 날진 물통을 제일 아래에 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네요! 김밥이 막 싼 것처럼 따듯합니다! 맛있네요!

죽통에 싸온 장국도 맛있구요!

다만 단점은 김밥에 김이 서려서 김이 좀 녹아서 터져 있습니다(의도한 건 아닌데 김 김 김 라임이...).

보통 포장째로 먹는데 김밥이 터져서 젓가락으로 먹었네요.

한 줄 맛있게 냠냠하고....

음... 관악산도 못가게 생겼고 이제 뭐하나.... 하다가 좀 더 올라가 보기로 합니다.

요런 밧줄이 나오네요. 올라가 볼까 하다가... 스틱 접기도 귀찮고 해서 우회로를 찾아 봅니다.

우회로가 안보이네요...

스틱 정리하고 올라가 봅니다. 반쯤 쉽게 올라가네요. 발 디디고 서서 괜히 밑에를 한 번 봅니다.

(영화에서 "아래만 안보면 돼, 아래 보지 말고 날 보고 건너와!" 막 이러는 데,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괜히 더 하고 싶어지잖아요...)

괜히 봤네요, 갑자기 무서워 집니다.

맘 다 잡고 나머지 반 올라갑니다.

올라왔더니 우회로 표지판이 있고 또 요런 바위들이 나오네요.

스틱도 접어놨으니 또 가볼까 하다가... 앞서 가시는 다른 아저씨께서 오르는 걸 좀 봤는데,

꼭대기 좁은 틈을 삐집고 나가시네요.

낑낑대면서 틈새 빠져나가기 귀찮아서 우회합니다 ㅋㅋ

저 멀리 관악산이 보이네요.

"헤이 관악산, 너 왜 거기 있니!!"

여기가 어딘가 지도로 찾아보니, 국기봉이었네요!

조망이 터져서 밑에도 좀 구경해 봅니다.

서울대가 꽤 크네요!

조망 구경하고,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곳으로 하산해서 원점회귀하려고 하는데, 길이 꽤 가파르네요.

요 길은 오르는 건 몰라도 내려갈 길은 아니다 싶어서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배는 별로 안고프지만, 가다가 나오는 넓적 바위에서 나머지 김밥 한 줄 마저 먹습니다.

하산길은 재미난 풍광이 없어서 사진 없이 그냥 쭉 ~ 내려왔습니다.

마침 반사경이 있어서 사진 찍어 봅니다 ㅋ

정문을 마지막으로 사진 끝.

산행시간은 천천히 올라서 약 2-3시간 정도 걸은 거 같네요. 쉬엄 쉬엄 조금만 걸으니 다행이 무릎은 많이 안아팠습니다.

오늘 거리에서... 만약 2-3키로 정도를 더 가파른 구간을 올랐으면, 다시 무릎 인대가 아팠을 거 같네요.

당분간은 2-3시간 정도의 가벼운 코스로만 다녀야 겠습니다.

<장비소감>

ㅇ 날진 보온케이스: 이상하게도 사는 게 아까워서 안사고 버티다가 샀는데요... 당연히 스텐레스 보온물병 대체할 정도의 보온 성능은 아니고... 쿨러 정도 성능입니다. 케이스를 씌워도 물병의 온기가 손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케이스째로 쿨러에 넣어도 보온 효과가 좋네요.

ㅇ 옷: 나노퍼프랑 나이프릿지는 벗고 스피드웍집넥 + 윈드쉴드 베스트로 올라갔습니다. 땀 많이 안나고 춥지도 않고 좋네요. (오늘 바람이 별로 없었고, 기온은 2-3도 정도했습니다) 능선과 하산 길에서는 나이프릿지를 입고 내려왔는데,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좋았습니다. 라푸마 WB400도 좋았습니다. 쫀쫀한게 잘 늘어나서 편하고, 요 정도 기온에도 안덥고 좋네요. 주머니에 지퍼가 없어서 바람 많이 불 때 춥다는 말씀도 있던데... 출장 갈 때도 입고 갔는데, 정장 코트랑 같이 입어도 등산복 티 별로 안나고 좋았습니다. 비 쏟아졌는데 또로로 떨어지고 빨리 마르고 좋네요!

설산을 함 가야 할텐데... 휴가라도 내야 갈 수 있겠네요.

내일 눈/비오고 다음주에는 추워진다는 데 감기 조심, 빙판 조심하시고 즐거운 등산 생활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