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젠 있어야하냐고... 등산화 있어야하냐고... 물어보는글들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2003년인가 2월 이맘대쯤. 산불방지기간 시작하기전에 산에 간다고
고딩 친구 둘이랑 설악산에 갔죠.
그딴거(?) 필요없다는 친구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거금을 들여 트렉스타 고어텍스 등산화를 샀고(이거 그후 거의 십여년간 잘써먹었습니다)
친구들것까지 4발 아이젠 3개와, 플리스 장갑 3개를 샀죠
대학생때니까 인터넷에서 싸구려로 장만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제가 차몰고 가서, 설악동에 차 두고 점심먹고 버스타고 오색으로 이동.
처음 가보는 설악산을 오색으로 올랐죠. ㅋㅋㅋ 아무것도 모르니까 용감했습니다.
오르막과 계단들에 숨이 넘어갈것 같았지만
오색쪽은 해가 잘 비치는 쪽이라서 눈도 거의 없었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잘~ 올라갔습니다.
대청봉 거의 다가서 슬슬 남아있는 눈이 미끄럽기 시작하더군요
친구들은 운동화라서 더 미끄러지더군요.
그당시 폐쇄된 대청대피소(2007년에 철거했다더군요?)근처에서
아이젠을 짠~ 하고 꺼네줬습니다.
차보더니 좋다고 난리입니다 -_- 이것들이 -_-+
대청봉 올라가니 분명히 날씨는 좋은데 폭풍이 휘몰아칩니다.
장갑 꺼네줬습니다.
좋~답니다 -_-++
그렇게 경치 구경 잘~하고, 중청대피소에서 신나게 고기 구워먹고
잠자고 일어나보니 다음날 아침에 블리자드가 몰아치네요.
일출을 고사하고, 저 앞에가는 사람 뒷모습도 잘 안보일지경.
살기위해서... 다른사람들 따라서 열심히 내려왔습니다.
운동화에 4발아이젠. 제대로 고정이 안되죠.
줄줄 미끄러집니다.
대청에서 희운각 내려오는데 거의 엉덩이로 절반 깔고 내려왔습니다.
서울에서는 겨울 다 끝나가는 2월에 눈이 그렇게 많을줄은 아무도 몰랐죠.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저야 뭐 등산화에 아이젠이라 쾌적하게 내려왔습니다. 고어텍스 등산화가 이럴때 필요한거구나. 를 절실히 경험했구요.
친구넘들은 양말도 젖고 꽤나 힘들었을겁니다.
아무튼 그래도 아이젠덕분에 친구넘들 좀 덜 미끄러지고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그 뒤로도 꽤나 많은 산에 갔지만, 그때 산행을 잊을수가 없네요
다행히 옷은 충분히 가져가서 추위에 떨지는 않았습니다.
등산장비 다 없어도 산에 갈수는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챙기는것 뿐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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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지르자는거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