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골~입석사~비로봉~사다리병창~세렴폭포~구룡사 

약 10 km (09:10~15:10)

치악산은 원래 붉은 단풍이 유명해서인지 붉을 적(赤)자를 써서 적악산으로 불렸는데,

상원사 꿩의 보은 전설에 연유하여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으로 바꿔 불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등산객들에게는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산으로 유명하지요.

1984년말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등로 정비가 잘 되어서 요즘엔 그말이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그 이전에 가본 사람으로서, 내 기억 속의 치악산은 구룡소와 정상의 돌탑 3기만 기억날 뿐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산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중교통도 지금 같지 않아서 서울에서 당일로 치악산을 다녀오기에는 만만치 않아서 

친구들과 구룡사 근처에서 하루 민박을 하고 오른 것이 오히려 추억으로 남아 있지요.

그래도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은 마음은 가슴 속 저편에 항상 꿈틀대다가 

드디어 34년 만에 다시 올라 보았습니다...

20대 중반의 팔팔하던 청년이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오른 치악산은 

더 이상 예전의 치악산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가파른 된비알로 여느 산 보다는 힘든 산행이지만 계단과 안전시설 등으로 

젊었을 때 보다 오히려 손쉽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지요.

이번 산행을 계기로 치악산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 놓게 된 것 같으니 

다음엔 눈덮인 치악이나 한번 밟아 볼까요...^^.

1982년 늦가을에 구룡소와 구룡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생각나서

34년이 지난 후에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찍고 싶었다...

황골탐방로 입구에서 입석사까지 포장도로를 50분가량 오른다...

쪽빛의 달개비와 분홍빛 물봉선이 좌우 등로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손톱에 물들이는 봉선화는 인도, 말레이지아 등이 원산지인 외래종인데 

물봉선은 순수 재래종으로 물가에 피는 봉선화라는 뜻...

귀한 노란물봉선도 만나는 행운이...

입석사부터 황골 삼거리까지 다시 1시간 이상 된비알을 차고 올라야 한다.

조망이 없으니 야생화에 자꾸만 눈이 간다...

보라색 투구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오리 주둥이 같이 생긴, 진범(진교)

며느리밥풀꽃은 이름의 유래 때문인지, 언제 봐도 측은지심을 갖게한다...

 나뭇가지에 철(Fe)성분이 있는지 녹슨 파이프 같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철(Fe)성분이 있는지 녹슨 파이프 같이 보인다...

황골삼거리에서 조망되는 비로봉(1.3km를 더 올라야 한다).

미륵불 돌탑이 세개인데 북쪽의 칠성봉은 안보이고 두 탑만 있는 모습이 도깨비뿔 같다.

언뜻 보기에 흰진범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노란(흰?)투구꽃인 것 같다.

노란물봉선과, 노란투구꽃 그 귀한 꽃들을 여기 치악산에서 만나다니...

꽃잎이 바람개비 같이 생긴 흰송이풀...

저 꽃잎이 6개인 것 같은데 잘 떨어지는지 2~3개짜리도 보인다.

닭의장풀...달개비, 닭의밑씻개라고도 한다.

닭이 응가하고나서 이 풀에다가 똥꼬를 닦는 가보다...

삼봉과 투구봉이 조망되는 쥐넘이고개 전망대이지만 도화지뷰로구나...

이 나무는 연리목은 아니고 번개를 맞았는 지 

둥치가 두 갈래로 갈라지고도 살아서 각자의 가지를 올린 것 같다.

정상 도착 10여 분전 쯤에 있는 비로봉 조망터에서 바라보니 

왼쪽의 칠성봉까지 돌탑 3기가 모두 보인다.

치악산 정상석이 작년 여름까지는 조그맣고 까만 대리석이었는데 

커다란 화강암으로 지난 가을에 교체된 것 같다.

앞에 것이 남쪽의 용왕탑이고 뒤의 것이 산신탑.

34년 전(1982년)의 비로봉 정상모습...

내 기억에 그 때는 돌탑 3개가 좀 더 가까이 붙어 있었던 것 같은데,

1994년 이후에 벼락 등에 의해서 돌탑이 무너져서 다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돌탑이 더 커지고 북쪽의 칠성탑은 좀 더 떨어져 있게 된 것 같다.

저 자그만 비석이 정상석인 것 같은데 구룡사까지 12km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예전엔 실제거리를 표기한 모양이다.

요즘엔 도상거리로 표기하는지 5km 정도로 표기되어 너무 차이가 크다.

사다리병창길로 하산하는 방향에 있는 북쪽의 칠성탑

빠알간 마가목 열매가 1000 m 고지 부근에 여기저기 탐스럽게 열렸다.

사다리병창의 상부에서 조망되는 비로봉

갈림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세렴폭포...

2단폭포로 높이가 10m 도 안되는 것 같다.

드디어 나타나는 구룡소와

구룡폭포의 멋진 모습...

나뭇가지 뒤에 있는 저 바위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출입금지라 예전의 추억을 되새길 수가 없구나...

약수 파이프에 센서가 달려 있는 지 

사람이 다가서면 물이 나오고 멀어지면 물이 그친다...

수령 200년 된 은행나무인데 수령에 비해 엄청 멋드러지게 잘 자랐다...

구룡교 앞에 있는 용의 동상을 보니 34년 세월의 흐름을 절로 느끼게 한다.

콧수염이 없어지고, 녹이 슬고, 무엇보다도 앞니 몇개 남기고 이빨이 다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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