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그 좋은 바우길 코스를 코앞에 두고 살면서도 몇년에 한번 산에 갈까말까하는 42세 남자입니다.
쉬는날이었는데 먼바람이 들었는지 대관령 선자령에 가보고 싶어져서, 부랴부랴 등산가방에 물, 후레쉬, 사과1개, 수건, 초콜릿, 크레커 등 넣고 출발했습니다.
보현사 ---> 어명정 ---> 대공산성 ---> 선자령을 목표로 집에서 출발한 시간이 2:30분, 보현사에 도착하니 3시였습니다.
보현사 초소 할아버지 왈 : 지금 출발해서는 선자령은 택도없고, 등산 첨이면 대공산성도 쉽지않아. 라는 조언을 듣고 대공산성을 목표로 출발합니다.
오르막도 꽤있어서 힘들어서 속도를 낼수가 없었고, 천천히 40~50분가니 어명정에 도착했고, 고민을 합니다. 대공산성을 가야하나 말야하나. 일단 가보자 출발은 했는데 힘들고 무릎이 아파옵니다.
5분이나 10분을 갔나? 첫사람을 봅니다. 뒤에서요. 동네 뒷산가는데도 만발의 준비를 한 저와는 다르게 누군가가 쓰지도 않는 스틱만 하나만 가지고 다가옵니다. 속도가 먼가 이상해서 길을 비켜드리니 쓱~~지나가시는데 이상한 힘이 느껴집니다. 키 180에 그냥 동네 50대 중후반 아저씨께서 제 옆을 지나가십니다.
저를 앞지르자 마자 10초나 되었나? 갑자기 멈추십니다. 뱀입니다. 지팡이로 쫓으시고 저에게 알려줍니다. 여기 뱀있어요. 지팡이를 뱀 쫓으시려고 가져오시는구나 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뱀을 보고 무서워졌고 나보다는 잘 타시는거 같기도하니 오늘은 이분을 따라 갔다가 같이 내려가자. 라고 결심합니다.
한 10~15분을 따라가다가 점점 느낍니다. 빠르시다. 안지친다. 오르막길일수록 더 빨라진다. 난 죽을거 같은데. 라고 계속 생각이 드는 순간 푯말이 보입니다. 108계단~!!
108계단 경사가 장난아닌데, 아저씨께서는 더 빨라지십니다. 죽을것같아서 50계단이나 갔을까 주저 앉습니다.
이제야 느낌니다. 저분 고수시구나ㅋㅋㅋ
그런분을 따라간다는게 불가능이었조. 저는 뛰다싶이해도 못 따라갑니다.
포기하고 천천히 올라가니 아저씨께서 대공산성 약수물을 드시고 내려갈 준비를 하십니다.
여기서 물 드실려고 가방도 없고 물도 없고 등산화만 착용하고 오셨구나? 생각합니다. 그럼 스틱은 왜? 아 뱀.
내려가시려고해서 말을 붙임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세요? 물으니 2틀에 한번은 온답니다. 길을 몰라서 좀 따라가겠습니다 하니, 내려갈때는 무릅아파서 천천히가니까 잘 따라오세요. 하며 출발하십니다.
그런데 내려가시면서 스틱을 쓰십니다. 아 내려가면서 쓰시려고 가져온거구나. 뱀이 아니고.
내르막은 수월하게 따라갔는데, 올때랑 다른길로 가셔서 그냥 따라갑니다.
임도가 나와서 쭉 가는데, 아저씨께서 사라지셨네요. 갈래길에서 놓쳤습니다. 길을 잘못선택해서 길도 좁고 풀도 많은 등산로가 계속 펼쳐지며, 우여곡절끝에 차가 보이네요. 초소 할아버지도 보이구요.
제 앞에 가시던 아저씨께선 저보다 30분 늦게 출발했고, 저보다 30분 먼저 도착해서 집에 가셨답니다.
아저씨께서 40대 남자가 계속따라왔는데, 왜 안오지라고 할아버지께 얘기했답니다. ㅎㅎ
초소 할아버지왈 : 그 사람은 대공산성을 집드나들듯이 가는 사람이야. 3시에 출발해서 대공산성 갔다온거만으로도 잘한거야. 라고 말씀하십니다.
도착시간을 보니 5시 50분이네요.
약 3시간 동안 많은걸 느끼는 등산이었습니다.
꾸준히 하면 그 아저씨처럼 축지법을 쓰며 올라갈수 있겄조? 따라가느라 무리해서 다리가 아프네요.
그냥 산책정도 생각하고 왔다가 아저씨덕분에 체력단련하고 가네요~^^
다른글보니 사진도 많이 올리시는군요. 오늘은 따라가기 바빠 못찍었고 다음부턴 많이 찍어 오겠습니다. 길 잘 찾아가려고 코스는 하나 찍어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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