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박지는 최대 2인용 데크입니다. (데크주변은 낭떠러지..)

만약 힘들게 산행을 해서 백패킹을 갔는데, 막상 박지에 도착하니 빈자리가 없다면?!

그런일이 실제로 지난 금요일 퇴근박에서 일어났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들머리도 어딘지도 모르고, 

위성지도에서 보이는 박지주변의 적당한 공터를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가 들머리였다니..

잘다져진 등산로가 인적이 많이 오가는 곳임을 알게 해줍니다.

봄은 언제나 오고, 어디서든 오고, 어떻게든 옵니다.

조바심 내지말고, 순리대로 곱게 나이가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초반 능선까지 오르는 길이 좀 가파르긴 해도, 

전체적으로는 능선을 따라가는 평탄한 길이라 걷기 좋습니다. 

때론 이런 특이한 관문(?)을 지나야하지만,

허리를 구부려 통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겸손함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대체로 돌이 많은 암석구간이라, 발목조심 하셔야 합니다.

원래 가고자했던 박지 입니다.

넉넉한 1인용, 비좁은 2인용쯤 되는 크기입니다.

문제는.

코앞까지 가봐야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있는데..

하필 그날은 저보다 앞서오신 2명의 일행이 이미 자리를 잡고 계셨습니다. 털썩~OTL

(이 사진은 다음날 아침, 두분이 철수하고 난 다음에 찍었습니다.)

애절한 눈빛으로 3초간 데크를 응시하다 어떻게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나왔습니다.

이대로 집으로 가야하나..짜증과 멘붕이 가득한 찰나,

멀지않은 곳에 편평한 바위가 있어서 하룻밤 눌러앉기로..

바위에 팩을 박을 수 없어 고정할 일이 걱정이지만,

주위의 돌을 주워와서 스트링으로 묶어두고 바람만 불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달이 엄청 밝은..

고요하고, 고즈넉하고, (바람이 불까..)고민가득한 밤입니다.

그래도 잘 챙겨먹고,

두툼한 매트 덕분에 누워서 왕좌의 게임 몇편도 정주행하면서 편안하고 힐링되는 밤을 보냈습니다.

아참.

얼마전에 구매한 농협침낭은 전혀 춥지않았습니다. (사실 이계절에는 어울리지않지만, 보온차 발에 부띠를 신은 덕분인지도..) 

안개와 잔뜩 낀 구름때문에 일출은 물건너갔고.

일찌감치 정리한 뒤 하산을 했습니다.

하산길에 본 여기도 대체박지로 괜찮은 곳인 듯 합니다.

역시나 바위라 고정 할 방법이 있어야 할 듯..

하룻밤이었지만, 무사히 있는 차를 보니 그 어느때보다 반가웠습니다.

시작할 땐 설레였다가 곧 짜증과 멘붕으로, 그리고 밤새 긴장과 안도감이 뒤섞이다보니..휴우. 

총평.

- 헛걸음은 한번만. 개인적으로 다시 갈 일은..

- 여기가 아니더라도 대체장소를 고려해서 비상 시 주변에 돌이나 나무에 고정 할 스트링? 스트레치코드? 등을 준비하면 좋을 듯.

- 원하던 박지, 원하던 날씨는 아니었지만, 나름 행복했던 비박이었습니다.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