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을 시골에서 운영중입니다.

여기 캠포에 글 올려서 운영방식에 대한 조언도 많이 구하고 나름 꿈과희망(?)을 가지고 해보려고 했는데 현상유지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ㅎㅎㅎ

사실 힘이 많이 들었어요. 가득차면 텐트만 55동, 글램핑 5동

야외화장실 실내화장실 샤워실 개수대 등등 주말 지나고나면 이리저리 고압세척기 들고다니면서 청소하고 쓰레기가 보통 2~3톤씩 나오는 거 분리수거 다 하고 ㅎㅎ

평일 주말 성수기 비성수기 요금 구분 아예 없이

텐트 3만원 캠핑카 카라반 3.5만원 글램핑 6.5만원(침구류 선택시 8.5만원) 이렇게 운영하니 나름 현타도 오더라구요. 코시국 되고 캠핑붐 일자마자 다른 곳은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시설이야 더 좋고 옵션도 풍부하겟지만 글램핑 주말엔 20만원 가까이 받는데 우린 왜 이래야하나..ㅜㅜ  개인이 운영하지만 관의 터치를 받는 구조거든요. 그래도 담당자랑 통화해보니 캠핑 만원 글램핑 3~4만원 올리는 건 문제가 안되는 것 같은데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셨어요. 이렇게 우리가 유리한 위치일때 이런식으로 운영하면 정들어서 찾던 사람도 안 찾게 된다시면서 ㅠㅜㅋㅋ

오천원 만원 올리고 예약제로 바꿔서 텐트는 40동만 받아도 손님들도 저도 만족스럽고 편할텐데 최근 3주동안 두가지 일 때문에 그냥 좀 힘들어도 유지하려구요.

네다섯번정도 오신 손님이신데 기억에 남는 이유가 부모님, 자녀분 두분이신데 자녀분들이 장애우분들이셨어요. 5월 말에 오셨을 때 쌈채소를 깜빡하셨다고해서 저희가 그냥 가꾸는 100평정도 텃밭에서 쌈채소 좀 드렸어요.  그날 매점 마감하고 힘들어서 혼자 맥주한캔 마시고 있는데 1시? 가 거의 다 돼가는 시간에 부모님들이 오셨어요.  수박을 한통 먹으라고 주셨는데 계속 거절하니까 쌈채소때문이 아니고 변하지 않고 운영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해외여행같은 건 못 다니시는데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항상 잘 쉬다 가신다구요. 

여기서 가격 올리는 문제는 생각을 접고 ㅠㅠ

현충일 있던 휴일에는 캠핑장은 이미 다 찼는데 밤 9시쯤 갑자기 전화가 와서 나가봤더니 차 한대가 있더라구요. 캠핑장 입장이 가능하냐고 물으시길래 이미 마감되었다고 말씀드리니 차로 3시간이나 달려서 오신 젊은 부부 손님 두분 다 울상... 자녀가 셋이나 되는 애국자 부부셨는데 애기들이 우니까 마음이 약해지더라구요. 할 수 없이 캠핑장 옆에 있는 저희집 정원에 텐트 피칭하시라고 하고 1층 비번 알려드리고 화장실이랑 욕실 쓰시라고 했어요. 정상적인 캠핑이 아니니 만오천원만 받구요 ㅎㅎ 진짜 공들여 관리한 잔디에 팩 박히는 거 너무 쓰렸지만 애기들 좋아서 방방뛰는 거 보니 나름 힐링이 됐어요.  가시는 날에 아무리 생각해도 미안해서 안되겠다고 기어코 5만원짜리 카운터에 던지듯 놓고가셨어요. 

여기서 선착순 그만하고 예약제로 바꾸려던 생각도 스탑 ㅠㅜ

갑자기 예약제로 바꾸면 지금껏 이렇게 멀리서 오셔서 이용하신 분들이 한동안 헛걸음 하실 거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더라구요. 

좀 더 몸이 힘들고, 관리가 어렵더라도 그냥 이렇게 운영해야 할 운명인가봐요. ㅎㅎ 다행인지 불행인지 캠핑 열기가 점차 식어감에도 아직까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네요.  그저께도 분리수거장 정리하는데 소변 가득 든 페트병 발견하고 그거 비우며... 화로대 재 터는 곳이라고 엄청 큼지막하게 써놨는데도 굳이 화로대 세척적용 싱크대에 재 털어놓은 거 치우며 현타가 오긴했는데 다잡고자 글 올려봅니다. 

그래도 아직 완전 포기한 건 아니고, 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스티커로 설문조사하듯 개수대 있는 곳에다가 설문이라도 해보려구요 아자아자!!

캠포 뽐뻐님들 항상 행복한 캠핑라이프 즐기시길 바랍니다 :)

에고 ㅠㅠ 저번글도 그렇고 캠포 화력이 화력이다보니 또 인기글이라 글 수정해서 내립니다 ㅎㅎ  쪽지로 캠장 문의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홍보목적이 아니라 이후엔 답장을 못해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꾸벅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