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배낭에 텐트 넣어서 침낭하고 발포매트, 화식 장비들로만 백패킹을 시작했습니다.

텐트와 발포매트를 시작으로 배낭이 도착하고 나서 처음 백패킹을 갈 생각에 정말 설레였었는데요,

이제와서 보니 그때보다 지금의 설렘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취미가 참 다양했었어요... 농구, 탁구, 풋살, 러닝, 등산, 자전거, 골프, 수영, 볼링, 카디스트리, 장기, 목공 조각(공예), 기타, 피아노 등의 다양한 취미들을 즐기며 나름 사람들과 대화가 통하고, 어울려 즐길 정도의 수준까지 입문했었습니다. 

물론 저 지경이 되니 한 우물을 깊이 파서 그 분야의 활동가에게 잘한다고 인정받기까지 하지는 못했었죠^^

하지만 나름 제 나이에 비해 다양한 분야를 접해보고 견문을 넓혀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백패킹을 입문하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작년 여름 어느날 '걷는 자의 꿈, 존 뮤어 트레일'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트레킹에 조금 관심이 있었기에 추천을 받아 고른 도서인데요,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있는 국립공원을 지나는 서부 횡단길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사진과 함께 현장감 넘치게 진행되는 글귀에 빠져들어 JMT(John Muir Trail) 종주를 하는 상상에 푹 빠졌습니다. 대자연을 걸으며 다양한 풍경과 소리를 즐기는게 어떤 느낌일지 심장이 벅차올랐어요!

바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약 2주 코스로 JMT 종주 구간에 참여하는 경비만 1000만원이 넘었습니다.

거기에 장비들을 찾아보니 풀장비를 맞추는데만 수백만원의 견적이 나오더랍니다...

(JMT를 가는데 장비 구색은 맞춰야지 싶어서 어느정도 인정받는 장비들로만 비용을 계산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수긍한 저는 PCT (Pacific Crest Trail) 종주는 내 인생의 목표 버킷리스트에 넣어두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 다른 정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백패킹이라는 분야를 알게되었습니다. 아주 생소한 정보였어요. (지인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습니다.)

너튜브를 통해 국내에도 이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많구나라는걸 배웠고, 나아갈 방향을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 MTB 자전거를 구매하고, 골프를 배우던 시기였기 때문에, 돈이 좀 많이 깨진 저는 최소 경비로 백패킹 장비들을 구했습니다. 평소 취미를 즐기며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고 안전과 연결된 필수적인 용품과 장비들만 계산하여 소비했던 저는 이래저래 비싼 텐트와 배낭과 침낭의 가격에 허우적대며 가.성.비 제품만을 찾기 시작했어요 :)

그렇게 장만한게 아래의 목록입니다.

<필수품>

오스프리 이서 AG 85               (225,500원)

네이처하이크 클라우드피크2 텐트 (156,000원)

네이처하이트 발포매트             (15,500원)

헤드랜턴 (LED LANSER) 600루멘  (60,000원)

등산할때 신던 중등산화/ 등산스틱

<있으면 좋은>

집에 굴러다니는 알 수 없는 브랜드의 하계 침낭 + 작은 코펠세트 + 화기 바람막이

미스테리월 스키니 디팩            (30,200원)

소토 윈드마스터 스토브            (92,000원)

스노우피크 티타늄컵 450/300ml   (64,000원)

베른 트레킹패드                        (30,600원)

이 중에서 스토브와 티타늄컵은 유경험자들이 "중복비용으로 소비되는 지출이 더 크기 때문에 차라리 초기에 좋은 제품을 사라"고 조언한 내용 때문에 좀 비싼 제품을 장만했습니다. (사실 당시 장비보는 눈이 높아져 있었던 제가 이 조언을 핑계 삼아 질렀다고 생각드네요ㅠ)

과연 그 조언이 제게 맞았을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아요.. 아직까지 후회는 없습니다.

"필수품으로 백패킹을 다녀보고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장비들을 장만해 나가라"는 고수의 조언에 따라 저 장비로 첫 출정을 했습니다.

텐트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마감처리도 괜찮았어요

배낭도 허리 지지를 잘 해주어서 무게에 비해 힘이 덜들었구요.

랜턴은 어찌나 밝은지 가장 강한 불은 잘 쓰지도 않았습니다.

발포매트는 가볍고 싸고 생각보다 편안했습니다.

근데 장소가 동네 뒷산이어서 야등하는 주민들이 참 많더군요... 원래 계획한 정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 조용한곳으로 갔습니다

400미터밖에 안되는 산에서 지리산 종주할 것같은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저에게 시선이 다 끌려서 조금 창피했습니다.

(백패킹에서는 LNT 해야하는데 다 까발려져서) 사람 많을 법한 곳은 가지 마세요 후회하십니다 ㅎㅎ

그렇게 우왕좌왕 첫 밤을 지내고 추가로 장만한 장비는

쿨맨 백패킹 체어 (27,900원)

입니다. 언젠간 필요할거 같아서 샀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을에 간월재, 신불산을 다녀왔습니다. 백패킹 3대 성지에 꼽힐만 한 경관이었습니다.

좋은 곳을 다녀오고 나니 몸은 고되더라도 재미있었습니다. 보람차고,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동계 기간이 찾아왔습니다. 

장비가 3계절이고, 예산 문제 때문에, 애초부터 동계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안전상 필수적인 비용 소모가 커서...)

다른 취미를 즐기며 겨울을 보내면서, 가끔 생각날때 인터넷으로 장비를 아이쇼핑하곤 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당근 거래로 미사용한 자충매트를 옆동네에서 구해왔습니다.

니모 오라 25L (115,000원)

온라인에서 품절되서 사고싶어도 못사던 매트를 더 싸게 구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여분의 옷을 베게삼아 잘 수는 없었기에 다있소에 가서

에어 베개와 데크용 팩을 구매했습니다. (7,700원)

(돈 몇천원 더주고 괜찮은 베게 사세요~ 에어목베게 사고 후회했습니다.. 목베게로 누워서자는건 정말 불편해요!)

+지금은 있는대로 거꾸로 해놓고 손수건으로 둘러서 편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잠시 뜸해질때 굴업도를 계획해 다녀왔습니다. 아빠와 2박을 보냈는데, 정말 대단한 섬입니다.

사진기로 담아낼 수 없는 수준의 풍경과 일몰이 예술이며,

한국의 갈라파고스, 성지중의 성지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풀을 뜯는 사슴무리, 탁 트인 개머리 언덕에서 내다보는 뚫린 바다, 능선을 타고 부는 시원한 바람, 풀과 흙길을 밟는 내 발소리가 어우러져 제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걷는 동안 웃음만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JMT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을 가진 섬에서의 이틀은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때, 제 장비는 아니지만 아빠가 함께 하려고 장만한 장비로

클라이밋 스태틱 V2 에어매트 (52,900원)가 있습니다. ←(이건 총 합계에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굴업도를 다녀오고 장비를 더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경량 해머(망치) (12,000원)

네이처하이크 미니 에어펌프 (35,000원)

당근 1회 착용 트렉스타 코브라 1000 트레킹화 (50,000원)

해머는 보통 데크있는곳은 쓸데가 없지만 해변이나 흙길에서 잘때 사용할 목적이며, 혹시 자다가 괴물이 덮치면 호신용으로 쓸만한 것 같기도 합니다. >.<

자충매트이긴 하지만 냅두면 바람이 구석구석 차지는 않습니다. 에어펌프가 있으면 확실히 좀 더 편하긴 합니다. 유용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필수품은 아니지만 좀 더 추가된 장비들을 지고 호명산, 고령산을 다녀왔습니다.

1박 1인 물 소비량은 2.5L입니다. 저는 손을 자주 씻어서 물을 많이 씁니다. 저 장비 다 지고 음식 넣고 물넣고 산에 올라가면 상당히 힘겨운 싸움이 됩니다. 상천역-호명호수-호명산-청평역 코스에서 죽다 살아났습니다. 

다녀온 후에 새삼 필요성을 깨닫고 장만했습니다.

루메나플러스 랜턴 (75,000원)

쿨맨 접이식 테이블 (16,200원)

테이블은 저 제품이 너무 길어서 배낭에 패킹이 힘듭니다. 그리고 산에 갈때 의자와 테이블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고생하기 싫으시면 산에는 가져가지 마시구요, 배낭이 좀 작거나 패킹이 더 쉬우려면 돈 더 써서 울트라 테트라 테이블로 가시기 바랍니다. 

루메나플러스는 워낙 추천을 많이 받아서 샀습니다. 좀 비싸게 느껴졌지만 사고나서 실제 사용해보니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불도 밝고, 텐트에 걸어두면 대낮처럼 밝습니다. 텐풍사진도 이쁘게 잘나오고요! 헤드랜턴이 워낙 만능이지만, 조금 더 럭셔리한 밤을 보내고프시다면 추천합니다. 크레모아 울트라 미니와 양대 산맥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장비 구매에 사용된 총 비용은, 

오스프리 이서 AG 85 (225,500원)

네이처하이크 클라우드피크2 텐트 (156,000원)

네이처하이트 발포매트 (15,500원)

헤드랜턴 (LED LANSER) 600루멘 (60,000원)

니모 오라 25L (115,000원)

루메나플러스 랜턴 (75,000원)

미스테리월 스키니 디팩 (30,200원)

소토 윈드마스터 스토브 (92,000원)

스노우피크 티타늄컵 450/300ml (64,000원)

베른 트레킹패드 (30,600원)

쿨맨 백패킹 체어 (27,900원)

에어 베개와 데크용 팩. (7,700원)

경량 해머(망치) (12,000원)

네이처하이크 미니 에어펌프 (35,000원)

당근 1회 착용 트렉스타 코브라 1000 트레킹화 (50,000원)

쿨맨 접이식 테이블 (16,200원)

(이소가스, 물, 식품 등 매 소비성 용품은 제외합니다.)

1,012,600원

원래 보유하고 있던 <중등산화/ 등산스틱/하계 침낭/ 코펠세트 /화기 바람막이/기능성 의류>

중등산화가 10만원대 초반, 스틱 만원, 코펠세트 3만원/ 바람막이 만원/ 침낭 만원/ 의류 (반장갑, 토시, 모자 포함) 8만원해서

25만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건 원래 다른 취미에서 사용하거나, 집에 굴러다니던 것들로, 백패킹을 목적으로 구매한 장비들과는 별도로 계산했습니다.

밖에 집짓고 자는거니까 가구 들이고 조리도구 들이는거랑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구입하다보면 어느새 합산 백만원 금방 넘어가더라고요...

완전 싼 노브랜드 상품으로 50만원 컷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불량이나 고장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비용 같은걸 생각하면 돈쓴게 아깝진 않습니다. 제가 가진게 전부 맘에 들기도 하구요.

고가의 브랜드 힐레베르그 아크테릭스 등을 보다보면 충동구매욕구가 자연스레 생겨납니다.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시작부터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합리적인 예산을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게 좋아보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100만원정도를 예상했고, 앞으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의류나 등산스틱 등 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5년 이상은 이 장비들로 백패킹을 즐기며 가능한 장비 기변 없이 오래도록 사용하고 싶습니다. 

올해나 내년에 지리산 종주를 해보고 싶습니다.

화대에는 이 장비들로 갈 수 없다는걸 알지만,  언젠가는 화대 종주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꼭 미국 JMT를 종주할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PCT 종주를 할겁니다.

백패킹으로 세계일주 하는 그날을 바라보며, 꿈도 크고 할 것도 많은 백린이는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