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 모르고 100리터 배낭을 샀다가 이건 아닌것 같아서 팔아버리고 가벼운 장비 위주로 다시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하나하나 사모은 장비가 이제 다 모인 것 같아서 연습삼아 진짜 백패킹 다운 백패킹을 가보고 싶었습니다.

추석 연휴엔 제주 올레길 트레킹도 생각하고 있어서 취사도구도 다 빼고 비화식으로 짐을 꾸렸네요.

제 장비 리스트는..

대략 이렇게인데 블루투스 스피커랑 아이패드 및 기타 물건들(물티슈, 모기기피제, 후드집업)을 더 패킹하니까

약 7~8Kg 정도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김밥 2줄, 생수 500ml 두병, 맥주1캔, 커피 1캔, 쵸코바 1개, GS25 치킨 5조각;;

등 먹거리를 더하니까 10Kg 중반이 되네요. 점심 먹기 전에 출발하는 거라서 먹는걸 줄이긴 싫었습니다.ㅎㅎ

그래서 첫 백패킹 장소로 선택한 곳은 많은 분들이 가신다던 가평의 호명산 입니다.

듣던대로 등산로 초입에 차를 주차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참 좋은 곳이네요.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경량화에 신경쓴 덕분인지 배낭도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아서 혼자서 즐겁게 산으로 향했습니다.

듣던대로 잣나무 숲이 우거져서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곳이네요.

저같은 등산 젬병이도 30분이면 이런 숲속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건너뛰고 도착한지라.. 배가 고파서 계곡 근처 적당한 곳에 체어제로를 펴고 김밥 한줄, 치킨 한조각, 초코바를 뚝딱 했습니다.

계곡물 소리 들으며 먹는 늦은 점심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이는 X휴지 뭉텅이들이 눈에 거슬리더군요ㅠ

체어제로를 다시 접기 귀찮아서 배낭에 매달고 조금 더 위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워낙 백패커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일부러 일-월요일 일정으로 와서 그런지 몰라도 계곡 중간중간 텐트 칠 만한 공간이 많이 보였습니다.

적당한 계곡 옆 자리에 텐트를 피칭했습니다. 제로그램 엘찰텐 1.5p 입니다.

이번이 처음 사용해 보는건데 플라이가 너무 얇아서 찢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과연 제주도에서도 잘 버텨줄지..

배낭도 새거, 텐트도 새거, 체어도 매트도 새거.. 하지만 이젠 전부 중고로 만들어 주었습니다ㅎ

일요일 점심 지나서 간 거라서 그런지 너무나 조용한 산속이었습니다. 다른 백패커들도 없고 마치 제가 산을 통째로 전세 낸 것 같은 기분..

그러다보니 밤에는 좀 무서웠습니다. 텐트치고 나서 2시간이나 낮잠을 잔 덕분에 밤에는 잠도 안오고 말똥말똥한데

밖에서는 자꾸 뭐가 부시럭거리고..

제일 치명적이였던 건 인터넷이 안터진다는 겁니다..;; 뭐라도 보고 있었으면 좀 덜 무서웠을텐데ㅠㅠ

암튼 그렇게 잠을 설치다가 다음날 9시쯤에 잘 정리하고 쓰레기도 봉지에 잘 담아서 복귀했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다 좋은데 일행이랑 같이 오면 모를까 혼자서 오기는 조금 꺼려지는 장소네요.

그래도 이제 정식으로 머리를 올렸으니까 다른 좋은 백패킹 장소도 도전을 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