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의자에게 일어난다.
분당선, 모란역에 내려 1117번 버스 정류장을 훤하게 비추고 있는 롯데마트에서 깨찰빵을 입에 물고 오물오물 씹고 싶다는 욕망에 의자에게 미련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늘 일상은 환승 1회에 버스 1회로 집에 도착했다. 그런 경우에는 환승 2, 3회 보다 지루할 정도로 긴 퇴근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나름 즐기고 있었다. 그 시간은 분주하게 환승역 계단을 뛰어 오르는 사람,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창(窓) 사이로 서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연인들, 좌판에서 액세서리와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 모두가 동료가 되었다. 그런 기운을 받으며 퇴근할 경우에는 1117번 회선 정류장인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집까지 도착하기 때문에 모란역의 마트에서 깨찰빵을 살 수가 없다.
나는 최다 환승을 할 것이다. 약수에서, 도곡에서, 그리고 모란역에 내릴 것이다. 모란역 5번 출구를 힘겹게 올라 오면 즉시, 바로 내 눈앞에서 부웅, 하고1117번 버스가 떠나길 기원했다. 꼭 마트에서 분주하게 주섬주섬 사고 있으면 버스가 왔다. 그리고 버스가 오기를 한참 기다려야 했다. 아니면 마트에 들어가려고 하면 버스가 오곤 하여 아무 것도 못하고 버스에 올라야 했다. 제발 깨찰빵이란 놈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피곤함이 없길 바란다.
나는 도곡에서 환승을 한다. 유난히 다리가 피곤하다. 내 옆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도비만의 20살초(?) 처녀가 서 있다. 너무 뚱뚱하여 10살 어리광 아이처럼 보인다. 왠지 그녀의 가방에 커다란 왕사탕이 들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리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 社 공학계산기를 쓰고 있는 20대말(?) 허연 호감상의 처녀가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다. 어려운 수학공식이 아닌데, 공학계산기가 필요한 수식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을 어떻게 하여 몇 개를 매입하였는데, 매입한 그 상품이 경쟁사의 무엇으로 인하여 가격이 몇 퍼센트 하락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뭐 이런 류의 문제에, 그에 대한 풀이였다. 공학계산기는 텍사스... 것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社에서 계산기를 만든다는 것이 새로웠으나 단지, 내 상식 선에서는 - 내 주변 인간들은 거의 알 거라는 상식에서는 - 그녀에게 Firewire IEEE1394 칩 제조사로만 알고 있습니다만 계산기도 만드는군요. 어디서 샀습니까. 이렇게 묻고 싶다. 문제를 풀다가 졸고 있기 때문에 툭툭, 건드려 알려주고 싶은 이상한 생각 때문이랄까?
복정에서 허연 처녀 옆에 앉는다. 졸고 있던 처녀가 이제 자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펼치고 공학계산기를 잡고 신기하게도 잠이 오는지 잔다. 어, 내 옆으로 쓰러지려고 한다. 환장하것네.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내 여자가 아니요, 해야 한다. 모란역 롯데마트 깨찰빵 생각은 뒷전이다. 앞에 고도비만 처녀가 심하게 막고 서있어 시선처리가 깜깜하다.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여 신발굽을 본다. 굽이란 없다. 그냥 고무신 같이 생겨 얇은 밑창이 하나 달인 스니커즈다. 슬슬 고개를 들어 그녀의 타이어 같은 허리를 피해 시선을 돌리니 짧고 넓은 쉬폰 치마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은 여자의 엉덩이가 보인다.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하지만 허연 처녀는 내 어깨에 부쳤다 뗐다 하고 있다. 그녀가 옆으로 쓰러질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모란역에 힘겹게 올라오니 찌는 더위에 장날이었는지 양계장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곳이 모란이다. 이런 곳이 모란이다. 난 깨찰빵을 산다. 모란역 5번 출구를 올라오면서 1117번 버스가 내 눈앞에서 부붕하고 떠나지 않았지만, 깨찰빵을 씹으며 참, 오랫동안 늦은 밤의 뜨거운 열기와, 그리고 닭똥냄새를 맡으며 버스를 기다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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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찰빵먹고싶네‥
난 교대역에서태평역까지다닌다오
선릉에서갈아타기도하고수서에서갈아타기도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