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아기가 태어나자 기뻐 어쩔줄 몰랐다..

하하 늙으막에 아들이라니..

60을 바라보니 나이에 노인은 자식을 보게됐다..

흐뭇한 마음에 들보를 들추다..노인은 깜짝놀라고 말았다.

어..얼굴이 없어..

노인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자식은 얼굴이 없는것이었다..

깊은 시름속에..노인은 아들의 이름을 '무면자'라 지었다..

'무면자'는 무럭무럭 자랐다..

부모속 하나 썩이지 않고..착하고 건강하게 자란것이다..

'무면자'는 언제나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였다..

화를 내는법이 없었고..웃음도 울음도 없었다..

어느날..

'혼돈'신이 마을에 오게됐다..

무면자를 보게된 '혼돈'신은..무면자를 측은하게 여겨..눈과 귀와 코..입..을 얼굴에 그려주었다..

그러자..

무면자는 밝은빛과 시끄러운 소리..향긋한 내음새..몸과 마음이 어지러웠다..

세상은 아름다운 색도 많았고..깜깜한 어둠도 또한 많았다.

늙은 아비의 노력으로 어찌어찌 관청의 하급관리로 무면자는 일하게 되었다..

반듯한 용모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중..

무면자는 세상이 가소로웠다..

사람들은 빤한 거짓말과 사사로운 욕심으로 삶을 사납게 사는것이었다.

무면자는 한 '내시'의 집안마당에 '황제'의 얼굴을 닮은 허수아비 인형 하나를 묻었다..

날이 밝자..포청의 감사관을 만나 넌지시..'장소'를 일러주었다..

감사관은 '내시'를 불러들이고..땅을 파내어 '인형'을 찾아내었다..

내시는 목이 베이고..연루된 사람들 모두가 재산을 빼앗기고..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이 이걸 보곤..

너도 나도 '원한'진..혹은 '질투'에 눈이 멀어..

땅속 여기저기에 '인형'을 묻기 시작했다..

'황제'는 무서움에 떨어..'인형'이 나오는 족족..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사형'으로 다스렸다..

마을마다 고을마다..사람들이 다니지를 아니하고..

숨죽여 일찍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시'들은 전전긍긍 서로 모여 머리를 맞대었다..

이대로는 '황제'에게 죽을뿐..

'반란'이 일어났다..

고을 여기저기 불이나고..쇳소리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망루에서 불타는 마을을 내다보며..'무면자'는 마음이 불편했다..

다른사람들은 다 괜찮은데..마음 걸리는 단 하나의 '사람'이 있었다..

마음에 두었던 '처자'가 혹시라도..저 화염에 섞여 불타지 않을까 불안 하였던것이다..

무면자는 여기저기 처자를 찾아 돌아보다..'감사관'을 보게 되었다.

감사관은 반란군에 쫓기어..여기저기 상처 입은 몸으로 피를 흘리며 도망중이었다.

이윽고..팔 하나가 잘리우고..

반란군의 칼이 감사관의 몸을 여기저기 꿰뚫었다..

하..아..

반란군의 눈이 '무면자'를 쫓았다..

저기 우리를 '무고'한 '원흉'이 있다..!

반란군이 악을 쓰며..무면자에게 달려들었다.

무면자는 놀라..산으로 냅다 도망치었다..

한참을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매..검은 연기가 무럭무럭 올라 마을은 온통 검은 안개에 휩싸인듯 보였다..

아아..처자는 어떻게 됐을까..?

'나'는 어디로 간단 말이고..

'무면자'는 나뭇가지를 들어 두눈을 찌르고..코와 귀..입을 차례로 찢었다..

이윽고..어지러운 색도..소리도..없는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