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드래곤스>

제3화-불타는 제주도(1)

황노인은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려다봤다.

어김없이 오늘도 미세먼지가 부옇게 하늘을 가렸고 창 밖은 아침인데도 어둑어둑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까만 점 하나를 본 것은 그 순간이었다.

노안이라 잘 보이지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 보았으나 알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김노인에게 물었다.

“이봐! 저게 뭐지? 시꺼먼거.”

“뭐?” 황노인의 부름에 김노인이 돌아본다.

건물은 총7층으로 지어졌고 현관에서 3층까지는 통유리로 채광에 신경을 썼다.

아침 식사를 막 마치고 기분좋게 햇빛을 쬐던 참이었다.

<실버 엔젤 프로젝트>

초고령사회의 대응 방안으로 제주도를 노인 특화 시설로 지정하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김노인은 눈이 좋았다. 처음에는 매나 수리인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다가올수록 덩치가 커졌다.

커다란 날개 짓에 더욱 더 다가옴이 빨라졌다.

아!

용이었다. 날개가 있었고 생김새가 이전의 용과는 달랐다.

커다란 도마뱀에 날개가 달렸다고 할까.

김노인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저..저..”

그저 손가락으로 용을 가리킬 뿐이었다.

모두들 김노인의 다급한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용은 벌써 창 가까이에 다가왔다.

눈은 녹인 금마냥 반짝였고 파충류 특유의 번들거림이 온 몸에 미끌거렸다.

황노인이 툴툴 웃기 시작했다.

“오늘이 내 제삿날인가?”

김노인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 저기 새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놈도 베면 금이 나올까?”

황노인이 김노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얼이 빠진 김노인은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황노인이 짚고 있던 지팡이를 들고 용을 향해 휘둘렀다.

“자식놈과 손주에게 주면 좋아할거야..”

순간, 용이 입을 벌렸고 뜨거운 화염이 3층 전면 유리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콰지직’소리와 함께 유리가 깨져 나가고 화염이 콘크리트 벽과 쇠마저 녹여버렸다.

사람들은 젤리처럼 흐물흐물 녹아 사라져 버렸다.

몇몇은 새카맣게 타서 개 그슬린 냄새가 났다.

+++

TV에서는 연신 제주도에서 발생한 용의 습격에 대해서 보도했다.

장씨 아저씨의 가게에 모여 TV를 보며 얘기를 나눴다.

장씨 아저씨가 맥주 한 캔을 새로이 따고 단 숨에 쭉 들이켰다.

“용들이 변했군”

도인이 말을 받았다.

“이제는 날기까지 하는군”

떡 두꺼비 여자가 한탄을 보탰다.

“불까지 뿜고 말이야”

모두의 말에 아랑곳 않고 <화란>이 내 손목에 팔짱을 낀다.

처음에 화란이 떡 두꺼비 여자의 딸이란 말에 얼마나 놀랐던지..!

화란이는 엄마인 떡 두꺼비 여자와는 다르게 큰 키에 피부가 하얗다.

입술은 붉었는데 특이하게 머리카락 또한 입술만큼 붉었다.

사람들은 <화염의 소녀>라 불렀고, 과연 그 이름대로 불칼의 제 일인자였다.

화란은 나를 보자 오빠처럼 따랐고, 팔짱을 낄데마다 가슴이 떨렸다.

화란의 가슴이 날마다 봉긋해지고 있었다.

+++

드디어, 녹색등이 켜졌다.

‘“강하!” 중사는 힘차게 외쳤고, 나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뛰어내렸다.

귀가 웅웅거리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정신을 잃으면 안돼!‘

마음속으로 다 잡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밑으로 일출봉이 눈에 들어왔다.

녹색 연막탄을 찾아보니 북서방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작전은 궁수부대가 용을 포위하는 것이었는데 꼬락서니를 보니 미끼가 되어 외려 포위를 당했다.

용은 영자매를 둘러싸고 빙빙 크게 원을 그렸다.

용의 입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면 영력을 끌어모아 간신히 막는 중이었다.

낙하산의 왼쪽 줄을 잡아 당기자 방향이 용쪽으로 꺽였다.

미야모토,쿠르베,엔더슨,화란,<토스트 맨>,<나이트 맨>등도 얼추 용의 몸통위에 자리를 잡았다.

’신이시여..!‘

뜬금없이 신을 찾게 됐다.

낙하산의 고리를 풀자 몸이 휙 땅으로 빨려갔다.

안타깝게도 미야모토는 용의 날개 끝에 부딪치더니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나이트 맨>의 쌍도끼가 춤을 추었다. 오른쪽 날개를 길게 쭉 찢었다.

균형을 잃은 용이 비틀거리자 속속 나와 요원들이 용의 몸통에 착륙했다.

<토스트 맨>은 영력을 끌어모아 용의 눈에 창을 박아넣었다.

나는 <검은 발톱>에 영력을 실어 정수리에 꽂았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고, 우리는 용과 함께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보호막을 최대로 끌어올려야 했다.

지상에는 도인과 떡 두꺼비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색강기와 불칼이 춤을 추자 용의 여기저기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잠시후 용은 금이 되었다.

모두가 숨을 돌릴때였다.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