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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내리던 눈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다. 길은 어두워지고 눈이 녹으면서 질척였다. 부러진 살이 머리를 건드는 우산을 쓰고 뛰뚱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세상은 회색이었다. 골목에 차를 대고 인도와 차도가 뒤섞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잔눈이 제법 굵어졌다. 길은 전날 내린 눈으로 바닥이 잘 안보였다. 그때, 무언가 반짝였다. 보도에 깔린 동그란 보행등이었다. 양 끝에 조그맣게 하얗게 희미하게 빛이났다. 하얀눈에 가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알수 없었다. 나는 신발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점차 뚜렷한 보행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찾기 시작했다. 보행등. 한 발자욱..두 발자욱..어떤것은 열걸음, 다른것은 일곱걸음 제 각각이었다. 나는 보행등의 행적을 쫓으며 걷기 시작했다. 그때, 철렁하는 소리와 함께 귀옆으로 그물 때리는 소리가 났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벽에 나와 볼을 차곤 했던것이다. 종종 보던 조기 축구회원이었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도 피가 뜨거운 사람은 입김을 후욱후욱 불며 뛰는것이다.나는 다시.바닥에 눈을 돌렸다. 열 세걸음. 마침내. 그 곳에 공영주차장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있었다. 순간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영훈'..그리고 그 숲의 우물. 그 숲은 한 낮에도 빛이 들지 않았다. 어둡고 어두워서 한 여름에도 서늘하였다. 약수터가 있었고, 커다란 또아리를 튼 칡 넝쿨이 있었다. 그리고, 검은 우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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