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외국에 거점을 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운영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15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A씨 등 50명을 붙잡아 이 중 37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모텔이나 원룸, 차량 등에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기를 설치·운영하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73명으로부터 3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무실 운영과 데이터베이스 관리 및 수익 분배 등을 책임지는 총책과 검사·금융기관·자녀를 사칭해 전화를 거는 콜센터 상담원, 대포통장 모집책 및 현금 수거책, 대포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해외로 송금하는 송금책,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중계소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의 범행수법은 모텔이나 원룸 등에 고정형 중계기를 설치하거나, 차량 및 가방 등에 이동형 중계기를 설치해 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번호로 바꾸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 | 부산경찰이 보이스피싱조직원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유심. 부산경찰청 제공 |
변작한 전화번호로 불특정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에 연루됐다(검찰 사칭) △정부 대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대환대출) △액정 수리비가 필요하다(자녀사칭) 등 범행 대상자별로 다양한 방법으로 속여 돈을 가로챘다.
이들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 50대 남성은 자녀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 보험신청을 하려는데, 신분증과 계좌번호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이들이 유도하는 원격제어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는 바람에 5억70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가상화폐)이 무단 반출되는 피해를 당했다.
또 저금리 대환대출 유혹에 현혹된 60대 여성은 “추가 대출을 받아 현금으로 상환하면 기록도 남지 않고 대출 한도도 올라간다”는 말에 속아 2차례에 걸쳐 7300만원을 대출 받아 건넸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070 전화는 받지 않지만, 010 번호는 상대적으로 잘 받는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설치 의심장소 38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기 1821대와 불법 개통 유심 4102개를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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