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실화입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열이 받습니다. 고라니 씨를 말려버리고 싶은데요........
때는 2015년 6월. 시원한 밤공기에 바람을 쏘이고 싶어 10시에 자전거를 타고 나섭니다.
신나게 타고 11시쯤 복귀하며 스탠딩 자세로 땀을 식히며 시속 45정도로 내리막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 웬 동물이 서 있는 겁니다.
고라니였죠.
브레이크를 잡아야하나 잠시 망설였지만 알아서 피하겠거니 생각하고 고라니가 서 있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핸들을 틀고 피해 가려는 그 찰나!!!
이노무 고라니년이 팟!!!!! 하며 몸을 재빨리 돌리더니 제 앞휠로 돌진하는 겁니다.
브레이크 위에 손을 올리고 있었지만 잡지도 못하고 그대로 충돌.
머리와 어깨부터 그대로 꼿히듯이 떨어지며 뒹굴었습니다.
와 이게 이렇게 오면 안되는데....생각이 들면서 난 죽었구나, 짧은 순간이 정말 길게 느껴지더군요
눈썹쪽이 갈려서 찢겨 피가 났고, 손가락 마디마다 갈려서 피가 났습니다.
충격으로 인해 숨이 인쉬어졌고 비명을 지르면서 목소리를 간신히 쥐어짜내며 숨을 쉬었습니다(신음소리를 내니까 숨이 쉬어지고 아니면 숨을 못쉬겠더군요).
눈을 떠 보니 제가 2차선 중앙선 한가운데 누워있는겁니다.
당장 차라도 오면 위험한 상황이란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너무 아프니까 조금만 누워있다가 가야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찔했습니다.
실제로 도로가장자리로 절 가게한건 뒤에 오던 동생이지, 제가 아니었습니다. 생각따로 몸따로더군요. 몸이 말을 안들었습니다.
고라니도 충격이었던지 저 2m 옆에서 자전거와 나란히 누워 있다가 잠시후 도망 가더군요.
왼쪽 팔에 힘이 잘 안들어갔습니다.
뒤따라오던 동생이 신고해준 119차량을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
정신없이 입원절차를 밟고 이마와 손가락,곳곳에 쓸린 자국에 박힌 모래를 빼내고 진통제를 맞았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오늘은 버티고 내일 사진 찍어보자시더군요.
다음날 사진 및 mri 분석결과 쇄골 골절, 갈비뼈 4,5,6번 골절, 날개뼈 일부 골절, 인대 늘어남과 어깨연골 찢어짐 등을 발견했습니다. 최소 3개월은 걸려야 붙을거라는 말씀........절망적이었습니다. 직장에는 어찌 말해야 하나....
무튼 그렇게 한달 입원치료 받고 퇴원해서 자가치료 하고 세달 째 붕대풀고 재활치료 살살해서 9개월째인 지금은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정도로 회복 되었습니다.
퇴원하고 집에가서 헬멧을 보니 귀 윗쪽으로 머리 닿는 부분이 완전 작살이 났더군요. 헬멧 안썼더라면 제 머리가 그렇게 됐겠죠.
고글도 기스가 많이 났습니다.
넘어지고 바로 벗겨지긴 했지만 최초 충격에서 일차 적으로 보호역할은 된거 같네요.
경력 6년차인데요, 6년만에 처음으로 헬멧 덕 좀 봤습니다.
그 뒤로 자전거 무서워서 잘 못타고 있습니다.
제가 판단 미스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지만, 언제고 비슷한일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전라이딩 하시고 사고 없이, 보호장구 잘 착용하고 하시길 바랄게요.
후기 이만 마칩니다.
폰으로 쓰는거라 두서없이 써서 죄송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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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hrenheit90
산꾼김씨
참...지금도 어이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근데, 그러고나서 되돌아보니 위험하다고 생각을 안해서 그렇지 큰일날 뻔한 상황이 많이 있었단걸 깨닫게 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