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이 매우 길어요. 긴글 싫으심 빠르게 패스 하세요.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
자포가 점점 매말라가고 있는것 같아서가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사실 자전거를 취미로 하는게. ,
때론 타인에게 보여주는 재미도 한몫 하기도 하고,
아마 9월 부터 기변욕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해서 입니다.
기함급 자전거를 보며. . 발만 얹으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갈것만 같은 환상에. . . 기변을 꿈꾸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뽐을 한번 쉬게 해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 여긴 뽐뿌인데. . 역행하는 글인가요?
!!!! 처음 자전거를 탄 기억을 되살려 보세요.!!!!
경쾌한 속도감,
속도마다 다르게 말하는 바람의 목소리톤,
뺨을 스치는 공기의 무게감.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의 무언의 소통.
빠르게 달리고 있어도 저 멀리 멈춰있는 듯한 경이로운 풍광.
물소리, 새소리. 벌레소리. . 스쳐가는 타인과의 인사소리.
턱끝까지 숨차게 하는 언덕, 그것을 오르고 난 후의 성취감. 혹은 오르지 못한 분함. .
좋은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
살아있는 감정인것 같아요. 아니. . 좋는 자전거를 타면, 미처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감정들 일수도 있습니다.
좋은 자전거를 타는 것. ...
더 좋은 기술력과 안전성, 부드러운 주행성능, 변속감. .
어쩌면. . 너무 자전거 자체에 의미를 주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3월 ㅡ 오전의 겨울냄새, 정오의 따사로운 햇빛, 오후의 멋진 노을
4월 ㅡ 비냄새, 풀냄새, 아직 채 녹지않은 응달속 얼음.
5월 ㅡ 풀냄새, 꽃냄새, 믿기 힘들정도로 따가운 정오의 햇살, 아직 냉기가 남은 바람, 바앍갛게 얼굴 내민 벚꽃, 매실꽃..
6월 ㅡ 조금더 목소리를 크게 내는 개울과 하천의 물소리,
중랑천 낮은 수심속에서 헤엄치는 잉어의 지느러미 소리.
여름 매미보다 일찍 찾아오는 다른 라이더의 라쳇소리.
이제 거의 끝자락. . 떨어지는 벗꽃의 애처러움과. . 혼미해지도록 달콤한 아카시나무꽃의 향기. .
7월 ㅡ 좀더 달려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듯...하늘위에 오래 머물러주는 태양, 자연산 팔토시, 발토시, 반장갑.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하듯 사랑하고싶다고 절규하는 매미의 외침. 바람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나뭇잎소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드 여신들...
8월 ㅡ 나에게 도전하라고 외치는 태양, 예고없이 쏟아지던 소나기, 그리고... 밉지만 고마운 장맛비..반짝이는 잠자리 날개, 빠르게 날아가는 구름과 그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달. .
9월 ㅡ아직 가시지 않은 한낮의 열기, 싸늘하지만 상쾌한 아침공기, 희미하게 스치듯 들리는 귀뛰라미의 연주소리,
부쩍 거세진 바람에 강물이 춤추는 소리, 어느 다리 아래선가 들리는 섹소폰 연주자의 구슬픈 가락.
10월 ㅡ 무엇이 급한지. . 벌써 떨어진 플라타너스잎의 바스락소리, 내 등짝에 찍힌 아내의 손자국 마냥 붉어지는 단풍나무의 잎사귀, 그리고..너무나 멋드러진 햇님의 뜨거운 마지막 인사와, 수다스런 밤바람의 이야기.
11월 ㅡ 이제는 자전거는 잠시 쉬라는 차가운 공기의 손길과, 귀끝을 매만지는 겨울의 손가락. 너무도 어두운 출근길..너무도 어두운 퇴근길...장갑사이로 스며드는 냉기.
갈대가 들려주는 강바람의 매마른 소리. .
저는 자전거를 타고 근래 2년동안,
너무나 운이 좋게 이런 것들을 느꼈습니다.
물론 더 잘 만들어지고, 한눈에 봐도 고급진 자전거들도 보았고, 갖고싶은 욕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바람소리, 계절의 냄새, 때마다 달라지는 풍광. .
이런것들이 더 멋지고 소중하네요. .
제 생각엔 자전거는. . 그렇게 즐기라고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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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엄마Boxtar
좋은 꿈 꾸시고, 좋은 하루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