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시계를 불과 몇 개월 전으로 돌려도 미래 핵심 내야 유망주는 다른 선수였다.
그런데 또다른 신예가 1군 무대에서 잠재력을 증명했고 향후 내야진 구성에서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LG가 고졸 신인 내야수 이영빈(19)을 두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명 당시에는 원석에 가까웠다.
공수에서 빼어난 재능을 보였고 1라운드에서 지명됐지만 1군 주축 선수로 올라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실제로 이영빈은 다소 늦은 중학교 1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핵심선수로 올라섰는데 수비 포지션도 이에 맞춰 꾸준히 바뀌었다.
외야수로 시작해 내야수로 포지션을 이동했고 세광고 3학년 시절에는 유격수를 맡았다.
구단과 선수 모두 과제를 인지했고 이영빈은 지난 2월 이천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부터 부지런히 훈련에 임했다.
단체훈련 후에도 따로 수비 훈련을 받으면서 부족한 구력을 채워나갔다.
1군 캠프 막바지 LG 류지현 감독은 “운동 능력을 비롯해 갖고 있는 재능은 정말 좋다.
다만 아직 한 포지션에서 꾸준히 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새롭게 배우는 게 필요하다”며 “사실 중간에 2군 캠프로 이동시키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1군 캠프에서 예상보다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시즌 중에도 1군에서 뛸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미리 캠프에서 1군 선배들과 적응하는 게 좋다고 봤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예상대로 이영빈은 빠르게 1군 무대에 섰다.
개막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인 5월 8일 잠실 한화전에서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10월 3일 고척 키움전까지 48경기를 소화했다.
100일 넘게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유격수부터 2루수와 3루수, 1루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자신의 포지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격에서 팀에 힘을 불어넣으며 당당히 1군 멤버가 됐다.
이영빈은 3일 고척 키움전을 포함해 타율 0.284(81타수 23안타) 2홈런 2도루 12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73이다.
무엇보다 클러치 상황에서 강하다.
득점권 타율 0.360. 그리고 대타 타율 0.462로 꾸준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이영빈은 지난달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대타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시즌 4번째 결승타를 터뜨렸고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전부터 10월 3일 고척 키움전까지 4연속경기 선발 출장했다.
4경기 중 3경기에서 안타를 날렸는데 지난 2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2루타 2개로 멀티히트, 3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3일 경기에 앞서 류 감독은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하지만 타격이 워낙 좋다.
타격 잠재력이 워낙 출중하다.
2군에서 한 포지션을 주고 육성시키기보다는 1군을 경험하며 장점을 살리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며 “코로나19로 시즌이 길어지고 사실상 마무리캠프가 없어진 게 아쉽기는 하다.
보통 마무리캠프에서 신예 선수들은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는데 올해도 예전처럼 마무리캠프를 하기는 힘들어졌다.
이영빈의 포지션은 앞으로 찾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LG가 세운 플랜에서 이영빈 자리에는 2년차 내야수 이주형이 있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맹타를 휘두른 이주형이 타격 장점을 살리고 내야와 외야를 두루 맡는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주형은 1군에서는 좀처럼 타격 재능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그러면서 LG는 좀더 긴 호흡으로 이주형을 육성시키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주형은 지난 8월말 현역으로 입대했다.
올시즌 후 LG의 과제는 이영빈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것이다.
포지션에 따라 그 선수의 운명도 결정된다.
이정후와 강백호가 그랬다.
이정후는 고교 시절 유격수였지만 프로 입단과 동시에 외야수로 전향하며 성공시대를 열었다.
강백호 또한 포수를 맡았지만 외야수로 이동했고 지난해부터는 1루수로 뛰고 있다.
선수에게 맞는 포지션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선구와 구단이 함께 웃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2루와 3루 포지션에 아쉬움을 안고 있는 LG가 이영빈의 포지션을 어디로 낙점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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