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30경기밖에 안 했잖아요.”
프로야구 키움의 초반이 생각보다 가시밭길이다.
10일 현재 5연패에 빠져 시즌 13승18패로 리그 8위에 그친다.
공동 6위권인 두산, 삼성과의 경기 차도 2.5경기까지 벌어졌다.
안 좋은 일은 항상 손잡고 오는 법이다.
좋지 않은 팀 분위기에 더해 키움이 자랑하는 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의 부진도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다.
현재 29경기서 타율 0.222(117타수 26안타) 3홈런 16타점에 머무른다.
2017년 데뷔 이래 가장 좋지 못한 스타트다.
그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타율이 3할 언저리를 맴돌았다.
아무리 좋지 못해도 2할 중후반을 쳤던 타자다.
무엇보다 쌓아온 커리어를 생각해볼 때 믿기 힘든 슬럼프기도 하다.
그는 매 시즌 타율 3할을 놓친 적이 없다.
지난 시즌에는 타율(0.349), 안타(193개), 타점(113점), 장타율(0.575), 출루율(0.421)서 1위를 휩쓸며 타격 5관왕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수밖에 없는 성적표였다.
부담감 때문일까. 2023년은 유독 그에게 가혹하다.
홍원기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사령탑은 “30경기 정도로 여러 지표를 종전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본인도 분명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현장도, 본인도 많은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라 진단했다.
이어 “기술적인 것 그리고 심리적인 것도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알아서 해라’라고 방치하는 것도 아니다.
짧은 시간에 높은 클래스까지 올라간 선수지 않나. 그런 면을 존중하면서 본인이 (슬럼프에) 대처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제자를 향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또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분명 있는 선수다.
주장이지 않나. 본인이 안 되더라도 팀이 이기면 부담이 희석될테지만, 팀도 지금 롤러코스터를 탄다.
많이 표시내지는 않지만 스스로 감정 표현을 억제한다는 게 분명 힘들 것”이라 덧붙였다.
조금씩 반등의 기미는 보인다.
전날(9일) 경기에서 2-2로 팽팽하던 7회초 LG 이정용을 상대로 리드를 가져오는 시원한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지난 3일 대구 삼성전 이후 5경기 만에 맛본 타점이었다.
홍 감독은 “이정후가 타점을 올리니 더그아웃 분위기도 많이 오르더라. 긍정적인 면은 분명 있었다고 본다”며 제자의 극적인 반등을 향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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