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40·롯데)가 뜨거운 이별을 맞이했다.
8일 부산 LG전을 끝으로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롯데 홈구장인 사직구장은 이대호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광장에 열린 포토 전시회를 비롯해 선물 전달식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경기 후엔 은퇴식과 더불어 영구결번식(등번호 10)이 펼쳐졌다.
사직구장은 이대호와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한 팬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오후 2시 15분 기준 2만2990석이 모두 팔렸다.
시즌 3번째 매진이다.
이대호는 “팬 분들이 많이 오셨다.
사랑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활짝 웃음을 지었다.
이대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자원이다.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올해까지 통산 1971경기서 타율 0.309(7118타수 2199안타) 374홈런 1425타점 등을 기록했다.
한·미·일 리그를 모두 경험한 최초의 한국인 타자이기도 했다.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2012~2013년)와 소프트뱅크 호크스(2014~2015년)를 거쳐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2016년) 소속으로 뛰었다.
한미일 통산 역대 최다 안타(2895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대호는 “큰 도전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서 굵직한 무게감을 보여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등에서 맹활약했다.
이대호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도하 아시안게임이다.
당시 아쉽게 3위에 머물며 쏟아지는 질타를 이겨내야 했다.
이대호는 “열심히 했음에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허무함이 크다.
잘하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라면서 “잘했을 때보다 못했을 때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면 한국 야구가 발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수많은 기록들을 써 내려갔지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 다짐했던 것이 있다”고 운을 뗀 이대호는 “아직 힘 있고 잘할 수 있을 때 롯데에서 우승을 한 번 하고 싶었다.
부산 팬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선배로서 그 짐을 후배에게 맡기고 도망가는 느낌이다.
죄를 짓는 기분도 든다.
후배들이 더 노력해서 우승을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떠나더라도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노하우들은 계속해서 얘기해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를 향한 애정을 끝까지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곳이다.
이대호는 과거 야구가 다시 하고 싶을 것 같아 사직구장에 한동안 못 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도 “오면 눈물 날 것 같다”면서 “야구장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안다.
사직구장에 오면 나도 모르게 유니폼을 입고 방망이를 들어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추후 기회가 있다면 지도자로 나서고픈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끝으로 이대호는 자신의 야구인생을 돌아보며 50점을 줬다.
“개인 성적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롯데의 우승을 이끌지 못해 감점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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