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팬 열정·대패 당한 키움보다 형편없는 LG, 샌님 야구로는 가망없다

LG 선수들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5로 패배한 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대패를 당했던 키움 선수들이 더 뜨거웠다.
일찌감치 승부가 크게 기울어졌음에도 키움 젊은 선수들은 안타 하나, 볼넷 하나에 뜨겁게 반응하며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언제든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어떻게는 흐름을 잡으려 발버둥쳤다.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단기전에 임하는 자세부터 빵점인 LG다.
LG는 지난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1-5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정규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타선이 이날도 터지지 않았다.
늘 그랬듯 두산을 상대로 힘과 정교함 모두에서 밀렸다.
선발 대결을 비롯해 마운드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평가였으나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분위기 싸움에서 상대가 안 됐다.
안타 한 개, 출루 한 번 후 모습부터 두산과 정반대였다.
두산 선수들 모두가 안타를 터뜨린 후 크게 어퍼컷을 날리며 환호했다.
그런데 LG 선수 중 크게 세리머니를 한 선수는 신예 문보경 뿐이었다.
문보경은 2회말 2루타를 날린 후 마치 키움 선수들처럼 베이스 위에서 포효했다.

LG 문보경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2회말 1사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이후 LG에서는 별다른 세리머니가 나오지 않았다.
7회말 김현수가 상대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적시타를 날렸는데 김현수 또한 1루를 밟고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대를 심리적으로 벼랑끝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찬스에서 LG 선수 대다수는 샌님 같았다.
반면 두산은 마치 선수들끼리 세리머니 경쟁을 하듯 꾸준히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LG와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혈투를 벌였고 LG가 나흘을 쉴 때 포스트시즌 2경기를 더 치렀음에도 두산 선수들은 지치지 않았다.
정수빈의 3회초 적시타 순간을 비롯해 매번 흐름을 끌고 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뿜었다.
LG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양석환 또한 2루타를 친 후 자신있게 두산 마크가 자리한 유니폼 가슴 부분을 펼쳐보였다.

4일 두산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끊임없이 세리머니를 펼친 두산 선수들. 왼쪽부터 허경민, 박세혁, 정수빈, 박건우. 잠실 | 스포츠서울DB

LG 류지현 감독은 이날 준PO 1차전에 앞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경험에 의미를 뒀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마치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것처럼 조용했다.
안타 9개, 볼넷 4개로 무려 13차례나 출루했지만 굵직한 모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이날처럼 두산과 맞붙었던 준PO 2차전에서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라모스 혼자 뜨거웠다.
당시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차 역전승까지 바라볼 정도로 두산을 맹추격했는데 라모스 홀로 세리머니하며 더그아웃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두산 선수들은 눈앞에 치욕적인 역전패가 다가오고 있었고 3차전까지 진행할 경우 선발대결에서 LG가 우위였다.
그래도 LG 선수들은 그저 조용히 경기에 임하다가 2021시즌을 마쳤다.

LG 팬들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준PO 1차전에서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온 류지현 감독, 관중석에서 쉴틈없이 응원을 보낸 유광점퍼 물결 LG 팬들이 더 강렬했다.
분위기 싸움으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데 이렇게 먼저 고개를 숙여버리면 가망이 없다.
야심차게 벌인 시계 세리머니가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그만둔 것부터 기싸움은 포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bng7@sportsseoul.com

야구포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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