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권에 머무는 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는데 성적은 안나온다.

한화나 롯데나 절대 투자를 적게한 팀이 아니죠. 

한화만 해도 류현진 판 돈으로 통큰 영입을 제법 많이 했고, 롯데도 거의 매년 FA시장 큰손이었습니다. 

하지만 둘다 성적은 밑바닥.. 시즌이 끝나면 어김없이 뭐가 문제가 어디가 부족하고 뭘 보강해야되고 열심히 떠들어대고 성적이 안나오니 또 비싼 선수 데려와서 기대만 부풀리다 삽질하는 악순환의 역사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린선수에겐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고 주전과 비주전간의 갭만 커져버린 불균형한 팀이 됐습니다. 

한화는 잘 모르겠지만 롯데를 봤을때 사실 주전급만 놓고보면 어디가서 이름값이 딸리는 팀은 아닙니다. 손아섭, 전준우, 이대호, 안치홍, 민병헌 등등 나름 국대출신들로 포진된 라인업입니다. 잘할때는 미친듯이 잘하죠. 문제는 이 선수들이 부진하거나 부상으로 이탈하면 팀도 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겁니다.

대부분 노장들이라 체력안배도 필요하지만 백업들의 기량이 따라오지 못하니 쓸놈쓸이 반복되고 문제는 더 커져갔죠.

사실 롯데가 육성을 안해본건 아닙니다. 내부 FA였던 황재균, 강민호를 버리며 젊은 선수들을 키워보려했지만 결과는 다들 아시는것처럼 폭망의 연속이었죠.

왜이렇게 됐을까요? 제가 볼땐 성적과 육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봅니다.

우리는 흔히 고참선수들이 경험없는 어린 선수들을 끌어줘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하지마 전 이건 그냥 망상이라 생각합니다. 

몸값 비싼 베테랑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경험없는 어린 선수들이 자기 마음껏 경기를 뛸수 있겠습니까? 베테랑 보고 배운다? 회사에 가보세요. 이사급이 말단직원 일 가르쳐줍니까? 일하는건 결국 사원부터 차장정도까입니다. 갈구고 가르치고 같이 뒹구는건 평사원들이지 임원진이 아닙니다. 몸값 100억하는 선배가 동경의 대상은 될지언정 내 경쟁자란 생각은 안들겁니다. 저 사람은 내가 못이겨. 저 사람이 있는한 내가 1군 경기에 뛸 가능성은 없어라는 좌절감이 들지 않을까요?

감독도 당장 성적을 내야하니 비싸고 검증된 선수만 쓰고, 이제 1군에 올라와서 경험을 쌓아가야할 선수는 주구장창 2군에서 썩어가다 30 다돼서야 1군에 올라와서 고만고만한 선수로 있다가 은퇴하는 악순환입니다.

MLB를 봐도 리빌딩 하는 팀들은 우와 저 선수까지 내보낸다고? 할정도로 과감하게 물갈이를 합니다. 몇년 가을야구 포기하고 어린 유망주들을 키웁니다. 그 리빌딩의 결과가 성공일수도 실패일수도 있지만 분명한건 그 과정에서 뉴페이스들이 등장하고 팀이 건강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팀들이 궤도에 올라오면 장기간 상위권에 포진합니다. 

두산을 보더라도 그렇게 많이 선수들을 내주고도 여전히 가을야구 단골입니다. 쟤들은 대체 어디서 저렇게 선수가 계속 나와? 할정도로 비우면 채우고 빠지면 올라오고를 반복하며 포스트시즌 단골이 됐죠.

롯데도 올해 이대호의 4년 계약이 끝났습니다. 당연히 재계약 하겠죠. 이대호의 상징성이 있고 이대호 빠졌을때 팀도 같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대호와 재계약 안하는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근데 절대 끌려가는 계약은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2년 15억+옵션을 마지노선으로 이 이상은 절대 지급하면 안된다 봅니다. 이대호 자존심 세고 욕심도 많은 선숩니다. 계약때마다 항상 시끄러웠고 조건이 맘에 안들면 절대 도장 안찍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아마 이번에도 최소 3년이상 계약을 요구할거고 그 금액도 상당할거라 봅니다. 

롯데도 첫 FA때 이대호 놓치고 팬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전력이 있어서 4년전 복귀시 150억이라는 미친 금액을 안겨줬습니다. 이걸로 충분히 지금까지 못했던거 금전적으로 다 갚고도 남는다고 봅니다. 이대호도 양심이 있다면 남은 선수생명은 팀과 후배들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계약에 임해주길 바랍니다.

만약 이번에도 계약에 잡음이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면 롯데도 과감하게 이대호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롯데도 4년전 이대호가 절실했던 그때의 롯데가 아닙니다. 지명타자 1루 자원은 충분합니다. 장기적으로 한동희를 1루로 보내고 김민수, 나승엽을 3루 자원으로 육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선수가 없는게 아닙니다. 못키우고 안키웠을 뿐이죠. 특히 내년에는 유망주들도 많이 영입했고 제대선수들도 있고 올해 포텐 터지기 시작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막내구단인 NC나 KT가 정규시즌 1,2위까지 올라올수 있었던건 좋든싫든 유망주들에 계속 기회를 줘서 경험을 쌓게하고 키워낸 결과입니다. 100억짜리 FA 한명에게 의존하기보다 5억짜리 5명을 키우는게 장기적으로 팀에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