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부 재건' 정수성 코치가 말하는 '뛰는야구'[SS 시선집중]

두산 2군 김인태(아래)가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와의 연습 경기 2회초 1사 전민재의 내야 땅볼 때 3루에서 홈으로 뛰어 득점을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두산은 ‘육상부’를 재가동할 수 있을까. 기대치는 높다.
이승엽 감독 체재로 재편한 두산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수성(43) 코치가 가세한 점이다.
현역시절 주루플레이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주찬 코치에 이어 확고한 주루 철학을 가진 정 코치가 합류해 ‘육상부 재건’ 가능성을 높였다.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발야구로 리그 흐름을 바꿔 놓았다.
이종욱(NC코치) 고영민(두산 코치)로 대표하는 두산 육상부는 2007~2008년 두 시즌 동안 350차례 베이스를 훔쳤다.
비단 도루뿐만이 아니다.
짧은 안타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는 강한 불펜을 기반으로 하는 ‘지키는 야구’ 흐름을 무력화했다.
주루는 수비 균열을 야기하고, 빅이닝으로 연결한다.

두산 정수성 코치(오른쪽)가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조성환 코치와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김재환을 제외하고는 거포로 부를 만한 타자가 없는 두산으로서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던 발야구를 재장착해야 한다.
가능성 있는 선수는 여럿 보인다.
주루 센스가 좋은 외야수 양찬열을 비롯해 이유찬 권민석 조수행 등에 베테랑 정수빈이 건재하다.
아기자기한 야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는 뜻이다.
기반을 다져 실전에서 활용하려면, 도전이 필요하다.
정 코치의 역할이 기대를 모으는 지점이다.
정 코치는 “두산이 육상부로 불린건 10년도 더 지난 것 같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다”면서 “1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압박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색깔이 워낙 강해 강산이 열번 변해도 남아있다는 뜻이다.
정 코치는 “통계상으로는 도루 성공률이 70% 중반을 넘지 않으면 뛰지 않는 게 낫다고 한다”면서도 “통계에 갇혀 무기를 잃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두산 정수성 코치.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올해 두산은 팀도루 90개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69.2%에 불과했다.
통계상으로는 뛰지 않는 게 맞지만, 정 코치는 ‘안뛰는 팀’으로 각인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도루 개수보다는 상대에게 ‘경계해야 할 팀’이라는 인상을 심는 게 중요하다.
도루 실패나 주루사를 두려워해서는 안될 이유”라고 밝혔다.
빠른 주자는 누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압박을 준다.
언제든 뛸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지 않은 주자여도 찰나의 순간 베이스를 훔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진짜 전술이다.
발이 느린 박병호(KT) 강정호(은퇴) 등이 히어로즈 시절 20도루를 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주로를 찾아야 하고, 상대의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도 필요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염경엽 기술위원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정 코치는 그의 노하우를 모두 흡수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가운데)이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2군과 SSG의 연습 경기가 끝난 뒤 덕아웃을 방문해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정 코치는 “마무리 훈련 초반이어서 주루에 관한 콘셉트를 명확하게 확립하지는 않았다.
감독님과 상의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팀원 전체가 주루 디테일에 신경쓰도록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산의 ‘발’에 이목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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