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ERA 2위'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향하는 키움의 1이닝 책임제[SS포커스]

키움 좌완 불펜 김재웅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등판해 무실점 역투하고 있다.
2022.05.24.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리드 상황에서 필승조 투수들이 1이닝씩 맡아서 던진다.
자연스럽게 승리 공식이 확립되며 다른 불펜투수들의 체력도 아낄 수 있다.
성공만 하면 더할나위 없이 이상적인 불펜 운영이다.
그러나 완벽한 투수는 없다.
이른바 특급 중간투수도 일 년에 두 세 차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실패한다.
원칙을 고수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면 경기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
그런데 중간투수들의 경험이 많지도 않다.
이른바 2, 3년 동안 꾸준히 뒷문을 책임진 투수가 적다.
처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키움의 불펜진과 불펜 운영이었다.
시작도 불안했다.
시즌 첫 5경기 중 2경기에서 중간투수가 1이닝을 전담하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흔들리지 않았다.
4월초 키움 홍원기 감독은 “우리 플랜이다.
그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에게 맡긴다.
변수와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이닝은 그 선수가 책임져야 한다는 플랜을 세웠다”며 “이닝 중간에 투수를 교체하는 일을 최소화할 생각이다.
상대가 우타자를 낸다고 오른손 투수를 준비하는 것은 지향하지 않는다”고 원칙을 고수할 뜻을 전했다.
과도기는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감을 보인다.
키움은 지난 25일까지 불펜 평균자책점 3.56으로 이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구상한대로 김재웅, 문성현, 이승호가 나란히 경기 후반 3이닝을 책임진다.
셋이 1이닝씩 전담하는 필승조, 그리고 김태훈이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는데 김태훈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에는 이승호가 마무리를 맡고 있다.
이승호는 지난 19일 창원 NC전 통산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24일 잠실 LG전까지 3연속경기 세이브에 성공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에서 6-4로 승리한 후 푸이그 등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2.05.24.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필승조 네임벨류가 높은 것은 아니다.
김태훈 외에는 중간투수로 꾸준히 활약한 투수가 없다.
김재웅은 지난해부터 필승조를 맡았고 문성현은 1군에서 풀시즌을 소화한 게 무려 7년 전인 2015년이다.
이승호는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선발투수였다.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2019년 조상우, 한현희, 오주원, 안우진으로 구성된 초호화 필승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번에도 키움은 획기적인 시도를 앞세워 승리하고 있다.
불펜진 뿐이 아닌 야수진도 3년 전보다 무게감이 떨어졌으나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승리한다.
마운드와 수비에 기반을 둔 승리공식으로 올해도 상위권 경쟁에 임한다.
홍 감독은 “우리가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는 비결은 투수와 수비다.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경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선수들에게는 특히 수비를 강조한다.
체력이 떨어질 때 나오기 쉬운 게 수비 에러인데 그래서 체력 관리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키움 이정후 등 선수들이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에서 6-4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2.05.24.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사령탑의 메시지와 방향성은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쌓는다.
매년 팀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지켜본 이정후는 “응집력은 올해가 가장 좋다.
투수들이 정말 잘 막아주고 있지 않나. 타자들이 1, 2점만 뽑으면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래서 타석에서 못해도 수비와 주루에 더 집중한다.
동료들끼리 서로 잘 할 수 있다는 믿음도 강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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