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홍콩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에서 소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고 지난 2일 귀국했다.
대표팀을 이끈 전(前) LG·롯데 사령탑 양상문(62)감독은 8월 초 열릴 다음 대회인 ‘2023년 세계야구월드컵(WBSC)’ 구상에 한창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창피는 당하지 않겠다는 신념 하에 오늘도 밤낮없이 야구 생각뿐이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8주년을 맞아 양상문 대표팀 감독에게 세계대회 출전 각오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①편에 이어> 각각 1승1패를 안은 상황에서 만난 ‘난적’ 필리핀을 9-5로 꺾고 조 2위로 오는 8월 초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야구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하자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다음 계획을 짠 이는 다름 아닌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양상문이었다.
양 감독은 필리핀전 당시 감정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세계대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세계대회는 더 강한 국가들이 오는 곳인데 그 대회는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고민이 들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사령탑은 고민 끝에 강수를 뒀다.
바로 ‘선수단 강화’다.
양 감독은 “가능한 한 함께 세계대회에 가고 싶었지만, 주말 이틀만 훈련하는 여자야구 특성상 단시간에 기량을 끌어올리기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기량을 다 보이지 못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개인 사정으로 이번 선발전에 참여하지 않은 기량 좋은 선수들을 파악해 함께 세계대회에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함께 고생했고 ‘세계야구월드컵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수고했다는 말 하고 싶다.
나도 이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계대회에서 성적이 나야 여자야구도 발전한다.
교체된 선수들은 속상하겠지만 야구를 놓지 말고 이 기회를 계기로 한 번 더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양 감독은 홍콩에서 돌아온 직후 재야의 선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하자는 뜻을 피력했다.
새롭게 명단에 포함될 선수들은 처음엔 주저했지만 몇 번이고 자신을 찾아온 양 감독의 정성에 감응해 함께하겠다는 뜻을 굳혔다.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캐나다로 갈 새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외야를 제외하고 전 포지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미국, 호주 등을 상대로 승부를 걸려면 내야 수비가 탄탄해야 한다.
타격보다는 수비가 되는 내야수를 우선 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수 약간 명과 포수 1명도 바꾼다.
엔트리 20명 중 5~7명이 교체될 전망이다.
양 감독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스몰야구로 빅야구를 하는 국가들을 상대할 것이다.
그러려면 내야 수비부터 돼야 한다.
홍콩을 무난히 이긴다는 가정하에 (새로 뽑힐 경력 많은) 투수 A가 한 경기를 막아주면, 나머지 한 경기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투한)투수 박민성과 이지숙을 내보내 막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더라도 한두 점 차로만 지겠다’는 양 감독의 세계야구월드컵 목표는 3승 2패로 슈퍼라운드(6강) 진출이 목표다.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내년 3월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6개국이 메달 경쟁을 벌인다.
대표팀의 목표는 홍콩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호주, 멕시코 5개국 중 3개국에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3승을 올리는 게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역대 총 4번 세계야구월드컵에 진출했지만, 단 한 번도 3승을 거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슈퍼라운드가 걸린 조별 예선을 통과한 적이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일지 모르지만 양 감독의 철학은 변함없다.
‘최선의 선수단으로 최고 성적을 내는 것.’
“결국은 짜내기다.
” 여자야구 불모지인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당장 선수단이 캐나다로 향할 자금도 부족하다.
연습량이 부족해 7월 중 일주일 합숙 훈련을 실시하고 싶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그 상황 속에서도 밤낮없이 현 대표팀 전력을 보완하고 상대 국가를 상대할 생각에 여념 없다.
좋은 성적만이 여자야구 발전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성과’와 ‘지원’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 대상이지만 분명한 건 관심과 지원 없이 성과도 없다.
양 감독은 “여자야구 대표팀과 여자야구 선수들을 향한 지원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오늘도 힘든 환경 속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고 눈을 빛내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아시안컵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냈고, 이제 세계무대로 가 미국, 캐나다 등 여자야구 강국을 만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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