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0-2로 뒤진 6회말 1사 1,2루. 두산 정수빈이 우익수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보냈다.
나쁘지 않은 타구였지만, 힘이 실리지 않은데다 배트 중심에서 살짝 벗어났다.
SSG 우익수 최상민이 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데, 두산 2루주자는 하프웨이를 했다.
주자의 빠른 발을 고려하면 태그업 후 3루로 갈 수 있는 타구였는데, 진루를 포기한 셈이다.
2사 1,3루라면 상대를 조금 더 압박할 수 있다.
김재환의 볼넷으로 만루가 됐고, 양석환이 삼진으로 돌아서 득점없이 이닝을 끝냈다.
2사 1,2루에서 김재환과 1,3루에서 김재환은 볼배합이 달라진다.
신중한 볼배합으로 누를 채웠다면, 양석환의 어프로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야구를 흐름의 스포츠로 부르는 이유다.
두산은 볼넷 8개를 얻고 안타 7개를 때려내는 등 15명이 출루했지만, 단 한 명만 귀환했다.
안타 13개와 볼넷 4개로 출루한 17명의 주자 중 세 명을 불러들인 SSG가 3-1로 완승한 요인이다.
SSG는 짧은 안타에도 한 베이스를 더 노렸고, 상대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만큼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했다.
타격하는 자세도 차이가 컸다.
SSG 타자들은 소위 ‘헤드를 던지는 것’에 집중했다.
무리하게 플라이타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
이날 2루타 3루타 단타 등 3안타를 뽑아낸 최지훈은 폴로스루 때 한 손을 놓는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임팩트 후 손목을 과하게 들어올리지 않는 스윙을 유지했다.
날카로운 타구가 여러차례 나왔고, 외야수가 잡을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두산은 대체로 들어올리는 스윙을 하고 있다.
포수 쪽에서 투수 쪽으로 배트 헤드가 뻗어나가는 궤적이어야 하는데, 임팩트 순간 배트 끝이 하늘로 향한다.
정타여도 힘을 온전히 실을 수 없는 궤도다.
힘대 힘으로 붙으면 가뭄에 콩나듯 홈런을 뿜어낼 수는 있지만,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운에 맡기는 100m짜리 대형 포물선보다 60m짜리 빨랫줄이 안타 확률은 더 높다.
타격감이 안좋을 때일수록 거리보다 방향에 신경쓰는 건 기본이다.
공수에서 두산은 기본을 간과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체력이나 집중력 문제가 아닌 듯하다.
시소게임을 거듭하지만 좀처럼 승리를 따내지 못하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행동을 제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리듬, 타이밍, 힘을 쓰는 방법, 카운트 싸움 모두 엇박자의 연속이다.
지난해 9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두산은 더 떨어질 곳이 없다.
지난해만큼 못해도 비난할 사람도 많지 않다.
‘야구 알고하는 팀’이라는 찬사는 성적과 비례하지 않더라도 두산이 지켜야 할 전통이다.
전통이 흔들리면 기반이 무너진다.
무너진 기반 위에서 새 탑을 쌓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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