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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또 다른 성공으로 향하는 과정, 이정후와 손아섭이 증명한다[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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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6-08 13:04
조회수 132

[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고전했던 시기를 돌아보며 더 단단해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신의 장점을 돌아보며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현역 최다안타(7일 기준·2296개) NC 손아섭, 그리고 3000안타 페이스로 달리는 키움 이정후 얘기다.

둘 다 좀처럼 만족하지 못했다.
골든글러브 혹은 MVP를 수상하며 정상에 우뚝 섰지만 스스로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손아섭은 보다 강한 타구를 원했고 이정후는 해외진출을 고려해 보다 간결하면서도 빠르게 강속구에 대처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늘 그랬듯 맹훈련에 임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장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유소년 시절 기본기를 바탕으로 갈고 닦아온 자신의 스윙 궤적이 무너졌다.
맞히는 능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누구보다 많은 안타를 생산해온 타자가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손아섭이 특히 그랬다.
3할 타율이 당연했던 그가 2022시즌 타율 0.277에 그쳤다.
이적 첫 해 사실상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내며 고개 숙였다.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위해 훈련량을 늘리고 셀 수 없이 배트를 휘둘렀는데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본기를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손아섭은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지난 시즌은 정말 힘들었다.
내 한계가 뚜렷하게 느껴졌고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빠져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며 “시즌 후 내 모습을 다시 체크했는데 좋은 스윙 궤적이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 좋은 버릇이 몸에 배었다.
스윙 궤적이 너무 크게 줄었다.
투수가 한 가운데 실투를 던지지 않으면 칠 수 없는 타격을 하고 있었다”고 악몽 같았던 2022년을 회상했다.

이어 “과거의 나는 보통 타자들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은 타자였다.
스트라이크존을 9개로 나눴을 때 9개 존 모두 안타를 칠 수 있는 타자라는 자부심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작년 스윙 궤적으로는 조금만 코스가 어려우면 대처가 안 됐다”며 “다시 예전의 스윙 궤적을 찾기로 했다.
2013, 2014년의 궤적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시즌을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모습을 찾았다.
손아섭은 올시즌 타율 0.321을 기록 중이다.
지난 7일까지 67안타, 시즌 종료 시점에서는 189안타에 도달하는 페이스다.
넓은 스윙 궤적을 바탕으로 수많은 인플레이 타구와 안타를 생산한다.
전성기 늘 높은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확률)을 올리곤 했는데 올시즌 또한 BABIP이 0.373에 달한다.
파울 라인 안에 타구를 넣을 줄 알고 좌타자로서 수준급 주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타구의 방향이 고르게 분포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손아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정후는 지독한 4월을 보냈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218 OPS 0.678을 기록했다.
신인이었던 2017시즌에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슬럼프였다.
하지만 5월부터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첫 6경기에서 타율 0.500 OPS 1.502로 폭주하고 있다.
5월까지 47경기에서 홈런 3개에 그쳤는데 6월 들어 홈런 2개를 쳤다.

이정후가 반등한 비결 또한 자기반성에 있었다.
타격폼 변화가 성공길을 만들지는 못했으나 이 경험을 통해 과거 자신의 갖고 있던 장점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5월초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몇십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정말 좋은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다른 것을 해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결과적으로 과거의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아직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다양한 타격 이론이 등장했고 트렌드가 요동쳤다.
그리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는 콘택트 커버리지, 한국 야구는 동일한 의미인 스윙 궤적, 이른바 맞는 면을 중시한다.
장타를 노려서 만드는 게 아닌 스윙 궤적이 좋고 맞은 면이 크면 수많은 안타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타도 나온다.

손아섭과 이정후는 이전부터 이를 갖고 있었다.
고전했던 모습을 돌아보며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실패를 경험하면서 더 단단해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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