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얻었습니다.
”
프로야구 NC 외야수 이명기(35)는 지난 5월 중순 SSG와 주말 3연전을 위해 인천 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올해 첫 번째 인천 원정이었다.
라커룸에 짐을 풀고 단체 훈련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자 이명기는 그라운드로 향했다.
홈팀 훈련을 지켜보던 SSG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인천고 출신 이명기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SK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
당시 함께했던 동료 대부분이 SSG서 지도자다.
원정이 아니면 그라운드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명기가 일부러 시간을 낸 것이다.
옛 동료와 가볍게 회포를 풀던 이명기는 조동화(41) SSG 코치와 마주친 뒤 ‘아차’ 싶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려보라”고 한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명기는 외야수용 글러브를 들고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구입한 글러브인데 최소한만 길이 들여진 수준이었다.
조 코치는 이명기의 글러브를 받아 들고 바로 손에 꼈고, 상태를 점검했다.
이명기는 “길들이는 작업을 했는데도 새 글러브 가죽이 아직 뻑뻑해서 실전에 쓰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이명기와 조 코치가 한 글러브를 두고 실랑이를 시작했다.
이명기는 조 코치 옆에 놓여 있던 황금색 글러브를 들었고, 조 코치는 이명기의 새 글러브를 낀 채 멍하니 손을 바라봤다.
이명기는 “예전에 SK에서 몸담았을 때 조동화 코치의 글러브를 빌려 쓴 적이 있었다.
우연한 계기였는데 길이 엄청 잘 들여져 있었던 기억이 있다”며 “새 글러브 때문에 고민하던 찰나에 동화 코치의 글러브가 떠올랐고, 그때가 마침 SSG와 시리즈였다”고 웃었다.
사연 있는 글러브지만 겉모습만 보면 이명기와 매치가 어렵다.
이명기는 튀는 성향이 아니다.
개인 협찬용 야구용품은 물론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용품도 웬만하면 단색을 선호한다.
조 코치로부터 얻어낸 글러브는 황금색. 빛을 받으면 반짝일 정도다.
그래도 이명기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이명기는 “김원형 감독님도 글러브를 맞바꾸는 장면을 보셨는지 당시 ‘SSG랑 할 때는 쓰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동화 코치가 수비와 타격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나도 새 글러브를 끼고 수비부터 새 마음으로 나서겠다”고 웃었다.
사진=이명기, 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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