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압구정 무비꼴라쥬관에서 지난 제4회 CinDi 영화제 상영작 중 수상작 8편을 상영하는 CinDi JAM New Year 2011가 열렸다. 그 중에 눈여겨보았던 중국 리우 지엔 감독의 애니메이션 '나를 찔러 봐(刺痛我, 2009)'를 선택해 관람했다.
'나를 찔러 봐'는 사회성이 강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중국에도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 수출을 위주로 한 기업과 공장들은 차례로 쓰러지고 일하던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고 방황했다. 주인공 장 샤오준은 농촌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도시로 상경하여 구두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청년으로 소위 농민공(農民工)이라 불리우는 계층을 대표하고 있다. 영화의 서두는 금융 위기로 공장이 문을 닫게 되어 장 샤오준이 실업자가 되면서 기묘한 일들은 시작된다.
영화의 인물들은 자본(돈)을 중심으로 크게 세 개의 축에 속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중국의 경제 개발로 큰 돈을 벌게 된 자본가의 축, 개발에서 소외된 지방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올라온 노동자(농민공)의 축, 마지막으로 자본과 지연에 결탁한 타락한 공권력의 축이다.
이러한 인물들은 돈이 가득 찬 바나나 박스를 중심으로 마지막 장소인 찻집을 향해 클라이맥스로 달려나간다.
'나를 찔러 봐'는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농촌에서 올라온 순진한 청년 장 샤오준은 경제 위기로 실직 당하고 뒤이어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는 일을 당하자 이를 보상받으려 시도한다. 자본의 속성을 어렴풋이 파악하고 이를 어설프게 이용해보려 시도하지만 시스템의 달인인 자본가에 의해 쉽게 무시당하고야 만다. 그는 결국 도시의 속성을 포기하고(따라가지 못하고) 귀향 열차를 기다리던 중 쓰러진 노파를 돕다가 오히려 뺑소니 범으로 몰려 경찰에서 모진 수모를 당하게 된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구경만 하는 방관자들이 존재한다. 주인공은 그의 동향 친구와 함께 복수를 결심하고 찻집으로 향한다. '나를 찔러 봐'는 로베르 브레송의 '돈(L'Argent, 1983)처럼 전적으로 절망으로만 치닫지는 않는다. 모두가 모이게 되는 찻집의 마지막 파국은 블랙 코미디로 보기에 손색이 없다.
전통 회화를 전공한 감독답게 '나를 찔러 봐'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상당히 사실적이고 회화적이다. 애니메이션의 양은 적지만 인물들은 비교적 표현이 풍부하고, 배경이 되는 남방의 공업도시는 시종일관 어두운 회색빛을 띄며 각 장면의 특징을 살리고 있다. 리우 지엔 감독은 그들 부부의 아파트를 매각하여 제작비를 마련하고, 연출·극본·편집·촬영·음향을 모두 겸하여 3년이나 걸려 제작했으며, 성우들 역시 그의 동료들과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그의 장인 정신과 더불어 사회주의 아래에서 이러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그의 용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찔러 봐'는 우리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주인공 쟝 샤오준은 우리의 청년 실업자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삼부작으로 제작할 예정이라는데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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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애니메이션이지만 중화주의가 판치는 요즈음의 그쪽 영화계에서 중국현실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내는 몇 안되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