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남자입니다. 20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편두통으로 고생한 경험담을 나누려 합니다.

처음에는 머리가 많이 아팠는데 그게 편두통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머리가 아프니 두통약을 먹었지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신경이 많이 예민한 편인데, 그땐 왜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알레르기 때문인가, 소화불량 때문인가 원인도 몰라 답답했지요.

두통약을 많이 먹어보니 등급이 있는데,

타이레놀이 가장 일반적인 두통약이고 속도 편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인데 많이 먹으면 간에 무리가 온다고 하지만 별 부작용은 모르겠습니다.

게보린, 사리돈, 펜잘 같은 약은 카페인 성분이 있는데 카페인이 진통효과가 있지만 그걸 노릴 거면 차라리 믹스커피를 마시는게 더 낫습니다. 전 솔직히 이런 약들은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먹어본 약 중에서 진통효과가 가장 쎈 약은 '덱시부프로펜' 계열 약물입니다. 이건 진통+소염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 애드빌은 '이부프로펜'인데 이걸 정제해서 속쓰림을 덜하게 만든 것이지요. 그래도 빈속에 먹으면 속이 좀 쓰립니다. 덱시부프로펜이 들어간 두통약은 아주 많으니 아무거나... 이지엔프로 등.

하여튼 편두통은 위에 말한 진통제로는 절대 진정이 안 됩니다. 또 편두통은 소화불량 증세가 같이 온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하룻밤 정도는 내내 꼼짝 못하고 머리를 찧으면서 누워있어야 합니다. 정말 아프지요. ㅠㅠ

처음에는 편두통인지 모르고 이비인후과 가서 축농증 수술을 받는 등 난리를 쳤으나 ㅎㅎ

(미간이나 눈썹 끝 부근이 아프면 부비동염, 즉 축농증입니다. 이건 수술 받아야 완치됩니다. 전 축농증 수술 경험도 있습니다. 이걸로도 고생했지요. ㅠㅠ 그러나 축농증이 완치된 후에도 편두통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경외과에서 편두통 진단을 받고 약을 먹었습니다. 의사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고 말해주고, 편두통약(크래밍)+신경안정제(알프람)+ 기타 진통제, 위장관운동제 등을 섞어서 처방해 주더군요. 이 약을 두포만 먹으면 거짓말같이 두통이 사라집니다. 한번 갈때마다 7일분을 타 오는데, 아플 때만 1~2포 먹으니 2달 정도는 먹습니다. 저는 잠시 외출할 때에도 이 약을 꼭 챙겨 가지고 다닙니다.

이렇게 몇년 먹다 보니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종합병원에 가서 100만원 정도 들여서 MRI, MRA 찍어보고 했으나 아주 건강하다는 판정만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사도 편두통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평생 약을 먹으며 살아야지요 뭐 ㅠㅠ

혹시 두통약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만성적이고 주기적인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으면 꼭 신경외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