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무어의 미라클맨 대단하네요. 스포 있습니다

몇일 전에 두번째로 읽었는데 읽어볼수록 대단하네요. 진짜 그래픽노글이란 말이 딱 맞습니다. 

국내에 정발된 앨런 무어의 책은 다 가지고 있는데요.

배트맨 킬링 조크. 이건 조커의 탄생기죠.

젠틀맨리그(전 5권), 와치맨, 브이포 벤데타. 모두 영화화됐죠. 

탑텐(프리퀄 한권 포함 총 3권). 모든 사람들이 초능력을 가진 도시의 경찰 이야기구요.

프롬헬. 영국 연쇄살인마인 잭더리퍼 이야기죠. 영화화됐다는데 못 봤네요. 

미라클맨은 앨런 무어가 기존에 영국에서 연재되다 장기간 중단된 마블맨 캐릭터를 가지고 82년에 이어받아서 스토리를 쓰다가 저작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고 그만둬버린 작품입니다(이야기는 완결됨). 미국의 마블출판사에서 30년후에 저작권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2014년에 세권으로 정발했는데 책에는 작가의 이름이 없고 그냥 the original writer 라고만 표시돼있죠. 

앨런 무어 뒤의 스토리 작가는 닐 게이먼(샌드맨 시리즈 등)인데 출판사 도산으로 길게 연재는 못됐고 2013년에 미국 마블코믹스에서 저작권을 인수했다고 나무위키에 적혀 있는데, 나무위키를 보면 마블의 올뉴 미라클맨 연감 표지 이미지에 모리슨이란 이름이 있네요. 아마 dc의 파이널 크라이시스 등을 쓴 그랜트 모리슨이 아닌가 싶네요. 모두 영국의 슈퍼스타 작가들이죠.

앨런 무어가 맡은 부분은 스토리적으로 그 이전의 작가가 담당하던 스토리(영웅과 적 아무도 죽지 않는, 적당히 말썽피우고 적당히 해결하는 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논리적 모순없이 포함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로 수준을 끌어올리고 결말을 맺습니다.

처음에는 저 책의 뒤에 있는 엄청난 찬사의 말들이 진짜일까 했는데 맞네요. 엄청납니다. 수퍼히어로 장르가 아니라 sf가 맞습니다.

이하 내용 일부 스포인데요. 한 60 에서 70 프로 정도? 원치 않으시면 안 보셔도 됩니다.

주인공인 미라클맨이 기억과 능력을 잃었던 이유, 마찬가지로 초인인 적의 정체와 최종 전투의 결말 등은 안 적겠습니다. 물론 미라클맨이 이기죠.

비교를 하기 쉬운게 앨런 무어가 미국의 dc코믹스에서 80년대 후반에 연재한 와치맨의 진짜 초인 미스터 맨해튼이죠. 맨해튼과 미라클맨의 세가지 차이를 보겠습니다.

첫번째로 능력의 기원입니다.

 맨해튼은 능력을 받는게 사실 웃기죠. 시계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다 보니 분해된 자신도 재조립할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물론 대부분의 수퍼히어로들은 이런 식이고 와치맨의 주제인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나라는 문제와는 관계가 없어서 간략히 했겠죠. 또한 맨해튼은 나중에는 신처럼 되는데 이런 맨해튼의 기원을 그 위의 외계기술이나 마법, 신들로 설정하는 것도 이상하구요.

미라클맨의 탄생배경에는 영국에 사고로 불시착해서 죽은 [퀴스]라는 종족의 외계인과 외계우주선의 기술이 있습니다(지도자는 자웅동체의 거대한 개체). 여러 개의 신체를 만들어서 옷처럼 자유롭게 갈아입는 이 외계인의 기술을 천재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십대때 살인도 하고 범죄조직 운영하다 유럽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게 됨)가 아이들을 납치해서 정부의 비밀지원을 받아서 연구했던 거죠.

실험대상은 부모가 공군이었다 죽어서 고아인 아이들로 실종돼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아이들이죠(정부가 고아로 만든 것?). 영국정부의 목적은 핵무기보다 더한 비밀병기를 보유하는 것이었고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진짜 목적은 본인이 초인이 되어 영생할 육체를 만들기 위함이었죠.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맡기 20년 전에 중단됐던 미라클맨(과거의 마블맨)의 아무도 죽지 않는, 적당히 심각한 영웅들의 모험담은 실제로는 이 미친 과학자(가르군자 박사)가 실험대상인 아이들의 뇌에 보낸 가상현실이었던 겁니다. 

특정한 주문을 외우면 특수공간에 보관된 특수능력을 가진 신체와 평범한 인간의 신체가 교환되고 정신은 각각의 신체에 이식된 장비에 의해 순간적으로 전송됩니다. 주인공인 미라클맨의 주문은 키모타인데 영단어 atomic을 거꾸로 읽은 겁니다. 미라클맨이 주문인 초인들도 있구요.

물론 작품 속에는 특수능력을 가진 신체만 있는 연구대상도 있고(박사 도주 후 영국정부가 만드는데 수준은 미라클맨보단 떨어짐), 개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괴물도 있으며(박사가 만들었고 인간이 말하는 특정 단어를 들으면 신체교환), 이 외계인의 기술과는 무관하게 불을 다루는 지구의 선천적인 초인도 등장합니다. 애초에 퀴스족의 외계인이 지구에 왔던 이유가 이 선천적인 초인을 찾기 위해서였죠. 

또한 이 퀴스라는 외계인과 대등한 세력으로 대립하는 또다른 외계인도 등장하는데, 엄청나게 빠른 이동속도를 가진 워프스미스라는 종족이죠. 워프스미스는 제다이나 그린랜턴처럼 여러 종족들 중에서 선발돼서 훈련되는 조직처럼 묘사됩니다(정확하진 않습니다). 이들의 지도자는 블랙 워프스미스라는 거대한 3인입니다.

이렇게 초능력의 기원이 외계인이다 보니 지구에서 자기들의 기술을 훔쳤다 판단한 퀴스는 미라클맨과 미라클맨의 딸 등을 제거하려 하죠. 그래서 스토리는 우주의 고등문명과 접촉한 미라클맨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두번째 맨해튼은 자녀가 없죠. 

히로인인 애인과 성행위를 하면서도 다른 분신은 연구를 하고 심지어 분신 여럿이 동시에 애인과 성행위도 하는데 이 애인은 이런 맨해튼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질려버리고 결국 헤어지죠. 

미라클맨은 자녀가 있습니다. 그것도 미라클맨의 신체일 때 아내와 성행위를 했는데 바로 임신이 되죠. 그런데 미라클맨의 신체는 월등한 초능력을 가진 신체 즉 만들어진 신이라면 그 자녀인 딸은 잉태될 때부터 신의 육체와 초능력을 가진 태어난 신인 겁니다. 태어나자마자 울지도 않고 엄마 라는 말을 하는데 부모가 놀라는걸 알고 이후에는 일부러 말을 하지 않죠. 

태어나서는 엄마의 심리를 행복하게 조정하기도 하고,초인이 아닌 어머니가 혼란스러워하며 친정에 가버리자 세살 아이가 날아다니면서 아버지인 미라클맨의 마음을 읽기도 하죠(우주를 여행하겠다는 세살짜리 딸에게 미라클맨이 당황하며 가지말라고 하면서 너를 사랑한다고 하자 미라클맨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해서 미라클맨을 놀라게 함).이 딸의 출생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린 부분이 있어서 2권이 19세미만 불가에요. 당연히 야하진 않습니다.

세번째 결말부분에서 초인의 행보입니다.

맨해튼은 인간성을 잃고 지구를 떠나버리죠. 만화에서는 오지멘디아스가 만들어낸 신체에 지구 초능력자의 뇌를 크게 복제해서 넣고 맨해튼의 순간이동 기술로 뉴욕 한복판에서 터트려서 가상의 외계인이 지구를 공격한 걸로 꾸며내고 결국 인류의 단합을 이루죠. 맨해튼은 오지맨디아스의 설명이 논리적이라 판단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로어셰크를 죽인후 지구를 떠납니다. 영화에서는 맨해튼이 인류를 공격한 것처럼 누명을 쓰지만 역시 오지멘디아스의 설명을 듣고 지구를 떠나죠. 어차피 감정을 잃고 인간성을 상실한 맨해튼에게는 본인이 누명을 썼단건 중요한건 아니죠. 

하지만 미라클맨은 적극적으로 인류의 역사에 개입합니다. 퀴스와 워프스미스라는 외계종족의 존재와 미라클맨 등 여러 초인의 존재와 능력을 전 인류에게 공개하고 그 능력을 인류를 위해 사용합니다(모든 핵무기 생물학무기 화학무기를 태양에 던져버리는 등).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어린 딸도 아빠를 돕죠. 하지만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들이 물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딱히 탄압하거나 박해하진 않습니다(이들은 외딴 곳에 모여살면서 자신들의 신념을 지킴)

이렇게 되자 권력을 잃은 우파세력들은 좌파 초인들이 지구를 장악했다고 비난하고(기존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모여서 정신치료를 통해 상실감을 치료받음) 좌파세력들은 초인들이 인간의 자유의지와 선택을 무력화했다고 비난합니다. 일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들은 자기들의 교리와 맞지 않는 신들인 외계인과 미라클맨 등에 반대해서 연합합니다. 모니터가 연결된 곳이면 집이나 어디서나 일하게 되었단 표현이 있는데 요즘의 재택근무죠.

마지막으로 초인이 될 사람들을 모집해서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능력을 주기도 하는데요. 미라클맨은 이혼한 아내(남편과 딸과 같이 있으면 바보가 되는거 같다면서 결국 이혼하고 혼자 거주)에게 이 초인에 지원해보라 권하지만 전처는 거절합니다. 미라클맨은 적이 파괴한 런던의 중심부에 본인과 초능력자들이 거주하고 여러 시설(일정 시간 내에 사망한 사람의 영혼을 복제한 몸에 부활시키는 퀴스족의 시설도 있음)이 있는 거대한 건물 올림푸스를 짓게 되는데 이 건물에서 미라클맨이 런던을 내려다보며 만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미라클맨은 왜 전처가 완벽해지길 원하지 않는지 또 자기가 왜 그 이유를 고민하는지 잘 모르겠단 마지막 대사를 하죠. 

미라클맨은 인간일 때의 아내와는 이혼했지만 본인처럼 실험대상이었던 미라클우먼(미라클맨의 아내와 딸을 퀴스의 제거자로부터 구하고 나중에 적과 같이 싸움)을 결국 사랑하게 됩니다.

아래는 마지막에 미라클맨 등 지구의 초인과 외계인들이 그려진 페이지(셋이 외계인), 올림푸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펼침페이지입니다. 초인이 인류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끈다는 점에서 슈퍼맨 레드선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