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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빌려 작성해봅니다.
우연히 첫사랑을 보았다. 토요일 대학 친구랑 코엑스에서 수많은 카페를 헤매다가 우연히 앉은 잠바주스에서 창가를 사이에 두고 그녀를 보았다.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지만, 그대로인듯한 너의 모습에 나는 숨이 멈추는 듯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너무나 보고 싶었고, 꿈에서도 가끔 만나는 너였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감으로 눈빛 하나 제대로 마주칠 수 없었다.
앞에 친구에게도 눈치를 줬다. 첫사랑 OO를 본 것 같다고, 친구도 보더니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설마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가서 물어보라고 자기도 궁금하다고 그녀가 맞았다. 눈웃음과 입모양 키도 세월의 흔적도.. 근데 나는 작은 용기조차 없었다.. 며칠 동안 면도하지 않은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래도 궁금했다. 그녀가 맞는지? 그녀가 맞다면 웃으면서 "잘 지내고 있어?"라는 상투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고 싶었다. 100번도 넘게 다짐했었는데, 우연히라도 너를 만나게 된다면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을... 그런 용기조차 없었다.
그녀의 일행이 일어나서 컵 반납 후 걸어가는 너를 보고 뒤늦게 따라갔지만, 수많은 인파속에서 너를 찾을 수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바보가 되었다. 3년의 연애와 한 번의 싸움으로 헤어질 때 "우리가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겠지" 말을 하였는데.. 어리석게도 나는 우리의 인연이 절대 끊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인연이 끊어지냐고 근데 인연은 노력을 포장하는 말인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렇게나 많은 시간이 지날 줄 몰랐어. 그리고 나 자신이 작은 용기조차 없는 초라한 사람인줄 몰랐어
학생 때 우연히 교양수업같이 듣고 따라가서 번호를 물어봤던 나는 아저씨가 되었고, 그때 어이없는 듯한 웃음을 지은 너는 아줌마가 되었지만,
그때의 너처럼 웃는 모습이 이쁘더라. 그리고 행복해 보여서 좋았어
나도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겠어 또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서야 너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도 웃는 모습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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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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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님의 수필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