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 혐오 키워드의 집합체, 아우디 A6 40TDI pre 1년 후기12

아우디, 디젤, DCT.. 

자포에선 하나만 걸려도 경기를 일으키는 용어인데 이걸 한번에 다 뒤집어 쓴다? 그게 접니다.  제목이 왜 저따구냐면 여기 인증글 올릴때마다 왜 디젤을 샀냐는 정신나간 댓글이 꼬박꼬박 달려서 어그로 함 끌어봤습니다. 뭐 여긴 뽐뿌니까 누군가 또 같은 댓글 달겠죠.ㅋㅋ

1년 타서 신차 뽕 다빠졌으니 후기 한번 올려봅니다. 태생적 비주류 성향이라 대중이 선호하는 것 보단 일단 내맘에 들어야 관심갖는 편입니다. 뭔가 유행탄다 싶으면 흥미가 뚝.. 

첫 차 스포티지r 출고할때 SUV=디젤이 국룰이었는데 K511 카고 운전/정비병 출신이라 디딸도 싫고 리터당 2천원 시절이라 가솔이 워낙 비인기인데다 T-GDI 나올때라 몇년치 기름값은 할인해주길래 가솔린 샀네요. 보는 사람마다 왜 가솔린 샀냐? 주유소 갈 때마다 디젤 라인으로 유도하는거 반대로 가면 인상쓰는거 지겹도록 겪었네요. 근데 10년만에 클린 디젤은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고 가솔린 SUV 유행인거보면 참 재밌습니다.ㅎㅎ

5년쯤 타다가 주행중 파노라마 썬루프 자파로 박살나면서 차에 정이 뚝 떨어져서 마침 새로나온 시보레 말리부 디젤 계약하러 갔습니다. 당시 디젤 세단의 전성기, 아싸 나도 한번 타보는구나~ 하지만 입주 직전이라 나중에 바꾸자하고 보니 작년초 15만km.. 백만원 들여 하체정비 싹하고 5년만 더 탈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런 아버지 부고.. 정신차리고 보니 인생 짧은게 체감되면서 그냥 하고싶은거 하고 살자로 생각이 바뀌었네요. 

기존차 타면서 불편했던 점이 쌓일만큼 쌓인지라 후보선정은 일사천리로 좁혀지더군요. 

- no SUV: 명절때마다 부산-서울 왕복했는데 한번은 집사람 운전대 맡기고 2열에 앉았다가 그 이후로 그냥 풀타임 운전만
- 2열 에어벤트: 한여름에도 에어컨 잘 안켜는 편인데 뒷좌석 동승자 때문에 무조건 켜야하니 괴로움
- 전동 텔레스코픽 스티어링휠: 시트 포지션으로 커버가 안되면 괴롭더군요. 
- 스티어링휠(열선): 세컨 스파크 타보고 mdps 는 졸업하기로(한겨울 차에 장갑두고 다녔습니다..)
- 무선 카플레이: 안드 올인원 초창기부터 2개 diy 해서 썼는데 무선 카플레이는 로망이었네요.
- 200마력 이상 엔진: 자흡 160 마력은 고속도로 너무 아쉽더군요. 세타2 mpi 는 리콜도 안되고 에휴..
- 7단 이상 미션: 6단 타봤으니 업글해봐야죠.ㅎㅎ

HUD, ACC, 어라운드뷰 이런거 다 빼고 그냥 싸게 살 수 있으면 했는데 요즘 다 기본 탑재더군요.

예전부터 눈여겨 보던 볼보 v60cc. 마케팅의 효과인지 시승도 안하고 전시장가서 바로 계약, 1년 기다리랍니다.
시승 신청해도 씹히고 이거 몇 천짜리를 이렇게 사도 되나 싶어서 520i msp 시승 후 계약.
당시 옵션이 들쭉날쭉하던 시절이라 블랙시트해야 통풍들어가고 그런 조건이었네요. 큰거 한장 할인에 한달 이내 출고라니 볼보 취소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때까지 단 한번도 고려해 본 적없는 아우디. 지하 주차장에서 우연히 지나가길래 아내에게 이런 말을 했었죠. "아우디.. 저걸 왜 타지?" 이 말을 뱉고나서부터 미친듯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기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저런 차를 타는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마후 시승하러 가게되는데 위대한 BMW 520i 에겐 인지도나 만족도가 비교조차 될 수 없고 디젤과 DCT 조합이라 길들여지지 않은 얼룩말같은 변속충격과 지저분한 승차감이 떠오르는 A6 40TDI, 나의 선택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계약할 마음은 전혀없는터라 전시장에서 급히 배정받은 딜러와 동승 후 시동을 거는 순간, 하.. 이거 가솔린을 가져왔나 싶을 정도로 진동이나 정숙성이 좋더군요. 실내도 낮게깔린 직선 위주의 심플하면서 담백한 레이아웃에 나지막한 기어노브의 파지감과 햅틱 피드백이 적용된 센터페시아는 적어도 올드한 5 시리즈보단 제 취향이었네요.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시승을 마친 후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옵니다. 2열의 아내 반응은 호감이었고 저도 이미 마음이 돌아선 상태라.. 아우디 시그니처라는 콰트로는 짧게 고민하고 과감히 포기합니다. 패밀리카로 코너에서 잡아돌릴 나이는 이미 지났다고 위로하면서 ㅠㅠ

장점

1. 조명
이쁜 조명에 관심이 많아서 집안 곳곳의 센서등, 다운라이트 그리고 거실등 정도는 diy 합니다. 비용대비 만족감이 크거든요. HD 매트릭스 라이트는 차원이 다른 경험입니다. 팔당 분원리를 저녁에 가보면 구불구불하면서 조명도 없어서 운행하기 상당히 신경쓰이는 곳인데 편안하게 운행가능한 수준입니다. 이건 일반 상영관만 가다가 아이맥스 상영관 처음 갔을때 그 느낌과 흡사합니다. 전방에 빛의 커튼이 펼쳐지며 광활한 수직면의 확장.. 이건 말로 설명이 어려운 쾌감입니다. 가끔 마주오는 차량이 있을때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도 흐뭇합니다.

2. 승차감
수동미션 세대라 유사한 동작방식이라고해서 평소 궁금했던 부분인데 미끌거리는 토크컨버터 대비 직결감과 가속성이 좋습니다. 변속충격이란건 느끼기 힘들만큼 스무스하게 체결됩니다. 150 이상 주행시 불편한 진동이나 불안감없이 직진성이 확보됩니다. 가솔린과 달리 디젤은 유럽법령 기준이라 속도제한이 250까지 열려있다고 하는데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3. 인터페이스
각종 레버나 물리버튼 조작시 유격없이 견고하고 입력 경계값의 구분감이 명확합니다. 예를 들면 흐물흐물한 번들 키보드 쓰다가 무접점 정전압 키보드 사용하는 경험과 매우 흡사합니다.(도각도각)

4. 후측방 경보 앰버
타사 대비 월등한 면적의 후측방 경고등이 사이드미러 커버 안쪽에 장착됩니다. 덕분에 주변시로도 충분히 주변 차량을 인지할 수 있어 좋습니다. 밝기설정도 가능

5. 연비
1년 누적연비 15.8km/l, 풀주유시 주행가능거리 1300km 뜨고 매일 출근 왕복 60km 월 1회 주유합니다. 출근길 외곽순환 대충 밟아도  18km 전후, 장거리는 한시간 평속 80 기준, 24까지 찍어봤네요. 


단점

1. TPMS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타이어 공기압 수치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대신 특정시점의 공기압을 저장하면 격차가 발생시 경고하는 방식이라 아쉽네요. 베컴 작업할까 했으나 보증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해서 포기

2. 강제 스탑앤고
환경규제의 부작용으로 스탑앤고 강제 활성화. 이건 너무 불편해서 출고하자마자 off 모듈사서 뒷좌석 시트 뜯고 달았습니다.

3. 2열 포링 다운라이트 부재
이거 얼마한다고 치사하게 2열은 안넣어 주네요. 직접 구해서 교체.

4. 오디오
첫 계약을 오디오와 시트만 보고 볼보를 계약할 정도로 소리에 대한 욕심은 있는 편인데, 섬세함도 펀치력도 확실히 부족합니다. 볼륨을 올려도 그냥 시끄럽기만한.. 이건 손대면 후폭풍이 두려워서 그냥 눈을 감습니다.

5. 비상등 버튼 형태 및 위치

터치인데다 기어 노브 바로 앞에 낮게 배치해서 급히 작동해야 할때마다 욕이 절로 나옵니다. 기어 노브를 파지한 상태에서 중지를 내미는 연습해야 겨우 적응되는데 비상등은 이딴 식으로 못만들게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4기통
6기통 45TDI 를 갔어야 했습니다. 콰트로 포기한건 전혀 아쉽지 않은데 차에 타는 순간부터 내릴때까지 체감하는 부분이라 이건 두고두고 생각나네요.


총평

아우디타는 사람은 고집이 셀 확률이 높다.(주변시선 의식x)
전반적인 무난함보단 몇 가지 확실한 강점이 더 좋다.(조명, 고속안정감)
가성비 진짜 좋다고 생각함.(개인적으로 아코의 삽질에 감사할 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