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에는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가 쓴 <한반도 분단의 기원>을 읽었다. 

이 책은 2018년 일본에서 출판된 후 1년도 안되어 2019년에 한국어 번역본이 나왔다.

예전에 언급했듯이, 난 고등학교 국사책을 보고 질려서 역사 자체를 멀리했던 사람인데,

이번에 역사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국사를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냥 속된말로 '꽂혀서' 이 책을 사게 되었다.

(2)  이 책을 쓴 마사오 교수는 일본 사람인데, 젊은 시절부터 한국전쟁을 연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유학도 하고, 국제적으로도 한반도 전문가로 정평이 높다고 되어있다.

나이가 이제 지긋해진 노인이 막바지에 이르러 자신의 연구성과를 집약하여 쓴 것이다.

본문이 거의 650쪽 되는 책인데, 사실 다루는 기간은 극히 짧다.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공습을 당하고 2차 대전에 참전한 41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2차 대전 종결 직후 정도밖에 다루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 책은 내가 저번달까지 봤던 거시사와는 대비되는 미시사인것이다.

(3) 이 책을 보고나서 개인적으로 얻은 것은, 이 책에 나와있는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것들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다.

그냥 한반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제관계 속에서 보는 한국사'에 관심이 생겼다.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라면 수확인 것이다. 그리고 국제관계 속에서 보면

많은 사태들이 다르게 보인다는 당연한 것을 이번에 체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4)한국 현대사를 1945년 해방 이후로 잡는다면, 그리고 현대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출발점으로 하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히 치밀하게 사료들을 배치하면서

쓴데다, 읽다보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절대 일본에 대한 치우침을 

발견할 수 없고, 내용 전개상 그럴 여지도 거의 없기때문에 '일본사람'이라는 편견은

가질 필요 없다. 오히려 일본사람이 남의 나라에 대해 열심히 연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5)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한국이 왜 분단의 비극을

겪었는지, 그리고 왜 38도선이라는 것으로 그어졌는지 하는 물음이다.

왜일까?

저자의 분석은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아주 재수가 없었다'는 것이다.(나의 표현임)

(6) 1차대전 당시 우리가 이름은 들어봤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선언들이 있었는데, 그 중 '내정 불간섭', '영토 불확장' 등이 있었다.

그런데, 2차대전 당시까지 대통령을 하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러한 윌슨의

선언들을 이어받아 영국, 중국 등과 공론화 및 공감대를 얻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찌보면 이상적일 수도 있는) 이데올로기에 소련의 스탈린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소련이야말로 주된 문제아로 계속 나오게 된다. 물론 이것은 우리나

서방의 시각일지 모른다. 우리는 냉정하게 봐야한다. 반대로 소련 입장에서는

그들의 현실주의적이며 교활한 외교 및 정치가 국익을 우선시했다고 평가될 수

있으니 말이다.

(7) 미국은 42년 본격적으로 일본과의 전쟁에 돌입하며 태평양쪽에 관여하고,

소련은 독일과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격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루스벨트와 외무부 등 관련자들은 추후 일본과의 전쟁 및 2차대전

종료 후 세계 평화의 계획에 아까 언급한 '내정 불간섭' 등을 관철시키고자 하는데

한반도 역시 이러한 것을 실현하고자, 그리고 특히나 중요하게는 소련을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끝까지 소련과 공동행보를 하기위해 배려하며 스탈린의 지지와 협력을

끌어내려 노력한다. 

신탁통치 역시 루스벨트와 휘하 관련자들의 구상에서 나왔는데, 미국,영국,소련,중국

4대국이 한반도를 신탁관리하면서 필리핀 처럼 독립시키기 전에 훈련기간을 가진 후

독립시키자는 것이었다.

(8) 이를 위해 카이로 회담, 얄타 회담, 테헤란 밀약 등을 가지면서 여러 나라가

계속 협의를 하는데, 소련은 아까 이야기했듯이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표면적으로는

받아들이는 듯하면서도, 유럽쪽에서는 독일이, 아시아쪽에서는 일본이 패전후에

시간이 지나 또다시 러시아에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미리 그들의 힘을 

억제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에 골몰한다.

(9)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끝낼 막바지 즉 1945년 7월까지 원자폭탄 실험을 

거의 마쳐, 이것을 일본에 사용하여 전쟁을 빨리 끝내고 한반도에도 먼저

미군이 진주하게되면, 이제 막 독일과의 전쟁을 끝낸 소련이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어, 테헤란 밀약을 지킬 필요도 없어지고, 한반도에서

협력을 얻기위해 소련을 맞춰줄 필요도 없어지게 된 상황이 되긴 했다.

하지만,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고 나서 긴장한 스탈린은 최대한 빨리

대일전쟁에 참가해 신속히 북한까지 진주하게 되며, 미군은 오히려 느리게 진주한다.

(10) 저자는 말한다. 유럽쪽 전쟁이 좀 더 늦게 끝났다면, 혹은 원자폭탄이 좀더

빨리 개발되어 사용되었더라면 한반도는 분단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38도선이 처음부터 왜 그어졌는지도 그닥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도

39도선을 그냥 미국이 밀고 나가서 소련의 동의만 얻었어도 훨씬 한반도에

유리한 상황이 왔을 거라고 말한다.

(11) 이러한 국제 사정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 새 나라 건설과 신탁통치를 둘러싼

남북한 각각의 내부 쟁투들이었다. 남한에서는 이승만, 여운형, 박헌영, 김구 등

주요인물이 서로 화합 및 갈등을 일으키고, 북한에서도 김일성이 점점 소련의

위세를 빌려 조만식이 제거된 후 단독정부 수립의 열매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 사정을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복잡하다. 수많은 인물과 단체, 정당 등의

이름이 거론되므로 머리가 아프다.

(12) 어쨌든 이렇게 대충 써봤는데, 한번 읽어서 얼마나 이해를 했겠나..

해방 당시의 한반도 내부 사정, 국제 냉전의 초기 상황 등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국제관계 속의 한국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와다 하루키 교수가 쓴 <러일 전쟁>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도 읽고나서 쓸게 있으면 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