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싸움을 말리려는 마음이 있나요?1

제가 이번에 재밌는 경험을 해서 여쭤봅니다.

사람이 싸움을 하고 있으면 고양이도 말리려는 마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아지는 보통 같은편 사람들끼리 가볍게 싸우면, 

그러지 말라고 다그치듯 멍멍 짖어대고, 심하게 싸우면 겁먹고 움츠려들고

같은편 사람과 다른편 사람이 싸우면,

함께 공격하려는 팀플레이를 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싸우는건 관여하지 않는걸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험한 일은,

아파트 단지에 정착하고 사는 길고양이 들이 있습니다.  

별 분란은 없어보이고, 늘 노출되어 있는 나이든고양이와 잘 숨어지내는 젊은고양이 새끼고양이 들이 있는듯 합니다.

나이든 고양이는 지정석에 항상 있고, 가끔 사람들이 번호키로 유리문을 여닫고 들어갈때 따라들어갔다가 나오거나 합니다.

뭐하러 들어가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끔 못나오면 기다리다가 사람이 멈칫하면 어서 문열라고 야옹 하기도 합니다.

나이든 고양이가 저렇게 사람과 자연스레 지내는걸 보면 인사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을것 같기는 하나, 저와는 아닙니다. 

젊은, 어린 고양이들은 경계심이나 민첩함이 있습니다. 인사해보려고 했지만 경계합니다.

한번도 인사해보거나 터치같은건 해본적 없습니다. 앞서 나이든 고양이만이 늘 같은자리에 있는걸 지나칠뿐.

그러던 중 아침 새벽 캄캄하고 조용한 5시쯤, 길에서 심한 언쟁이 있었습니다.

덩치큰 두 남자가 큰소리를 주고 받았습니다. 동물이 보면 일촉즉발임을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런데 갑자기  새끼 고양이(아주 애기는 아니고 중학생쯤 될까요) 한마리가 다리에 스윽 비비며 지나가더니 대치중인 상대에게도 다리에 스윽 비비며,

마치 가운데서 중재를 하듯 처다보며 천천히 터치를 합니다.

원래 친분이 있던 고양이도 아니고,  덩치큰 두 남자의 으르렁은 새끼고양이에게 무척 무서웠을것 같은데

그런 곳에 왜 개입해서 중재를 하는것 같은 행동을 하는지 참 희한했습니다.

그러다 대충 마무리 하고 상대가 간 뒤

혼자 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귀염을 떱니다.  마치 '진정해 이제 괜찮아' 라는것처럼. 

만지라고 몸도 들이밀고 눈맞춤도 해줍니다.

캄캄한 아침새벽 일촉즉발 덩치큰 남자의 으르렁 대치상황에서 종료후까지의 일입니다.

뭘 알고 이러는건가요?

전에 몇몇 고양이에게 두어번 '안녕 이리와' 해봤으나 아무도 가까워진 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새끼 고양이는 본적도 없습니다.

나름 아파트 전체를 한식구로 보고 가족내 평화를 실천하는 걸까요? 작은 단지도 아닌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개입시점이 위기-절정의 액션직전 이었습니다.

영물의 모습을 보여준것 같이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