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아직 상대팀은 모른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일찍이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은 3선발로서 오는 27일 플레이오프(PO) 3차전 마운드에 오른다.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은 처음이지만 이미 어느정도 피칭 플랜을 짜놓았다.
좋은 기억이 많은 팀들과 붙는 만큼 자신있게 전력투구를 펼칠 계획이다.
올시즌 LG에서 가장 눈부신 기량 발전을 이룬 김윤식(22) 얘기다.
1년 전 아쉬움은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김윤식은 지난해 11월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PO 3차전에서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초반 실점한 선발투수 임찬규와 고전한 앤드류 수아레즈 다음 투수로 마운드에 섰고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올리지 못하고 1안타 1볼넷 2실점(1자책)했다.
첫 타자 박건우를 상대로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범했고 다음 타자 김재환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교체됐다.
LG는 두산에 3-10 완패를 당하며 2021시즌을 마쳤다.
김윤식은 당시를 돌아보며 “나 때문에 경기가 기울었다.
내 모습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내려와서 엄청 후회를 많이 했다”며 “그래도 그 때 후회한 만큼 올해 한 걸음 더 나아가지 않았나 싶다.
당시 스피드는 잘 나왔는데 존에 넣기에 급급했다.
타자와 싸우는 게 아닌 또 내 자신과 싸우는 느낌이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2년차였던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유연한 투구 메커닉과 다양한 변화구로 빼어난 잠재력을 인정받았으나 볼넷이 김윤식을 괴롭혔다.
2021년 9이닝당 볼넷 4.86개, 볼넷 하나당 탈삼진 1.56개를 기록했다.
제구에서 기복을 겪으며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에 머물러야 했다.
올해는 180도 달라졌다.
9이닝당 볼넷 2.13개로 볼넷 비율을 절반 이상 줄였다.
볼넷 하나당 탈삼진 3.00개를 잡는다.
첫 경기인 4월 7일 고척 키움전 6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선발진에 고정됐고 8승 5패 평균자책점 3.31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8월 25일 잠실 KIA전부터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인 10월 5일 광주 KIA전까지 7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0.85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순위표를 결정하는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LG가 PO 직행을 확정짓는데 김윤식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PO 준비 훈련 첫 날인 지난 13일 “3선발은 당연히 김윤식이다.
일찍 3선발로 낙점하면 선수 본인도 날짜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훈련할 수 있다.
윤식이에게는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김윤식의 PO 3차전 등판을 예고했다.
김윤식은 “작년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에는 너무 안 맞으려고 했고 너무 깊게 보고 던졌다.
올해는 자신이 있다.
힘있게 던지면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고 파울이 나오니까 얼마든지 쳐보라는 마음으로 던진다.
변화구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으니까 언제든 변화구를 섞을 수도 있다”고 첫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정규시즌처럼 속구로 완급 조절하기 보다는 짧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전력투구한다.
김윤식은 “평소보다 더 거칠고 강하게 갈 계획이다.
정규시즌에는 6회까지 던지는 게 목표였다.
포스트시즌은 실점하지 않는 게 목표다.
1회부터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던지겠다.
우리 팀은 뒤에 좋은 투수가 많다.
불펜 투수들 믿고 실점하지 않는 투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LG는 지난 2년 동안 포스트시즌에서 토종 선발진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케이시 켈리가 등판한 경기만 승리하며 선발진 한계를 드러냈다.
김윤식은 물론 김윤식 전담포수 허도환도 이번 가을야구에서는 다른 장면을 머릿속에 넣고 있다.
SK와 KT에서 우승반지 2개를 거머쥔 허도환은 “윤식이 속구를 보고 나도 놀라고 상대팀 타자들도 놀란다.
그만큼 윤식이는 올해 속구가 굉장히 좋아졌다”며 “단기전은 기세 싸움이다.
초반부터 밀리면 끝이다.
윤식이가 3, 4이닝만 잘 던져도 우리팀은 뒤에 불펜진이 다 막아줄 수 있다”고 단기전 맞춤형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을 예고했다.
프로 입단 20년차 허도환과 20대 초반 김윤식이 절묘한 호흡을 자랑하는 데에서 드러나듯 LG의 장점은 신구조화다.
김윤식은 “고마운 분들이 많다.
선배님들 중 (오)지환이형, (김)현수형, (박)해민이형을 꼭 얘기하고 싶다”면서 “지환이형과는 원정 경기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우나가고 점심 먹는게 루틴이 됐다.
그만큼 잘 챙겨주신다.
현수형, 해민이형도 늘 챙겨주신다.
마냥 좋은 것만 주는 게 아니라 경기 중 흔들리거나 못했을 때 따끔하게 조언도 해주신다.
김광삼 코치님부터 여러 선배님들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정규시즌을 잘 던질 수 있었다.
기사에 이 부분을 꼭 넣어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윤식은 “감독님께서 먼저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을 말씀해주신 덕분에 미리 날짜를 알고 이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
선발투수는 이 부분이 참 좋다”면서 “첫 포스트시즌 선발인데 기대도 되고 자신도 있다.
키움이든 KT든 워낙 많이 붙어본 팀이고 좋은 기억도 있다.
가을야구 첫 선발 재미있게 치러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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