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박지성처럼…'4연속 공격PT' 손흥민, 아지디 지옥 뚫어라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시리아의 경기. 손흥민이 골을 넣고 있다.
안산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2년 전 우상이 해낸 것처럼 손흥민(29·토트넘)도 주장 완장을 달고 지옥의 아자디 땅에서 골 뒤풀이를 펼칠 수 있을까.
축구국가대표팀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이 어느덧 커리어 네 번째 이란 아자디 원정 경기를 뛴다.
7일 시리아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3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왼발 결승포로 한국의 2-1 신승을 이끈 그는 머릿속에 오로지 이란 원정 생각뿐이다.
주장으로 이번 만큼은 ‘아자디 징크스’ 타파에 앞장서야 한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최종 예선 A조 1위를 두고 경쟁하는 한국(승점 7·2승1무)과 이란(승점 9·3승)은 오는 12일 밤 10시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4차전에서 격돌한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해 건립된 아자디 스포츠 컴플렉스 내에 위치한 다목적 경기장이다.
한국 A대표팀은 지난 47년간 이곳에서 이란과 7차례 격돌했는데 2무5패를 기록하며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해발 1273m 고지대에 놓여 있고, 한때 여성 관중 입장을 금지해 남성 관중으로만 10만여 함성이 가득했던 터라 원정팀은 매우 부담스러운 환경에서 뛸 수밖에 없었다.

안산 | 연합뉴스

지난 2010년 A매치 데뷔, 성인 대표팀 태극마크를 단지 어느덧 10년이 지난 손흥민에게도 아자디는 악몽의 땅으로만 남아 있다.
그는 벤투호에서 아자디 원정 경기를 가장 많은 세 번 경험했다.
하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팀도 세 번 연달아 무득점 0-1 패배를 당했다.
손흥민이 처음 아자디 땅을 밟은 건 지난 2012년 10월17일이다.
당시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원정 경기였는데 당시 대표팀 막내급이던 그는 후반 8분 김보경 대신 교체로 투입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18일 친선 경기와 2016년 10월11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모두 선발로 뛰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상대 간판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결승골을 허용했고, 손흥민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이를 갈고 있다.
다행히 이란 출국 전 시리아전에서 손흥민은 자신의 발로 팀에 승점 3을 안겼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한 그는 지난 시즌 전 대회에서 22골17도움으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으나 벤투호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시선으로 가득했다.
실제 이번 소집 전까지 필드골이 지난 2019년 10월10일 이후 2년 가까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시리아전에서 손흥민을 기존 윙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후반엔 황의조 대신 최전방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대표팀에서는 도우미 구실에만 주력한 그는 전술적 변화와 더불어 시리아전에서 8개의 슛을 시도하는 등 이전보다 상대 골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렸다.
비록 귀국 이후 이틀 만에 치른 경기였던 만큼 100% 컨디션이 아니었던 터라 몇 차례 기회를 놓쳤으나, 종료 직전 이름값을 하는 왼발 결승골로 보답했다.
손흥민은 최근 소속팀 경기를 통틀어서 공식전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2도움)를 기록 중이다.
장거리 비행 피로 속에서도 제몫을 해내고 있다.
그는 테헤란 원정길에 올라 역시차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나 최대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박지성.

한국 선수 중 가장 최근 아자디에서 골 맛을 본 건 손흥민의 롤모델인 박지성 전북 현대 어드바이저다.
그는 지난 2009년 2월11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후반 막판 헤딩 동점골을 넣어 한국의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이 경기는 한국이 아자디에서 패하지 않은 가장 최근 경기이기도 하다.
당시 박지성도 소속팀 일정과 맞물려 온전한 몸이 아니었으나 막판 집중력을 발휘해 한국을 아자디 지옥에서 건져 올렸다.
손흥민이 12년 전 박지성처럼 아자디에서 골 맛을 볼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벤투호는 8일 회복 훈련에 집중한다.
9일 오후 4시10분 전세기를 타고 테헤란을 향한다.
이번 원정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동행해 선수단을 응원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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